한 덕 현 편집국장

   
연초 이원종지사의 불출마선언은 받아 들이기에 따라 많은 해석을 낳게 했습니다. 당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고공행진의 지지율을 내팽개치고 3선의 뜻을 접은 것은 실로 쉽게 예상치 못한 결단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소식을 처음 접었을 때의 감흥을 절대 잊지 못합니다. 나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통쾌한 스릴은 아마 지역사회에서 처음 느껴봤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입니다. 그만큼 신선했고, 이 때문에 이지사에게 씌워진 만에 하나의 부정적 이미지까지 일거에 일소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이원종지사가 임기를 마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도정을 책임진 지난 8년 의 굴곡이 어떠했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차곡차곡 남아 있을 것입니다. 기실 8년이란 세월은 참으로 길다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이지사가 아무리 잘 했어도 숱한 말이 만들어질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비판은 항상 있게 마련이고, 이것이 역사와 사회를 끊임없이 진화시켜 온 동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난 8년간 이지사와 관련된 별다른 잡음이나 구설수를 듣지 못했습니다. 이는 이지사가 공직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띱니다. 무슨 업적이나 실적을 논할 필요도 없이 이것 하나만으로도 ‘성공한 지사’였음을 확인시키기 때문입니다.

막상 현직에서 물러나야 할 땐 많은 아쉬움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간간이 상실감이 엄습하기도 하지만 이는 누구나 겪게 되는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지사의 마음 상함은 더 심할 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체제에서 호의호식하던(?) 인사들의 최근 처신이 못내 이지사에게 아쉬움으로 남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미물들의 사회라도 일정한 질서는 있는 법이고, 또 있어야 그 존재가 가능합니다. 하물며 바로 어제까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웃음을 주고받던 사람들이 쪼르르 몰려 다니며 자신에게 삿대질을 해댄다면 마음이 편하겠습니까. 이런 기본적인 의리조차 매장되는현실에서 행정의 달인, 처신의 달인인 이지사라도 서운한 마음을 모두 숨기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젠 훌훌 털어야 합니다. 떠나는 사람의 가장 좋은 모습은 결코 뒤를 돌아 보지 않는 것입니다. 국민의 인식 속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이춘구씨가 은퇴와 동시에 여지껏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그가 떠날 때 화끈하게 떠났기 때문입니다.

만약 나무에 마디가 없었다면 바람만 불면 꺾어지는 허약한 존재가 되었을 것입니다. 지금의 단절은 더 강하고 더 성숙하기 위한 ‘마디’라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이지사 역시 지금 확실하게 단절해야 또 다른 삶을 명예롭게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사람들은 지난 연초의 불출마 선언을 여전히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향후 또 다른 역할을 입에 올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는 정리가 분명했기에 자연스럽게 따르는 덕담일수도 있지만 그 개연성은 얼마든지 예측이 가능합니다.

또 한가지, 이젠 편한 마음에 편한 복장으로 그 좋아하는 골프도 마음껏 즐겼으면 합니다. 그래야 어쩌다 골프장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굿샷!을 소리높여 외쳐줄 수 있고, 그 기분으로 지난 8년의 노고도 깨끗이 씻어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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