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얼마를 견뎌야하나
홀로 있는 봄에는 양귀비꽃대나 달여 먹고
한 백년쯤 잠들고 싶어.

위의 시는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하는 어느 시인의 사랑시 끝 연이다, 어떻게 생긴 꽃이기에 그리 아름답다고 하는지, 유즙에는 어떠한 향이 스며있어 한 백년쯤 잠들고 싶어 하는가 늘 궁금하던 꽃이었다,

사물이나 대상은 그들에 대해 몰랐을때 역설적으로 그 참 모습을 만날수 있다, 그때부터 비로소 그들을 알기 시작하는 것이다.

지인의 저녁초대가 있어 청원군 오창에 갔다, 약속시간보다 여유가 있어 근처의 철 지난 유체꽃 단지를 거닐다 우연히 만난 꽃은 전설적인 경국지색 양귀비와 이름이 같고 마약성분 때문에 재배가 금지된 양귀비였다.  여러 종류의 양귀비중 두 종류에만 아편성분이 들어있고 꽃양귀비(개양귀비)라 불리는 이 꽃에는 아무런 성분이 없다고 해 조금은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선명하고 고운 빛갈의 아름다운 꽃잎은 눈길을 머물게 한다.

 빨강과 창백한 연분홍 흰색 노랑등 각기 다른 색상의 홀 겹 꽃잎은 드레스 자락처럼 섬세한 주름이 살짝 잡혀있고 화려하면서도 실바람에 하늘거리는 가녀린 모습이 남모를 사연을 품은듯 비밀스럽다. 중국 당나라 현종의 애첩인 양귀비의 미모에 비유되는 이 꽃은 여인들이 닮고 싶어하는 선망의 대상이기도하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의 찬사를 받는 아름다운 꽃양귀비도 지고나면 거친 털이 나있는 모양이 오히려 초라하고 볼품없다. 차라리 평범한 모습이었다면 지는 모습도 저토록 실망스럽지는 않을것이다, 화려함의 이면을 숙명처럼 받치고 있는 어두운 그늘의 꽃앙귀비가 발길을 잡고 상념에 잠기게한다.

명예와 재력이 있고 화술이 뛰어나 주위에 많은 사람을 거느리는 사람이 있다, 어느날 그 사람의 속성과 이중성이 근본적으로 두 얼굴의 야누스였다는 것을 안순간 그의 화려한 모습은 추락되고 황폐한 내면을 감추려 포장했던 그의 삶이 안타까웠다. 삶과 사랑은 계산적이었고 진정한 행복까지도 외면했던 요염하고 매혹적인 현종의 애첩 양귀비와 그 사람의 삶이 무엇이 다를까, 진정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그들의 삶은 독성은 감추고 화려한 모습만 보여주는 양귀비 꽃 이었던가.

때때로 진실된 아름다운 삶과 사랑은 오랜 시간이 흘러간 뒤에야 어떤 것 보다 강렬한 향기를 품어낸다. 초라하지만 삶을 포용하고 세상을 사랑으로 껴안는 겸허한 내면의 모습이 아름답듯이, 화려하게 큰소리로 말하며 부르는 양귀비 꽃 같은 사람보다 비록 작은 모습이지만 가슴깊이 잔잔한 향기로 속삭이는 들꽃 같은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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