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문화부 기자

   
21세기에 공동체를 이야기하는 것은 ‘소박한 환타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복지, 문화, 신앙등과 공동체와의 짝짓기는 꽤나 진부한 것들로 여겼다.

공동체의 모델에는 함께 벌고 나누고 쓰는 곧 생활과의 연결고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마을 속 작은 도서관들을 취재하면서 그동안 갖고 있던 공동체에 관한 고정관념이 깨졌다.

처음에는 살고 있는 아파트 한칸을 개방하다가 점차 책이 늘어나 몇 년만에 내집마련하듯 도서관 건물을 마련했다고 기뻐하는 도서관지기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한때는 레스토랑이었다는 통나무 집을 개조해 어린이 도서관으로 꾸민 초롱이네 도서관(용암동 원봉초 뒤)은 도심의 한적한 오두막 같다. 이곳에서는 톰소여같은 아이들이 허클베리핀같은 친구를 만나 곧 모험을 떠날것만 같다. 또한 가을에는 코스프레의 원조격인 동화잔치를 상당공원에서 몇 년째 열고 있다고. 각자 마음에 드는 캐릭터로 동화책 속에서 뛰어나온 듯한 이들을 만난다면 이상히 여기지 말고 반갑게 악수를 건넬 일이다.

이종수 시인은 7년째 참도깨비도서관(청주대 입구)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책읽어주는 아빠’로 더 유명해졌다. 홈페이지에 연재했던 육아일기를 모아 책으로 펴냈고, 지금은 수몰 아이들의 이야기를 동화로 엮고 있다. 시인은 참도깨비란 이름처럼 남몰래 어린이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또한 청원군 강내초등학교 위로 난 작은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들꽃처럼 제자리에서 제역할을 다하라는 뜻이 담긴 들꽃방이 나타난다. 어린이 도서관인 들꽃방은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쉼터로 마을의 명소가 됐다.

이들의 도심속의 도서관 가꾸기는 ‘동화책을 읽는 어른모임’에서 시작됐다. “우리 아이들만 보기가 아까워서…”라는 것이 이유였지만, 세월따라 소장도서도 늘어났고, 자연스럽게 도서관까지 열게 됐다는 것이다.

또한 전국에 이러한 뜻을 같이 하는 모임인 (사)어린이와 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자기 서재를 개방하는 일부터 시작한 이들의 실천이 마을마다 도서관을 만들어낼지 기대를 모은다.

이처럼 삶을 공유하는 것보다 이러한 일상의 단편들을 나누는 것이 공동체의 첫걸음이라면, 우리가 지금 실천할 수 있는 공동체적인 삶의 영역도 무한대로 넓어질지 모른다.

서재를 한번 보시라. 성인이 되면 평균 소유할 수 있는 책의 양은 보통 천권이 넘는다고 한다. 우리는 그동안 물건(책)을 소유해야만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좋은 서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책을 전시했다.

제레미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을 보면 21세기는 물질적인 풍요로움 위에서 이루어지는 접속의 시대라고 정의한다. 소유를 대체한 접속은 인터넷을 발판으로 정보와 지적 자산의 뭉치에 얹혀 판매자와 구매자의 시대가 아닌 공급자와 사용자의 시대를 가져오게 됐다는 것이다.

집마다 서재를 만드는 대신 이웃과 접속할 수 있는 도서관 만들기에 노력해보면 어떨까. 당신이 지금 마을을 위한 ‘책 공급자’로 나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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