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현 편집국장

   
역시 선거의 묘미는 새로운 사람들을 등장시킨다는 것입니다.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도 실로 많은 인물들이 새롭게 탄생했습니다. 물론 떨어진 이들한테는 미안한 얘기이지만 말입니다. 이처럼 일거에, 그것도 평화적으로 사람들을 왕창 바꿀 수 있는 것은 선거 밖에 없습니다.

일단 선거가 끝나면 주변의 관심과 발길은 당선자쪽으로 쏠리게 마련입니다. 실제로 지금, 언제 그랬나 싶을 정도로 그동안 충북을 이끌어 온 이원종지사조차 당선자에 비해 언론보도에서 저만치 밀려나 있는 형국입니다. 굳이 염량세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힘의 이동이 눈에 보듯 선합니다. 이처럼 선거는 한편으론 냉혹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거부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정우택 도지사 당선자와 남상우 청주시장 당선자의 행보가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두분 다 도정과 시정에 확실한 변화를 주겠다고 천명하면서 이를 위한 구체적 움직임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정 당선자의 도정인수위가 그렇고, 발로 뛰는 시장이 되겠다는 남 당선자의 공언이 그렇습니다. 원래 선거에선 당선된 사람이나 떨어진 사람 모두 할말이 많다고들 합니다. 당선자는 갑자기 생겨 나는 주체할 수 없는 힘 때문에 말이 많아지고, 떨어진 사람은 본인의 낙선 이유를 합리화하느라 그렇다고 합니다. 물론 앞으로 두 분이 펼칠 도정과 시정에 대해선 기대감이 큰 게 사실입니다. 두 분 다 개성이 뚜렷한데다 공직 경험과 실력까지 겸비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많은 사람들이 두 분에게 거는 기대감은 분명합니다. 정우택 당선자에겐 ‘힘있는 도지사’를, 남상우 당선자에겐 ‘일하는 시장’을 각별하게 주문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생각들을 하는지는 두 당선자들이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설령 모르더라도 주변에 양식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차차 알게 될거라고 확신합니다. 우선 힘있는 도지사가 무슨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분명히 부하 직원에게 권위있게 군림하라는 뜻은 아닐 것입니다.

공조직 안에서의 리더십은 무슨 힘이나 권력에 의지하지 않더라도 본인만 잘 하면 자연스럽게 생성된다고 봅니다. 사실 도민들이 바라는 도지사의 힘은 산하 직원이나 기관을 다그치고, 그를 모시는 주변인들에게 두려움과 부담을 주는 것은 분명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정작 도민들이 바라는 것은 위기 상황에서, 혹은 도지사로서 꼭 나서야 할 때 피하지 않고 “날 따르라”고 외치는 그런 추상같은 권위일 것입니다. 하이닉스 비정규 노동자와 전경들이 서로 길바닥에 쓰러져 1년이 넘게 피를 흘리는 사태를 한 예로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리 법과 규정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직접 당사자들을 만나 담판을 지으려는 그런 도지사를 도민들은 원할 것입니다. 도세가 약하다고 중앙정부나 정치권이 무시한다면 당장 머리띠를 두르고 내쳐 올라가 핏대를 올리는 그런 도지사의 힘이 절실하다고 봅니다. 도민들은 안 되면 몽니라도 부리는 그런 근성있는 도지사를 바라는 지도 모릅니다.

일하는 청주시장을 보고 싶다는 시민들의 바람은 누가 강요하지도 않았는데 이젠 자연스러운, 아주 보편적인 지역의 화두가 됐습니다. “앞으로 이런 시장이 되겠다”는 남상우 당선자의 의지에 찬 공언이 제발 실천으로 옮겨지질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본인 말대로 천부적인 건강과 체력을 가진 만큼 그 힘을 앞으로 시정발전에 쏟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남 당선자 역시 왜 시중에서 ‘일하는 시장을 보고 싶다’는 말이 자꾸 나오는지 먼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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