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 청주 관음사 주지

   
이번 5.31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말을 건넨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과 영광은 잠시 미루라. 앞으로 쏟아질 축하와 찬사는 하늘에 닿고도 남을 테니 이 시점에서는 갈등과 상처의 치유가 우선이다. 아직 우리 사회는 승리자의 잔치에 열광하지만 패배자의 눈물에는 인색하다.

이번 선거에서 낙선의 쓴잔을 마신 경쟁 후보자들에게도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자. 그래서 이번 선거가 축제와 화합의 한마당이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출마자들 개개인이 진정한 축제의 주인공이었음을 기억하게 해주자. 이번 기회를 통해 좀 더 겸허하고 성숙된 당선자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이번에 선출된 도지사를 비롯하여 시장·군수 당선자들에게 옛 스님들이 남긴 선문보감(禪門寶鑑)을 빌어서 몇 가지를 당부하고자 한다. 중국의 법연(法演)선사의 법문에 의하면, 지도자는 4가지를 조심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첫째는 세력을 다 부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둘째는 복을 다 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셋째는 규율을 다 시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넷째는 좋은 말을 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찌 이 당부가 먼 옛날의 가르침이겠는가. 현재의 우리들이 더 가슴에 새겨야 할 금언이다. 직위를 이용하여 권력을 부리는 지도자는 가장 수준이 낮은 모습일 것이요, 국민을 위해 복을 짓지 않고 도리어 자신에게 주어진 복(福)으로 착각하고 그 자리를 남용하는 지도자 또한 그 다음의 수준이요, 인정과 도리를 떠나 법으로서 시비를 가리려는 지도자는 더 낮은 수준일 것이요, 허영과 공명심으로 책임 없는 말을 하는 지도자는 수준에도 오르지 못하는 모습일 것이다.

고사(古事)에 이런 이야기가 전한다. 한 스님이 유명한 절의 주지가 되었다고 한다. 그 스님은 자기를 다스리는 데는 엄격하고 대중에게는 관대하였다. 오래지 않아 절의 어려운 일들이 해결되고 대중들은 주지의 높은 덕을 칭찬하였다. 그때 어떤 스님이 이를 듣고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절의 주지가 되어 대중을 편안하게 하고 사사로이 재물을 가지지 않고 대중과 고락을 함께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무슨 말할 거리가 되겠는가? 사대부가 관리가 되어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고는, ‘나는 뇌물을 받지 않았으며 백성을 어지럽히지 않았다’고 내세우는 것과 같다. 뇌물을 받지 않고 백성을 어지럽히지 않는 것은 관리된 사람의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이번에 선출된 나라의 관리들은 생활의 지침으로 삼아야 할 좌우명이다. 지금은 조금만 청렴해도 관리들이 칭찬 받는 시대가 되었다. 왜 그런가? 관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챙기지 못하고 부정부패에 연루되는 자들이 더 많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므로 나라와 고을을 다스리는 지도자는 당연히 칭찬을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 칭찬마저 귀한 시절이 되었으니 더 안타까울 따름이다.부디 자기 자신에게 더 엄격해주길 바란다.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 재물과 명예에 욕심내지 않고 위민봉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의 잘못을 개혁하고자 한다면 한꺼번에 뜯어 고쳐서는 아니 될 것이다. 사람들의 사정에 맞게 개혁해야 남이 의심하지 않고 원한도 생기지 않는 까닭이다. 지금의 정부가 이 같은 수순을 밟았다면 국민들이 이토록 등을 돌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번의 민심을 반면교사 삼아 대화와 타협으로 민의를 이끌었으면 좋겠다.

옛말에 세상을 잘 다스리는 사람은 일을 잘 살피고 능력껏 실천하며 과감하게 결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 세 가지 가운데 하나만 빠뜨려도 일을 살피는 것이 분명하지 못하여 끝내는 사람들에게 변변치 못하다는 평가를 받기가 쉽다. 그리고 지도자는 정당하게 처신하여 다른 사람들이 뒷말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할 것이다. 한번 구설수에 오르면 임기가 끝날 때까지 그 뜻을 펴기가 어렵다는 것도 그 이유가 된다.

다시 말해 지도자는 자기 관리에 엄격하여 덕망을 쌓고 신뢰를 주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즉, 초심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도민과 시민의 참다운 일꾼이 될 수 있다. 당선자들에게 부탁하건데, 부디 유권자들이 올바르고 현명한 선택을 하였다는 것을 임기 동안 능력과 실천을 통해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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