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 투쟁을 멈출수 없는 이유 2002-11-21

충청리뷰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를 바라 보는 시각도 여러 가지다. 우선 이번 사태가 빌미가 돼 인신구속이나 소환조사 등 피해를 당한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리뷰 전직원들은 깊이 머리숙여 사죄한다. 이분들에겐 지금 어떤 위로의 말도 부질없음을 잘 안다. 그래서 더욱 참담하다.
청주지검은 여전히 보복수사에 대해 어떤 사과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동안 충청리뷰는 여러 채널을 통해 청주지검에 책임자의 사과를 요구해 왔다. 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무차별적인 보복수사를 당한 입장에서 고작 사과를 받아내겠다는 발상 자체가 초라하기 그지없지만, 피해자가 속출하면서 사태의 수습을 바라는 주변의 요구가 많았음을 솔직히 시인한다. 그러나 청주지검은 본사 윤석위대표와 서원대 김정기총장 구속이라는 예정된 수순의 ‘전리품’을 얻어내고도 사과는 커녕 본보 광고주에 대한 수사를 재개하고 주주에게 투자경위를 추궁하는 등 으름장을 놓고 있다.
최근 몇일 사이 나는 이런 충고를 많이 들었다. 이 시점에서 싸움을 그치면 리뷰가 이긴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들이다. 사주를 구속하고 주주를 위협하며 광고주를 무더기 소환하는 청주지검의 소름끼치는 보복수사에 맞서 고작 지면과 맨몸으로 저항하는 우리의 모습이 많은 사람들의 눈엔 무슨 ‘목적’이 있는 싸움쯤으로 여겨졌던 모양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리뷰는 일방적으로 당했다. 사주는 공갈, 협박이나 일삼는 파렴치범으로 몰려 영어(囹圄)의 몸이 됐고, 리뷰는 기자들을 앞세워 광고나 강매하는 사이비 언론으로 매도됐으며 광고주들은 영문도 모른채 취조를 당했다. 상황이 이런데 리뷰가 뭘 이겼다는 것인가. 몇번 중앙언론을 탔고 또 일부 시민들의 지대한(?) 관심을 끈 것을 그런 식으로 표현한다면 할 말이 없다.
나는 이런 충고를 들을 때마다 몇번이고 천당과 지옥을 왕복했다. 그래도 우리 일에 관심과 애정을 갖는 분들이 있구나 하는 위안감은 곧바로, 결국 이런 식으로 평가받고 마는구나 하는 좌절감으로 이어졌다. 검찰의 심기를 건드려 무참하게 깨졌는데도 감히 누구도 하지 못하는 싸움을 벌였으니 어쨌든 대성공이다? 표현이 지나칠지 몰라도 이건 피해의식을 넘어선 노예근성이나 다름없다. 이런 더러운 ‘의식의 마스터베이션’이 반세기동안 총리한번 내지 못한 충북의 그 못난 정서를 키워 왔는지도 모른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리뷰는 한가지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기업하는 사람들과 공무원, 그리고 지역의 유지급 인사들이 검찰을 엄청나게 무서워한다는 것이다. 왜 그들이 청주지검에 대한 원초적인 두려움을 내재시킨채 리뷰에 전화하기조차 꺼리는지 나는 정말 궁금하다. 그래서 나는 세가지를 주문한다.
우선 지역의 양식있는 사람들이 이번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고 과감히 나서라는 것이다. 청주지검의 주장대로 윤석위대표와 김정기총장을 개인비리로 구속했다면 그 많은 수사력을 동원해 리뷰 광고주를 소환, 언론을 탄압한 행위에 대해선 마땅히 검찰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범부들과 똑같이 울분만을 삼키고 행동하지 못한다면 지방검찰의 오만한 권위화는 더욱 기세를 올릴 것이다.
이 지역의 변호사 사회에도 한마디 하고 싶다. 누가 뭐래도 변호사는 법과 인권의 최후 파수꾼이자 검찰을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다. 검사를 지낸 한 변호사의 “검찰이 그렇게 무서운 존재인지 미처 몰랐다”는 독백을 듣고 나는 과감히 묻는다. 저들은 언젠간 떠나지만 그네들은 이 지역에서, 경우에 따라선 조상 대대로 살아가야지 않는가. 이런 부당함에 항거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이 곳을 떠나라. 지금의 문제는 이미 불거져야 했을 사안이고 이를 방치한 그네들의 책임을 많은 시민들은 의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안티 충청리뷰 세력들에게 당부한다. 리뷰를 싫어하고 비판하는 것은 자유다. 우리도 얼마든지 환영한다. 그러나 검찰의 주구(走狗)는 되지 마라. 그것은 지역을 팔아 먹는 행위다. 청주지검장을 지낸 신임 유창종서울지검장이 취임식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검사는 전장의 장군과도 같다. 적법 절차보다는 실체적 사실발견에 집착한 나머지 장군이 지휘통제부를 떠나 전선에서 직접 소총을 들고 전투를 벌인 것은 없는지 지금 검찰은 반성해야 한다.” 자신들을 비판한 충청리뷰를 때려잡겠다고 광고주 수십명씩을 굴비엮듯 한꺼번에 소환해 조사를 벌인 청주지검의 검사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지난 한달간 청주엔 마치 계엄령이 발효된 듯한 착각을 갖게 했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리뷰직원들은 여전히 두렵다.

한 덕 현 (본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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