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추적 ] 2002년11월21일 제435호

“이게 과연 공정한지 리뷰해보라”

청주지검의 <충청리뷰> 표적·보복수사 논란… 무리하고 강압적 수사로 피해자 계속 늘어

요즘 조용한 도시 청주가 시끄럽다.

청주지검이 지역 시사주간지 <충청리뷰> 윤석위(49·이건건설 대표) 대표를 구속한 데 이어 서원대 김정기(58) 총장까지 구속하면서 표적·보복수사 의혹과 항의가 줄을 잇고 있다. ‘무소불위’의 지방검찰이 비판언론 길들이기를 위해 대학총장까지 구속하는 무리수를 두었다는 원성도 나오고 있다.

개미 광고주까지 샅샅이 조사

사진/ 충북도 내 38개 시민단체는 지난 10월22일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실에서 <충청리뷰> 지키기 충북도민대책위를 만들었다.

청주지역에서 성역과도 같은 검찰수사에 대한 비판과 항의가 설득력을 얻는 것은 검찰의 부인에도 <충청리뷰>의 비판기사와 검찰의 조직적이고 폭넓은 수사시점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는 점 때문이다. 또 윤 대표 개인 비리와 상관없는 광고·출자회사·주주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도 한몫한다.

<충청리뷰>는 지난 9월14일(246호)과 21일치(247호) 기사에서 ‘법화… 그 깊은 상처’라는 제목으로 지방검찰을 꼬집는 기사를 실었다. 하나는 불구속수사 원칙을 외치면서도 해마다 구속영장 발부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그 가운데 청주가 가장 높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비실명으로 거론한 지역 일부 인사들이 지방검찰에 줄을 대 ‘알아모시기’를 하고 있으며 이런 분위기가 지역화합을 해치는 등 비난이 일고 있다는 내용이다.

보도 10일 뒤인 10월2일, 청주지검은 청주시에 공문을 보내 <충청리뷰> 주주 등이 공동출자한 전시·인테리어업체 (주)다산애드컴의 3년간 공사내역 서류를 요구하고, 충북건설협회에는 윤 대표가 운영하는 (주)이건과 (주)백상의 5년간 공사수주 실적을 요구해 수사에 착수했다. 또 저인망식 <충청리뷰> 광고 수사에 들어가 20여개 업체 광고주에서 음식점 등 개미 광고주까지 100여명을 불러 조사했다. 충북도·청주시 등 충북지역 7개 지방자치단체 공보 담당직원들도 이틀에 걸쳐 최근 5년 동안 <충청리뷰> 광고내역을 샅샅이 조사받았다.

이어 청주지검은 10월15일 언론사 대표라는 지위를 이용해 철거전문 건설업체한테서 돈을 받아 낸 혐의(공갈·갈취)로 <충청리뷰> 윤 대표를 구속했다. 지난해 2월 서원대가 발주한 서원대 산하 충북여중 철거공사를 ㄱ건설이 받도록 해준 뒤 그 대가로 2차례에 걸쳐 3천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윤 대표가 언론사 대표라는 지위를 이용해 돈을 주지 않으면 기사화할 듯한 뜻을 내비치는 등 전형적인 언론사칭 갈취사범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표가 구속된 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청주경실련 등 충북지역 38개 시민·사회단체는 <충청리뷰>지키기 충북도민대책위원회를 꾸려 검찰수사를 비난했다. 이들은 “청주지검이 윤 대표 개인 비리를 수사하면서 광고주까지 불러 수사하는 것은 광고주를 압박해 비판언론을 고사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명분 없는 보복수사를 중단하고 검찰 책임자는 도민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대책위는 청주지검·대검찰청 방문시위, 청주 성안길 항의집회 등을 통해 검찰수사의 부당함을 고발했으며 도종환 시인, 이홍원 화백 등은 1인시위를 하며 검찰수사를 비판했다.

서원대 총장 구속, 설마 했는데…

사진/ 백지광고를 내고 있는 <충천리뷰>엔 격려광고가 줄을 잇지만, 광고매출은 수사 이전의 20~30%에 머물러 심각한 자금난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수사는 기사가 나간 뒤 시작한 것이 아니라 진정·제보·첩보 등에 따라 1년6개월 전부터 계속해왔는데 우연히 시점이 같았다”며 표적·보복수사 주장을 반박했다. 또 “광고주 조사는 지역에서 광고 관련 강압이 있었다는 제보가 있어 확인 차원에서 관련자들과 서류를 검토한 것일 뿐 다른 뜻은 없다”고 해명했다.

검찰의 해명과 상관없이 윤 대표가 기소되면서 지역에서는 다음 수사 대상은 김 총장이 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시민운동 등을 통해 윤 대표가 김 총장과 친분을 쌓아온데다 윤 대표 구속의 빌미가 된 것이 서원대가 발주한 공사였고, 드러난 혐의만으로는 기소유지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윤 대표가 구속된 지 한달도 채 안 돼 소문은 사실이 됐지만 구속까지는 아닐 것이라는 ‘설마’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김 총장은 11월12일 도서관 신축공사 과정에서 담합입찰 등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전격 구속됐다. 2000년 6월, 도서관 공사를 LG건설에 지명경쟁 입찰방식으로 주도록 이 대학 김연복(46·당시 경리과장·구속) 기획과장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총장은 LG건설에 공사를 준 뒤, <충청리뷰> 발행인이자 이건건설 윤 대표에게 12억원 상당의 토목공사를 하도급 주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공사에 관여한 직원들이 김 총장의 혐의를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어 구속이 불가피했고, 금품수수 등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에 대해 수사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도급순위 20위 안 업체 가운데 부실기업을 제외한 5곳을 선정해 입찰하도록 했다. 학교 사상 가장 큰 공사(공사비 179억원)여서 직원에게 협조를 잘해 공사를 마무리하는 정도의 지시였을 뿐 담합 같은 것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윤 대표와 김 총장의 잇단 구속이 별개의 사건이라고 밝혔지만 <충청리뷰>와 서원대, 시민단체 등은 <충청리뷰>의 비판기사에 대한 보복수사의 연장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원대 교수협의회·총학생회·직원노조 등은 “지난해 이아무개 교수의 진정으로 총장과 관련자들이 계좌추적까지 받는 등의 수사를 받았는데 같은 사안을 또 수사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도서관 건축 관련문제뿐 아니라 재단영입 의향서, 서원학원 중·고교 인사자료 등까지 수사하는 것은 학교 전체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충청리뷰>지키기 범도민대책위원회도 “공사상의 문제가 있더라도 금품수수 등 비리가 드러나지 않은 마당에 현직 총장을 구속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법 집행이다. 검찰수사가 <충청리뷰>와 특정 대학을 탄압하려는 의도라는 것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충청리뷰> 백지광고… 심각한 자금난

사진/ 지난 10월25일 대검찰청 앞에서 충북대 김승환 교수(국어교육학과)가 청주지검의 무리한 수사에 항의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윤 대표 수사 범주에 <충청리뷰> 광고주가 포함되면서 <충청리뷰>와 직원, 광고주 등은 큰 어려움에 빠졌다. <충청리뷰>는 48면 가운데 8~12면을 광고로 메워왔으나 광고주 소환조사 이후 광고가 눈에 띄게 줄어 1974년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 이후 처음으로 백지광고를 냈다. 그나마 격려광고가 줄을 잇지만, 광고매출은 수사 이전의 20~30% 수준에 머물러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심각한 자금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충청리뷰>는 서영제 청주지검장 등 4명을 직권남용혐의로 대검찰청에 고소하고, 서 지검장 등 3명을 상대로 1억5천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청주지법에 냈다. 재단영입이 한창인데다 입시철에 총장이 구속된 서원대도 학생 모집 실적이 크게 떨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찰의 잘못된 지역 인식과 수사관행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검찰 관계자는 “<충청리뷰>가 제대로 된 언론입니까”, “1천부도 안 나가는데 홍보 도우미를 쓰는 게 낫지 않나요”, “질이 안 좋은 기자 몇명이 쓰는…”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적어도 지역 38개 시민단체 등이 힘을 보태는 ‘양심 있는 지역언론’이라는 주장과 거리가 멀 뿐 아니라 편견 없는 수사 진행 원칙에도 벗어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지역인사들과의 유착의혹을 미리 막기 위해 지역단체장 등과의 모임은 물론 식사까지 안에서 해결할 정도로 지역과 담을 쌓고 있는 것을 자랑했다. 그러나 수사발표에서는 이번 수사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밝힐 수 없는 지역의 몇몇 유력인사였다는 등 편식증을 간접 시인했다.

가시적 결과를 내기 위한 강압수사 관행도 여전했다. 광고내역 수사를 받은 한 공무원은 검찰의 강압적이고도 비인권적인 수사를 꼬집는 글을 직장협의회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 공무원은 “새벽까지 계속되는 수사에서 검찰 수사관은 내내 고압적인 태도로 대해 공무원으로서의 내 인권이 이렇게 짓밟혀도 되는지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경우에 따라 도지사도 부를 수 있으니 수사에 협조하라’는 식으로 겁을 줬다”고 했다. 검찰의 말대로 보복·표적수사가 아니더라도 강압적 수사 관행과 무리하게 넓힌 수사범위 등 거친 수사로 청주지역에는 선의의 피해자가 늘고 있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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