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새 사업실적 32배, 영업이익도 7억
김이사장 동분서주 헌신적 봉사 결실
“현재생활 만족” 근로자들 밝은 얼굴


아침 8시50분, 맑은 햇살 속에 두 대의 통근버스가 도착한다. 동시에 수 십대의 자가용차들도 속속 정문을 들어선다. 밝은 표정으로 차에서 내린 근로자들이 모두 제자리를 찾아가 앉고 컨베이어벨트가 돌기 시작하면서 하루는 시작된다.

청주에서 충주방향으로 20여분 차를 몰고 가다 보면 왼쪽에 ‘보람동산’이라 쓴 입 간판이 서있다. 청원군 북이면 현암리. 이곳이 바로 90명의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다름없이 생산활동을 벌이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보람동산’이다.

정문에 들어서면 먼저 잘 정리된 깨끗한 경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가운데 널따란 잔디광장이 펼쳐져 있고 왼쪽에 제1, 제2공장, 가운데 본관건물, 오른편 위쪽으로 제3공장이 자리잡고 있다. 생산공장이라고 하지만 마치 일반공공기관 같은 차분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 근로자들의 아버지나 다름없는 김영수 이사장이 작업을 하고 있는 여직원에게 애로사랑이 없는 가를 묻고 있다. 장애인들이 노동을 통해 자립하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주기 위해 1996년 LG그룹이 50억 원을 출자해 설립된 ‘보람동산’은 올해로 창립 8년째를 맞았다. 설립 당시 총 48명으로 출발한 ‘보람동산’은 거의 보조금에 의존하다시피 운영됐고 일이라고 해야 소규모 단순 임가공작업이 전부였다. 당연히 기대도 크지 않았다. 사회로부터 외면 당하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상징적 배려이겠거니 생각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8년 사이 종업원은 직원21명, 장애근로자90명 등 111명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고 본관과 공장건물 한 채 뿐이던 경내는 2공장, 3공장이 잇달아 들어서면서 제법 복지법인다운 면모로 바뀌었다. 설립당시 1억 원이던 사업실적은 8년 새 32억으로 32배 늘어났고 지난해 영업이익만도 6억9천5백만원을 기록했다. 잘 나가는 중소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무엇보다 초기 42만원에 불과하던 근로자들의 평균임금이 90만원으로 대폭 인상되었다는 점이 놀랍다. 올해 일반근로자들의 최저임금이 74만4천원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액수이다. 이곳 ‘보람동산’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은 지체장애를 비롯해 청각, 정신, 시각, 언어장애인들로 구성되어있는데 대부분이 중증으로 남성이 3분의 2이고 나머지가 여성들이다. 이들 근로자들은 LG화학에서 가져 온 치약, 비누, 면도기 등을 여행용세트로 조합하고 하이샤시 창문의 롤러조립, 오토바이 헬멧 및 연필 등의 전사지 부착, 아기기저귀 포장작업 등의 단순 수작업을 날마다 되풀이한다. 또한 ‘보람동산’ 고유브랜드로 고품질의 복사용지를 생산해 국가기관에 공급해주고 있는데 청와대, 감사원, 충북도 및 각 시, 군이 이곳 ‘보람동산’의 복사용지를 쓰고 있다. ‘보람동산’이 일취월장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 데는 김영수이사장의 헌신적 노력이 큰 힘이 되었다. 1999년 공직을 마감한 김이사장이 이원종지사의 발탁으로 30여 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보람동산’이사장으로 선임된 것이 계기가 됐다. 감사원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30년 동안 오직 한 곳에서만 재직한 김이사장은 6년간의 청와대파견 근무를 통해 쌓은 인적기반을 활용, 정부로부터 각종 특별예산을 유치해 자립기반을 쌓는데 절대적 역할을 했던 것이다. 김이사장은 청와대로, 국회로, 보건복지부로, 또 다른 국가기관을 찾아다니면서 장애인들의 어려운 실정을 설명하고 간곡한 호소를 통해 수 차례에 걸쳐 총 20여억 원의 예산을 따 왔다. 제2공장, 제3공장, 복지관, 기계, 장비, 차량구입 등이 모두 김이사장 부임이후 이루어 낸 것들이다. ▲ 오전 한때 하이샤시 롤러 조립작업에 여념 없는 남녀근로자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지난 해 개관한 복지관은 웬만한 호텔 급의 잠자리와 휴게시설, 물리치료실까지 갖추어져 있어 근로자들을 즐겁게 해준다. 경내 이곳 저곳에 근로자들의 자가용이 줄지어 있는 것이 ‘보람동산’의 오늘을 말해주고 있다.

입사 8년째로 신앙모임인 ‘신우회’ 회장을 맡고있는 김필대씨(53)는 괴산에서 부부가 생활하며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김씨는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고있다”고 말한다.

김이사장은 현재 충북장애인복지시설협회장, 충북장애인16개단체연합회장을 맡고있는데 이번 다시 한국장애인 직업재활시설협회장으로 추대돼 전국장애인시설 확충의 책임까지 지게 되었다.

무보수 명예직으로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이사장은 국회에 입법 청원하랴, 중앙정부에 특별예산 청탁하랴, 공청회 참석하랴, 자치단체세일즈 하랴, 전국장애인시설 총괄하랴, 눈코 뜰 새 없이 서울과 지방을 오르내리며 동분서주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김이사장은 “여생을 장애인들과 생활을 함께 하는 것에 감사한다”며 신앙인 다운 면모를 보이면서 “모든 근로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한마음으로 열심히 일해 온 것이 오늘의 ‘보람동산’을 있게 했다”며 자신의 공을 근로자들에게 돌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등록장애인은 145만 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장애인은 이 보다 훨씬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장애를 남에게 알리기 싫어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장애가 없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모두 장애인이나 다름이 없다. 교통사고 등 각종 사고에 의한 후천적 장애가 지체장애인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본다면 성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예비장애인인 까닭이다.

컨베이어를 타고 쉴새없이 밀려오는 반제품을 즐거운 마음으로 조립하는 장애근로자들의 밝은 표정엔 보람이 가득 차 보였다. 그들은 부모의 도움 없이, 비장애인이 부럽지 않은 떳떳한 생활인이라는 자부심이 얼굴에 가득했다. ‘보람동산’이야말로 비장애인들, 아니 일반인이 장애인을 부러워 할 ‘장애인의 요람’이 분명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