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국무총리,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 이들이 대한민국에 기여한 것 중 하나는 여성 정치인에 대한 편견을 없앴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여성도 정치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여성들이 모든 분야에 들어가 능력을 발휘했어도 정치 만큼은 남성의 전유물로 인식돼왔다.

간혹 소수의 여성이 금녀의 벽을 허물고 여성 정치인으로 활동해 왔지 국회와 지방의회에 여성들이 들어가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충북지역은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강혜숙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의원을 첫 여성 국회의원으로 탄생시켰다. 그많은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는 동안 이 지역에서 여성 국회의원 한 명 내지 못했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동시에 국회의원이 얼마나 남성들만의 것이었는가를 입증하는 대목이다.

올해 지방선거에서는 12명의 후보가 도내 광역·기초의원에 출마했다. 그리고 이영희 국민중심당 부대표 겸 여성위원장이 단양군수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다. 이 위원장도 여성으로서는 도내 최초의 자치단체장 후보가 된다. 다행히 많은 지역에서 여성 후보를 비례대표 1순위에 배정, 희망을 갖게 하지만 올 지방선거에서 몇 명의 여성의원이 탄생할까 긍금하지 않을 수 없다.

따지고 보면 비례대표 1순위에 여성 후보를 낙점한 것도 지난 2002년부터였다. 여성들의 정치참여 비율을 높이기 위해 만든 비례대표까지도 지역의 남성 유지들이 나눠 갖는 바람에 여성들 차지가 되지 않았던 것. 올해 그래도 많은 여성 후보가 비례대표 1순위를 따내게 된 것은 앞장서서 이를 부르짖은 여성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당초 충북의 정당들은 1순위를 남성들에게 주고, 2위 혹은 3위 정도를 여성들에게 주었다. 이 때문에 도내 여성계 인사들은 정당을 찾아가 항의하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결국 중앙당이 여성에게 1순위를 준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결과가 달라졌다. 지역에서 2위로 올린 여성 후보가 뒤집혀 1위로 내려온 것이다.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당시 충북도의회에는 여성 비례대표 의원 3명이 입성한다.

이제 남녀의 성역할이 따로 없는 세상이 됐다. 세상은 많이 바뀌었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여성 후보들은 하나같이 “전에는 연세드신 분들이 여자가 뭘 하느냐고 했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명함을 주면 받으면서 다시 한 번 얼굴을 쳐다본다. 세상이 달라졌다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 손을 꼭 잡으며 여성들이 의회로 들어가 지방정치를 변화시켜 달라는 유권자를 만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온 몸의 피로가 확 풀리고 희망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기자가 인터뷰한 젊은 여성후보들은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아이 맡길 데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던 시절을 경험했고, 여성들이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누가 해결해줄 때를 기다리지 말고 직접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최근 ‘화두’로 등장한 저출산 문제를 보더라도 아이낳아 기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사회가 되지 않는 한 저출산은 해결되지 않는다. 여성 후보들은 생활에서 느끼는 이런 문제를 고민하다 출마까지 했지만 의회에 들어가서는 사회복지 외에 지역경제, 사회, 문화, 환경, 교육, 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는 의원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많은 여성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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