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빈 교수회장 1인 시위, 노조 공조유지 관심

교수회의 총장실 점거, 직원노조의 총파업 결의, 김윤배 총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시위 등으로 점철돼 온 청주대 사태가 교수회 회장단의 전격교체와 직원노조의 임단협 타결 등의 내부 변화로 이전까지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달 27일 청주대 교수회는 임시총회를 열어 임기를 6개월 남긴 유정환 회장(정치외교학과)을 비롯한 기존 집행부 대신, 교수회장으로 임승빈 교수(국어국문학과)를, 김재한 교수(지리교육과), 류제복 교수(통계과)를 부회장으로 하는 새로운 회장단을 구성했다.

27일 임시총회에서 교수회 교수 88명이 투표에 참석해 ‘투쟁’과 ‘투쟁·협상의 병행’이라는 2가지 투쟁방향을 놓고 교수들의 의견을 물은 결과, 52명이 선택한 ‘투쟁’이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이와 함께 지난 3개월 동안 총장실 점거와 함께 재단과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려 했던 기존 회장단은 입장차로 사퇴하게 됐다.

교수회 관계자는 “그동안 회장단이 재단 측과 협상해 온 총장선출방식에 대한 조율은 교수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다. 대다수의 교수들이 원하는 것은 옳지 못한 방법으로 총장이 된 현 총장의 퇴진”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러한 결정은 앞으로 교수회의 투쟁방식이 더욱 강경해지는 것을 의미해 김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교수회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이러한 교수회의 움직임과는 달리 지금껏 학내 민주화를 위해 교수회와 공조체제를 유지해 온 직원노조가 4일 임단협 타결과 함께 총파업 결의를 철회하는 등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어 공조체제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관측에 힘이 실리는 것은 애초 노조가 요구했던 임금인상안과 재규정심의위원회, 팀장회의 등 학교운영의 참여, 복리후생 등 29개 요구사항에 크게 못 미치는 비정규직 임금 인상, 정년의 국가공무원법 적용, 장기 근속자에 대한 예우 등의 합의만으로 그동안 난항을 겪어왔던 협상이 쉽게 타결됐다는 시각이 크게 작용했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요구사항 자체가 직원들의 요구라기보다는 관계단체의 요구사항이거나 협상의 도구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직원들은 임금인상안 등 학교 측이 받아들인 요구안에 대해 대체적으로 성공적인 협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직원들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총파업 철회 결정은 노조가 처한 입장하고도 무관하지 않다. 총파업을 추진했던 노조 집행부의 의도는 직원의 실익을 위해서라기 보다 학내 민주화를 관철시키기 위한 성격이 강했지만 협상이 타결된 마당에 교수회와의 연대만을 고집해 무리하게 파업을 끌고 갈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청주대 노조 박용기 지부장은 “일반조합원과 집행부의 견해차가 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교수회와 공조체제가 무너진 것은 아니다. 다만 예전과는 달리 직접적인 행동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칙적으로는 교수회와 뜻을 같이 하지만 임단협이 타결된 입장에서 이전과 같은 강경한 대응은 사실상 어렵다는 설명이다.
학교 관계자들도 임단협 타결로 김 총장에 대한 구성원들의 공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했다.

대학 관계자는 “지난 6일 동문 80여명과 김 총장이 함께 참가한 총동문회 정기산행에서 김 총장이 ‘임단협 타결로 학내상황이 호전될 것이며 동문 여러분이 우려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인사말을 건넸다”고 말했다. 김 총장의 긍정적 예상은 임단협 타결과 함께 강경파와 온건파로 갈린 교수회가 스스로 와해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뒷받침 됐던 것으로 해석된다. 온건파 교수들 사이에서는 강경파의 물밑작업이 있었다는 주장과 함께, 교수회의 회칙을 들어 신임회장 선출에 대해 이의 제기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교수회 회칙에는 임기가 남은 경우 부회장이 회장 권한을 대행하도록 되어 있어 전임 회장단에서 회칙해석에 대한 논의를 요구했으나 참석자가 많지 않아 포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단측의 기대와는 달리 전임 유정환 회장의 잔여임기(2005년 10월)를 채울 임승빈 회장은 지난 8일부터 ‘지명총장 퇴진을 위한 침묵시위’를 펼치는 등 강도를 높이고 있다. 임 회장은 “교수회의 입장을 밝히는 현수막을 학교 측에서 거는 족족 떼어내는 등 전횡을 일삼고 있다”며, “의사표현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교수회의 강경한 입장을 알리기 위해 1인 시위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1인 시위에서 나선 임 회장은 ‘지명총장 퇴진 청주대학교의 봄’이란 제목의 피켓을 들고 “총장은 단순한 행정기관의 대표가 아닌 최고 교육기관의 수장”이며, “김 총장의 석사학위 논문은 95년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의해 72%가 표절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 그가 학문과 지성의 전당인 대학의 최고 책임자로 있고, 그의 이름으로 학위가 수여되는 것은 부당하며 청대인과 청주대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슬픈 일이다”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세워놓고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임 회장은 “1인 시위는 우선적으로 학기가 끝날 때까지 지속할 계획이다. 교수회는 이익집단으로 투쟁하는 것이 아니고, 올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총장에 임명된 김 총장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투쟁하는 것”이라며 “교수회장 취임인사에서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말했지만 지금까지와 같은 수준의 대화에는 응하지 않는다는 것이 교수회의 입장이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1인 시위와 함께 ‘임승빈의 아침 편지’라는 글을 인터넷에 게재할 계획이다. 임 회장은 “인터넷을 통해 현 청주대학의 상황을 전국민에게 알릴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새 체제의 교수회는 김 총장이 퇴진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 장기적인 투쟁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회 한 관계자는 “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4년간 투쟁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4년 후 대학의 민주화가 이뤄지든지 파행으로 치닫든지 결정 날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5월말 발표되는 감사 결과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감사결과에 따라 총장실 점거농성의 강제철회로 가느냐, 아니면 재단측에서 사태수습을 위해 먼저 협상안을 제시하느냐가 결정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오옥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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