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분홍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듯이…’유행가 가사처럼 봄은 갔습니다. 시절은 바야흐로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 춥지도, 덥지도 않은 알맞은 기온에 싱그러운 새 잎들이 온 산에 꽃처럼 돋아나니 아닌게 아니라 ‘여왕’이라는 찬사가 허언(虛言)이 아닌 듯 합니다.

6일이 입하(立夏)이니 절기 상으로는 이제 여름으로 들어섰습니다. 음력으로는 4, 5, 6월, 즉 입하에서 입추(立秋)전 까지를 여름이라고 하지만 6, 7, 8, 3개월을 여름으로 치는 양력이 남한지형에는 더 맞습니다.

옛사람들은 입하 15일간을 3후(三候)로 나눠, 초후(初候)에는 청개구리가 울고, 중후(中候)에는 지렁이가 땅에서 나오며, 말후(末候)에는 수풀 속에서 쥐 참외가 나온다고 하였습니다. 이 무렵이면 농촌에서는 못자리 돌보랴, 논 밭 갈랴, 씨 뿌리랴 일년 먹을 양식을 준비하느라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이때 이팝나무에는 온 나뭇가지에 하얀 쌀 밥 같은 흰 꽃이 핍니다. 그래 이팝나무를 쌀밥나무라고도 부르는데 꽃이 한꺼번에 잘 피면 그해 풍년이 들고 꽃이 신통치 않으면 흉년이 들 징조라고 세시기(歲時記)에는 적혀 있습니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는 명성 그대로 기념일이 유달리 많습니다. 1일 노동절에 이어 5일이 어린이날, 8일이 어버이날, 15일이 성년의 날이자 스승의 날입니다. 거기다 21일은 둘(2)이 하나(1)되어 가정을 화목하게 하자는 뜻으로 2004년 기념일로 제정한 부부의 날도 있습니다.

이 달 유독 가족에 관계되는 기념일이 많은 것은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려는데 그 뜻이 있지 않은가 여겨집니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 보면 평소 가족에 대한 소홀함이 많았기에 국가에서 특별히 날을 정해 하루를 기념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어떻든 5월은 바쁜 달입니다. 어린이날, 어버이 날, 성년의 날, 스승의 날, 거기다 부부의 날까지 있으니 좋은 부모 되어 아이들 즐겁게 하랴, 부모에 자식도리 하랴, 선생님 감사하랴, 좋은 남편, 좋은 아내 되랴, 이래저래 발에 땀이 날수밖에 없습니다.

가족의 소중함이야 아무리 강조한다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입니다. 부모와 자식, 아내와 남편, 형제 자매라는 천륜으로 맺어진 끊을 수 없는 인연은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 될 수 없는 소중하고도 귀중한 존재인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의 가정이 사랑과 우애(友愛)로 충만해 있다고 말 하기는 어렵습니다. 지난 날 국민소득 100달러의 가난했던 시절, 한 이불에 발을 묻고 온 가족이 의좋게 잠을 자던 때의 가족애(家族愛)는 먼 옛날 이야기가 된지 오래입니다.

전통적인 효(孝)사상은 사라져 버렸고 존경과 우애와 사랑이 끈끈해야 할 가족은 단지 구성원으로 한 지붕아래서 같이 살고있다는 의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세상이 되어있기에 말입니다.

국민소득은 1만 5000달러라면서 가정은 위기에 봉착(逢着)하고 사회는 천륜을 거스르는 온갖 패륜범죄로 만연돼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難堪)합니다.

1년에 한 달이 아니라 열두 달이 모두 ‘가정의 달’이 되고 365일이 어린이 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이 된다면 가정은 훨씬 더 화목하고 사회는 평화로워 질 것입니다. 음식점에 가고 선물도 주고받아야 하겠지만 ‘가정의 달’의 깊은 뜻을 한번 헤아려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가정의 달’ 5월에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 본사고문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