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별, ‘종착역 어딘갗에 따라 입장 차이 커
한 명은 서류심사서 탈락, 단일화 시점도 쟁점

현직 청원군수에서 청주시장 출마로 말을 바꿔탄 뒤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오효진 예비후보에 맞서 개혁성향 후보들의 경선 단일화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청주시장 후보군 가운데 한 명인 손현준 충북대 교수는 3월15일 기자회견을 갖고 당내 후보 가운데 개혁적 성향을 가진 후보 3명의 지지율 합계가 54%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손 교수에 따르면 당내 청주시장 후보군 가운데 A후보의 지지율이 46%인 반면, B후보의 지지율은 22%, C후보 19%, D후보 13% 등으로 조사됐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A후보는 오효진 청원군수를 나타내고, 나머지 B·C·D후보는 순서에 관계없이 김형근 전 도당사무처장, 손 교수, 정진태 전 산자부장관 보좌관인 것으로 추정된다.

손 교수가 1위와 2위의 지지율 격차가 20% 이상 벌어진 상황에서 비록 익명을 전제로 했지만 지지율 순위를 발표한 것은 개혁적 성향을 가진 후보군의 단일화를 강력하게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단일화를 하지 않는다면 당내 개혁그룹과 기간당원들의 주장해 온 경선이 아예 무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손 교수는 이에 따라 “성향이 비슷한 세 후보의 지지도를 합하면 A후보를 넘어선다”며 단일화와 함께 힘을 실어준다면 예선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손 후보는 또 “A후보의 지지자들은 한나라당 지지자가 많다”고 밝혔는데, 이는 A후보가 열린우리당 시장 후보로 확정될 경우 본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돌려 말한 것이다.

손 교수는 이밖에도 개혁적 성향의 후보 단일화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47%, 필요하다는 응답이 40%,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13%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현재 상황에서 세 명의 후보가 최선을 다하고 마지막에 단일화를 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4월 초에 후보 단일화를 위한 토론회를 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 교수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는 충청지역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청주시민 1200여명을 대상으로 ARS방식을 이용해 조사한 것이다.

경선 주장하며 일제히 출마
2월14일 홍재형 도당위원장이 무소속이던 오효진 청원군수의 입당과 청주시장 후보 전략공천 내정 사실을 발표하면서 열린우리당 내 개혁성향 당원들이 들끓기 시작했다. 도당위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던 일부 청주시 의원들까지 탈당을 무기로 전략공천 철회를 요구하게 되자, 당초 영입의 형태로 ‘극진한 모시기’를 내락받았던 오 군수는 자진 입당의 형태로 청주시청에서 입당 기자회견을 가져야 했다.

김형근, 정진태, 손현준 후보는 모두 이 과정 속에서 당내 경선을 요구하며 청주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김형근 후보의 경우 일찍부터 청주시장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다가 오 군수 전략공천이 거론되자 도당 사무처장직을 내놓고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추석 청주에 내려왔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청주시장 출마와 관련한 고민을 흘렸던 정진태 후보는 한범덕 전 정무부지사의 후임으로 내정됐다가 한나라당의 반발 등 지역여론이 시끄럽자 부지사 자리를 고사한 뒤 돌연 청주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역시 경선 원칙론을 내세웠다.

손현준 후보는 오 군수 전략공천 내정에 대해 앞장서서(?) 반기를 든 경우다. 경선지킴이를 주장하다 갑자기 직접 출마의사를 밝히자 주변 사람들도 의아해 했을 정도다. 그러나 개혁성향으로 분류되는 세 후보 사이에는 청주시장 출마의도에 대해 분명한 차이가 있다.

당선이냐, 얼굴알리기냐가 문제
먼저 충북대(78학번)으로 충북지역 학생운동 1세대로 통하는 김형근 후보는 스스로 강한 사명의식으로 무장돼 있다. “언제까지나 민주화 세력들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방정치에서 퇴역 관료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하느냐”는 항변이 김 후보의 입장을 잘 나타내준다. “학창시절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던 경험과 진정성이 관료들이 갖춘 경력 못지않게 소중하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당선 가능성을 놓고 출마를 말리는 선후배들에 대해서도 지역에서 학생운동, 시민단체 운동, 노동운동 등에서 선도적 역할을 했던 자신의 경력을 들며 ‘이번에도 내가 책임지겠다’는 식의 원칙론을 펴고 있다.

따라서 김 후보 스스로도 ‘개혁 후보간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있지만 일단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뒤 경선을 눈앞에 두고 극적인 효과를 고려해 단일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개혁후보 단일화를 위해 ‘끝장 토론’도 불사하겠다는 손현준 후보는 표현 그대로 가장 적극적인 단일화 추진론자다. 단일화 시기에 있어서도 경선 후보가 결정되기 전까지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헌·당규 상 경선 후보를 3인 이내로 규정하고 있어 오효진 군수 외에 개혁 후보 3명 가운데 1명이 서류심사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손 후보는 “경선 후보가 결정되기 전에 후보 단일화를 함으로써 출마를 포기한 후보에 대해서도 퇴로를 열어줘야 하고 단일화된 후보로 집중할 수 있다”는 입장을 펴고 있다.

민청학련 사건과 관련해 옥고를 치르고 수도권에서 노동운동 경력이 있는 정진태 후보는 화려한 경력에 비해 지역 내 인지도는 낮았던 경우다. 정당 가입도 이번에 출마선언과 함께 이뤄졌다.

따라서 출마 기자회견에서도 밝혔듯이 “당헌·당규에서 정한 경선 절차에 따르겠으며, 결과에도 승복하겠다”는 것이 정 후보의 입장이다. 결국 단일화 등 변수를 배제하고 정석대로 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 후보의 이 같은 입장과 관련해서는 이번 출마가 차기 총선 출마 등을 염두에 둔 ‘얼굴알리기 전략이 아닌갗하는 분석이 있지만 본인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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