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날 우리 선조들은 술과 여자와 도박, 즉 주색잡기(酒色雜技)를 패가망신(敗家亡身)의 근원이라 하여 경계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술은 과음하면 건강을 해치기 십상이고 여색(女色) 또한 탐닉하면 몸을 버리기 일쑤이며 잡기에 빠져들면 영락없이 가산을 탕진해 쪽박을 차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속담에 “주색잡기 밝히는 놈 치고 패가망신 않는 놈 없다”고 한 것도 바로 그런 연유에서입니다.

주, 색, 잡기 세 가지는 모두 말초적 신경을 자극해 쾌락에 빠지게 함으로써 손을 떼지 못하는 중독성을 갖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때문에 이것들은 한번 빠져들면 좀체 헤어나기 어려운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는 “영웅호걸은 주색을 좋아한다”는 근거가 불분명한 속설이 공론이 되어있고 그것이 마치 남자의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로 잘못 인식되고 있습니다. 모르면 모르되 술 잘하고 여색에 능한 한량(閑良)들이 만들어 낸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기야 술과 여색, 잡기는 삶의 활력소이기는 합니다. 옛 말에도 술은 백가지 약 가운데 으뜸이라 하여 백약지장(百藥之長)이라 하였으니 적당히만 마신다면 긴장을 풀어 줘 정신건강에도 좋고 혈액순환에도 좋다는 건 의학계에서도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남녀관계 역시 그것이 폭력에 의한 것이거나 매매춘 같은 부도덕한 것이 아닌 이상 나무랄 일은 아닐 것입니다. 인격과 인격에 의한 건전한 남녀관계라면 남들이 왈가왈부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것이 순수한 로맨스라면 오히려 아름답기까지 한 것이 남녀관계입니다.

잡기 역시 도박이 아닌 여가를 선용하는 것인 이상 문제 될 게 없습니다. 다람쥐 쳇 바퀴 돌 듯 기계처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스포츠나 오락은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계기가 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세 가지 중 어느 것이라도 사회통념상 도를 넘어서는 안됨은 물론이고 남에게 피해를 주어서도 안 됩니다. 아무리 즐거운 일이라도 그것이 전제조건인 것입니다.

작금 한나라당 의원의 어설픈 여기자 성추행사건과 국무총리의 분별없는 3.1절 골프사건을 보면서 지도층인사들의 도덕성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당사자들이야 들끓는 비난여론에 억울하다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이미 세상은 공인, 특히 지도층에게 무한책임을 요구하는 투명한 사회가 되어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함에도 그들은 구시대의 미몽(迷夢)속에 일생일대의 망신을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데 얘기가 나온 김에 말이지만 그런 일이 어찌 두 사람만의 일이겠습니까. 여야를 막론하고 남성의원 가운데 그 두 사람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묻고 싶은 것입니다. 벌떼처럼 일어나 공세를 퍼붓는 의원들을 보자 하니 저들이 과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사람들인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이 어수선한 때문인가, 봄을 시샘하는 때아닌 눈보라가 어지러이 하늘을 뒤덮고 있습니다. 제발 이제 그만 모두들, 정상으로 돌아 가야하겠습니다.                                  / 본사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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