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강 희 편집 부국장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람이지만, 사람을 바꾸는 것은 교육이다.’ 이를 실제로 보여준 곳이 있다. 전라남도 장성군이다. 김흥식 군수는 이에 대해 ‘콩나물론’을 주장한다.

“콩나물에 물을 주면 밑 빠진 독을 향해 그 물이 하릴없이 새 나가는 것 같지만, 흐르는 시간과 더불어 콩나물은 조금씩 자란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꾸준한 교육을 통해 서서히 성장하는 법”이라는 게 그의 지론.

‘주식회사 장성군’이라는 책을 보면서 와닿는 것이 있었다. 장성군은 공무원들에게 해외 배낭여행과 배낭연수를 보내고, ‘기업에서 배운다’는 취지로 해마다 대기업 연수원에 들어가 경영마인드를 배우도록 했으며, 공무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전시회가 열리면 서울도 마다않고 보냈다. 또 택시 기사들에게는 일본 MK택시회사로 견학 및 연수를 보냈다. 농민들에게도 일본, 네덜란드, 독일 등지로 보내 해외 선진농업을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 장성군은 이런 행정을 벌써10년째 해오고 있다.

장성군이 만든 교육 프로그램만 하더라도 장성 아카데미, 장성 선비대학, 장성 선비학당, 장성 자치여성대학 등 엄청나게 많다. 인구 5만명의 작은 시골에서 10년이 넘도록 이런 프로그램들이 운영된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롭다. 이러한 교육 우선주의는 결국 “규정에 없습니다” “관례가 없습니다” “예산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공무원의 ‘3無’를 무너뜨렸다. 그래서 전라남도 내에서도 보잘것 없었던 장성군은 모든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하러 오는 대한민국 최고의 군이 되었다.

장성군은 누가 지방자치단체장이 되느냐에 따라 지자체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인구와 면적이 작은 자치단체일수록 단체장이 미치는 영향은 크다. 우리나라 군수들은 김흥식 장성군수처럼 지자체의 모습을 확 바꿔놓는 사람부터 복지부동을 넘어 주민들에게 군림하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향도’ 역할을 하는 군수가 그 지자체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충북도내 지역균형발전방안을 연구한 한 관계자는 도내 12개 시·군을 방문하고 와서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도내 군단위 지자체가 낙후돼 있다고 하더라도 원래부터 발전이 지체된 곳은 없다. 군수가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군수는 충북도로부터 하나라도 더 얻어가려고 난리인데 어떤 군수는 관심조차 없었다.”

한마디로 발전되는 곳은 이유가 있다는 얘기고, 거꾸로 낙후되는 곳도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충북도에서 낙후된 군에 균형발전을 꾀하라고 1년에 몇 억원씩 지원금을 주기는 하지만 그러나 결론은 군수의 능력으로 귀착된다는 사실이다. 모 군수는 발품을 팔아가며 중앙부처를 찾아다녀 숨어 있는 예산을 따오는데, 모 군수는 도에서 필요한 사업을 제안하라고 장을 마련해줘도 놓칠 만큼 차이가 난다. 장성군이 오늘 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 협력업체와 유망 중소기업들이 몰려드는 곳으로 급부상한 것도 마인드가 돋보이는 군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엄청나게 많은 후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 중에 장성군수같은 사람이 있을까. 이번에 기대를 걸어보지만 역대 도내 자치단체장 중에는 그런 사람이 없었다. 유감스럽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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