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식 전 의원, “사무처, 불공정하다는 지적있는 것 사실”
지난해 6월 도당위원장 선거 과정에서 형성된 한나라당 충북도당의 내홍이 휴화산 상태로 잠복해있다가 지방선거 후보자 선정을 앞두고 화산폭발을 시작했다. 김진호, 남상우, 최영호씨 등이 3파전을 벌이던 청주시장 후보 공천구도에 박환규 도 기확관리실장이 가세하면서 갈등이 분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한나라당 청주지역 고문 10여명은 3월7일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의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태영 도당 사무처장이 공천심사위원들에게 청주시장 후보인 박환규 충북도 기획관리실장에 대한 지지를 종용했다’며 “송 처장을 즉각 파면하라”고 촉구했다.이에 앞서 이들은 3월6일 한나라당 중앙당을 방문해 송 처장의 파면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당 대표와 사무총장실에 전달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송 처장이 공천심사위원인 김준환 변호사와 심규철, 윤경식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박 실장을 지지할 것을 종용했다”며 “송 처장을 즉각 파면하고 공정한 공천심사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들은 또 “중앙당에 제출한 건의문에 당원 325명이 서명했다”며 “항간에는 벌써 몇몇 도의원과 시의원의 공천이 내정됐다는 소문도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송 처장이 퇴진하지 않을 경우 3월13일부터 한나라당 충북도당 당사를 점거하고 요구조건이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송태영 처장은 “내 스스로 공천심사위원들에게 누구를 지지하라고 종용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도당에서 진상을 조사한 뒤 해당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반박했다.

일련의 상황만 놓고 보면 청주시장 공천을 신청한 네 사람이 경선 등 후보 선정 절차를 앞두고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지난해 6월24일 실시된 도당위원장 선거의 후속 대리전 성격이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고문 A씨는 “송광호 위원장도 훌륭하지만 청주에 상주하지 못하다 보니 로봇 역할에 그쳤다는 평가가 있다”고 전제한 뒤 “청주권이 배제되지 않았다면 사무처장이 저렇게 행동하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지난해 도당위원장 선거 과정에서는 송 사무처장이 ‘송광호 위원장을 노골적으로 지지했다’는 여론이 나돌았으며, 윤경식 전 의원은 선거과정에서 “당선되면 사무처를 전면 개편하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다.

기자회견 고문들은 모두 흥덕구
기자회견을 주도한 고문 A씨는 공교롭게도 중앙당에 제출한 건의문에서 송 처장의 특혜를 입은 인물로 지목한 박환규 도 기획관리실장과 한 아파트에 사는 이웃사촌. 또 박 실장과 예전부터 친분이 있었던 인물이다. 따라서 한나라당 입당과 함께 청주시장 공천을 신청한 박 실장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유력한 지지자로 분류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정작 A씨는 인사차 들른 박 실장에게 ‘다른 경쟁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뒤 ‘왜? 청주시장에 출마하냐’고 따져묻는 등 다소 거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7일 기자회견에서도 “박 실장을 제외한 후보들은 작년 여름부터 열심히 움직였다”며 “정무부지사를 역임한 남상우 후보, 도의회 의장을 역임한 김진호 후보, 도당 사무처장을 지낸 최영호 후보 등이 박 실장보다 떨어지는 것이 무엇이 있냐”며 반감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박환규 실장은 “A씨의 경우 평소에도 ‘내 장인어른(채동만 전 청주시장)을 존경한다’며 친밀감을 보여 어른 대우를 해드렸는데, 의외의 언행에 당혹스럽다”면서도 “일고의 가치도 없으며 전혀 괘념치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일부 고문들의 기자회견에는 청주권 고문 17명 가운데 11명이 참석해 비교적 높은 참석률을 보였다. 그러나 고문 회장인 김동진 전 도의회 의장이 참여하지 않았으며, 박성택 수석 부회장이 현장에 참석했으나 다른 참석자들과 뜻을 달리해 기자회견을 앞두고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한나라당 도당 고문단은 지구당 폐지 이전까지 13명이었으나 도당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지구당의 추천을 받거나 지구당 고문을 도당 고문으로 위촉해 인원이 43명으로 늘었다. 7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문 11명 가운데 중앙당에 제출한 건의문에 서명한 고문은 9명이었으며, 이들은 모두 윤경식 전 의원이 관리했던 흥덕구 소속인 것으로 확인됐다.

송 처장, 박 실장 지지설의 실체
고문들이 중앙당에 제출한 건의문에 따르면 송 처장의 ‘해당행위’로 거론된 부분 가운데 구체적 사례를 적시한 부분은 ‘송 처장이 공천심사위원인 심규철, 윤경식 전 의원, 김준환 변호사 등에게 전화를 걸어 박환규 후보를 지지할 것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나머지 부분은 ‘~하더라’하는 정도의 의혹제기 수준.

심규철 전 의원은 이에 대해 “(송 처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 사실 무근이다”라며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의아함을 나타냈다.
심 전 의원은 또 “고문 A씨를 잘 알고 있지만 최근에 대화를 나눈 적은 없다”며 일련의 상황과 거리를 뒀다.

이에 반해 윤경식 전 의원은 “아직은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아 드러내기 힘든 속내가 있음을 내비쳤다. 다만 윤 전 의원은 “(고문들의 문제 제기가) 선거관리 책무를 공정하게 하라는 주문이 아니겠냐”며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며 더 상세하게 알아보고 대처할 문제로 본다”고 말해 고문들의 집단행동에 힘을 실어줬다.

윤 전 의원은 그러나 이번 사태가 결국 공천 힘겨루기를 빌미로한 당권경쟁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그런 지경을 만들면 안되고 수습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나라당 충북도당은 지난해 6월24일 송광호 전 의원과 윤경식 전 의원을 후보로 도당위원장 선거를 치렀으며, 204표 가운데 128표를 얻은 송 전 의원이 재신임을 받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당권 갈등은 지난해 10월 잠복기를 거쳐 ‘책임당원제’를 둘러싼 청주시의회 최명수 의원과 송태영 사무처장의 대립으로 대리전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최 의원은 송 처장에 대한 경질을 요구했으나 오히려 해당행위로 간주돼 도당인사위원회에서 제명이 결정됐다. 최 의원은 중앙당 인사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했지만 당권정지 1년이 확정되자 최근 탈당계를 제출했다. 결국 공천 힘겨루기를 빌미로 한 이번 사태는 도당의 당권 다툼 대리전 2라운드인 셈이다.
/ 이재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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