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유권자중 충북이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3% 정도다. 숫자로만 보면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에서만큼은 다르다. 상대적으로 극소수인 유권자들이 만들어내는 ‘작품’에 항상 이목이 집중됐다. 충북에서 이겨야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속설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대통령을 국민 직선제로 뽑았던 역대 아홉번의 선거중 5대(1963년)를 제외하곤 충북에서 1순위를 차지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결과적으로 속설이 아닌 정설인 셈이다. 적어도 대통령선거에서 만큼은 충북민심은 영.호남처럼 특정 정당 및 후보에 대한 일방적 쏠림현상이 없었고, 이것이 곧 예측가능한 선거판도를 만들어 낸 것이다.
올 연말의 대선에서도 충북의 표심은 예의 ‘균형’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충북에서의 정당지지도가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순으로 고착된지 이미 오래지만 특정 정당의 일방적 독주, 소위 싹쓸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때문에 이번에도 충북에서 ‘장원’을 해야 대권까지 바라본다는 방정식이 또 한번 진가를 발휘할 공산이 큰 것이다.

“충북에서 이겨야 대권 쥔다” 속내

그래서 그런지 요즘 충북을 찾는 민주당의 대권후보들은 이점을 특히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덩달아 이를 뒷받침할 사조직들도 한껏 기지개를 펴는 분위기다. 민주당의 경우 후보가 난립하는 만큼 공조직보다는 사조직의 역할이 부각될 수 밖에 없다. 사조직의 움직임은 대선 후보의 국민경선제가 확정된 후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1차적으로 조만간 추진될 선거인단 구성에서 유리한 조건(?)을 차지하려는 움직임으로도 분석된다.
이인제고문의 도내 사조직은 크게 인사모와 21세기 산악회 두 단체가 주목된다. 인사모는 초창기의 후원조직이었던 IJ클럽이 명칭을 바꿔 움직이는 것으로, 현재 내부의 세구축에 나서고 있으나 구체적 인맥은 당사자들의 함구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인사모의 한 관계자는 “한 때 이고문의 동생인 이왕제씨를 중심으로 IJ클럽이 시.도별로 결성되다가 여론이 안 좋자 도중에 해체됐고, 그 대타로 나타난 것이 인사모다. 충북에선 아직까지 대외적 활동을 자제하기 때문에 본인도 이 모임의 정확한 규모를 모른다”고 밝혔다. 21세기 산악회는 이고문의 전국단위 사조직으로 현재 시.도는 물론 일선 시.군까지 결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의 한 관련 인사는 “현재 전국적으로 10만여명의 회원이 활동하는데 충북에도 시.군조직이 가동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공조직으로선 홍재형도지부장을 비롯해 홍익표 청원지구당 조직책, 이용희 보은 영동 옥천지구당위원장, 김진선 괴산 진천 음성지구당 위원장, 이근규 제천 단양지구당위원장, 그리고 한 때 당직을 맡았던 조흥연 임헌택씨 등도 친 이인제계로 분류되고 있다. 홍익표씨는 초창기 IJ클럽의 회장을 맡기도 했다.

문중과 개혁세력이 사조직 형태

한화갑고문 역시 청주권에 광범위한 사조직을 거느린 채 이곳에 내려 올 때마다 만찬 등을 주관하며 각별한 친분을 나눈다. 사조직의 정점은 민주당 도지부 사무처장을 지낸 남봉현씨다. 당내 갈등의 와중에 도중하차함으로써 정치적 미련이 남을 수 밖에 없는 남씨는 남다른 의욕으로 이 일에 전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고문은 특히 청주 한씨의 자발적 지원으로 여론확산에 탄력을 받고 있다. 각계에 포진한 한씨 인맥들은 현재 주기적 모임을 가지며 전의를 다질 정도다. 이들 가운데 경제계 인사 한모씨(48)가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조만간 한고문의 사조직으로 공식 출범할 국민화합전국연대 충북지회의 결성여부도 관심을 끄는데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활동은 시작단계도 안 된다. 다른 후보들이 드러나는 사조직으로 분위기를 잡고 있지만 우리는 결코 그런식으로 접근하지 않을 것이다. 조직의 힘은 결정적인 순간에 가장 완벽한 폭발력을 가질 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근태고문은 예상대로 도내 개혁세력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으며 차분히 세확산을 꾀해 왔다. 국민의 정부하에서 개혁세력들의 정치활동 창구가 되었던 국민정치연구회 인맥들이 김고문의 사조직 형태를 띠고 있다. 이 단체의 충북대표 인물은 노영민 민주당 흥덕지구당위원장이었다. 지난해 봄 쯤 김고문의 공식 후원단체인 한반도재단 충북지부 결성이 구체적으로 논의되다가 불필요한 오해를 의식, 도중에 무산됐지만 운동권 출신들이 주축이 되는 인맥들은 여전히 끈끈한 관계로 뭉쳐 있다. 한 관계자는 “김근태고문이 소위 개혁정신과 깨끗함을 대변하기 때문에 기성 정치인과는 차별화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인맥도 인위적이 아닌 자발적인 관계에서 출발하고 있다. 굳이 사조직이라는 말을 쓰는 것 자체가 어색하다. 물리적(?) 측면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순수한 신념으로 뜻을 같이 한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동원 가능한 이들 인맥은 현재 200명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기획 전문가인 이장섭씨(전 휴먼C 실장)가 주된 역할을 하고 있다. 청주권의 경기고 인맥도 개별적 차원에서 김고문을 돕는 것으로 감지된다.

친분 때문에 후원세력 중심으로

김중권고문 진영은 전 충북도교육위원 김정길씨(삼환기업 회장)와 불교계 인사 강모씨가 중심 인물로 나섰다. 김 전교육위원은 김고문이 정계에 입문하기 훨씬 전부터 각별한 친분을 나눈 사이로 ‘의리’ 때문에도 지원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실제로 주변에선 둘간의 관계를 친형제 이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김 전교육위원이 극도로 조심스런 반응이어서 내부 인맥 파악이 어렵다. 한 관계자는 “김중권고문의 트레이드 마크가 성실과 신념이기 때문에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도 요란한 소리를 내지 않는다. 현재의 활동을 밝히기는 곤란하지만 조만간 광범위한 조직망을 갖출 것이다”고 말했다. 강모씨는 그동안 김고문이 충북에 내려 올 때마다 예외없이 수행할 정도로 확실한 측근 세력이다. 도내 특정 불교계(?)에 남다른 연고를 가지고 있어 향후 역할이 특히 주목된다.
노무현고문의 지역 책임자는 민주당 충북도지부 총무.조직국장을 지낸 오원배씨다. 다른 후보의 사조직과는 달리 청주시 흥덕구 내덕동에 정식 사무실까지 내고 역동적인 활동을 펴고 있다. 전국적인 사조직인 국민통합연대 충북본부가 주체세력을 형성한다. 또 다른 전국조직인 노사모의 결성과 활성화에도 조만간 전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 관계자는 “현재 뜻을 같이하는 인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TV 토론을 보고 가입문의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밝혔다. 노무현고문의 경우 개혁인사중 현실인식을 공유하는 층의 개인적 선
호가 강한 반면 아직 조직화가 안되고 있어 향후 이들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현재 수도권에서 한껏 주가를 올리는40대 기수 정동영고문과 뒤늦게 후보대열에 합류한 유종근 전북지사의 사조직은 구체적으로 감지되지 않는다. 다만 정고문의 경우 충북 방문 때 모습을 보인 인사를 중심으로 모종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며 유지사는 일부 호남 인맥의 주목대상이 되고 있다는게 지역정계의 분석이다.

국민경선제 국민참여 붐 절실

이같은 사조직의 움직임에 대해 지역 정가에 정통한 한 인사는 이런 우려를 남겼다. “오는 3월부터 민주당이 전국을 순회하며 시행할 대선후보 국민경선제의 성공여부는 바로 이런 사조직의 관여와 개입을 어떻게 차단하느냐에 달렸다. 기존 당직자와 대의원들은 아무래도 특정 후보에 치우칠 수 밖에 없고, 결국 사적 고리로 연결될 것이다.
관건은 역시 일반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개입이다. 경선을 위한 선거인단에 일반 유권자가 50%나 참여한다. 만약 유권자들이 문제의 50%에 무관심한다면 그 틈새는 모조리 이 사조직들의 차지가 될 것이고, 당연히 이전투구로 변질될 수 밖에 없다. 국민 모두가 너도나도 경선투표에 참여하려는 국가적 ‘붐’이 일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의 정치실험도 반드시 실패로 돌아 간다.”
국민경선제의 충북선거인단은 약 2000명 정도(전국 7만명)로 구성되고 경선 일자는 3월 중순 제주를 시작으로 충북이 다섯 번째다.
/ 한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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