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계 혈통 한국계 화교, 청각장애 이겨낸 송민기씨

청주시 상당구 문화동 도청 일대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이원종 지사를 손꼽을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인지도가 높은 사람은 누구일까? 공무원 서열대로라면 이재충 행정부지사가 되겠지만 강력한 도전자가 있으니 중국음식점 ‘아리산(대표 장연생·50)’에서 배달을 하는 송민기씨(47)가 그 사람이다. 송씨의 이름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드물지만 도청 일대에서 송씨의 얼굴은 이 지사 다음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씨의 배달 경력은 30년을 훌쩍 넘어가는데, 송씨가 선천적으로 3급 청각장애를 앓고 있어 정확한 이력은 알아낼 도리가 없다. 손짓, 발짓도 모자라 필담을 통해 송씨의 과거를 더듬어 보니 1960년 타이완 국적의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고향은 청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언뜻 들으면 중국말을 연상케하는 부정확한 발음 때문에 ‘중국사람이다, 한국사람이다’ 의견이 분분했지만 정답은 모계 혈통이 한국인 화교였던 것.

송씨는 아버지가 옛 태동관의 주방장으로 일했던 까닭에 화교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태동관에서 홀 서비스를 하면서 중국음식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자전거로 시작한 배달생활을 더해 태동관에서만 25년을 일하며 청춘을 바쳤다.

청주시내 중국음식점의 대명사였던 태동관이 문을 닫으면서 하릴없이 도청 서문 앞 ‘신동양’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송씨는 타고난 성실성에다 원숙미까지 더해지면서 7년여 동안 제2의 전성시대를 구가했다. 하루 배달 건 수만 100건을 웃돌았다고. 그러나 2006년 1월 신동양이 다시 문을 닫게 되면서 송씨는 현재의 직장인 아리산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동안 배달을 하지 않았던 아리산은 송씨가 가세하면서 ‘공격형’으로 영업방식을 바꿨다. 최근 송씨의 배달 건수는 70건에서 100건에 육박하고 있다.
송씨는 초면만 아니면 으레 웃는 낯으로 먼저 인사를 건네는데, 최근 그가 건네는 인사 가운데 또렷하게 전달되는 단어가 ‘아리산’인 것을 보면 그의 투철한 직업정신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