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지방선거 앞두고 ‘이구동성’ 공약 차원 언급
열린우리당-의견통일, 한나라당-극 대 극 견해 차

주민투표 결과 무산됐던 청주·청원 통합 문제가 다가오는 청주시장, 청원군수 선거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청주·청원 통합은 지난해 9월29일 진통 끝에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가 실시됐지만 청원군 주민들의 반대의견이 53.5%를 기록하면서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다.

1994년 세대주 투표에서 통합이 부결된 이후 10여년 만에 또 다시 통합추진이 무산되면서 혹자들에게는 ‘묻어두고 싶은 과거’로 비망록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듯 싶었지만 지역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 거론될 수밖에 없는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다시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예비후보들은 당내 공천과정에서부터 청주·청원 통합 문제를 쟁점화하려는 의도를 보이는가 하면, 지난해 통합 추진과정에 대한 분석을 통해 신중론을 펼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반해 청원군수에 뜻을 둔 후보군들은 대체적으로 통합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주목할 것은 당내 예비후보들끼리도 출마지역에 따라 통합에 대한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청주·청원 통합에 대한 후보자들의 견해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후보자를 고르는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로 작용할 전망이다. 청주시장, 청원군수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들의 ‘통합관’을 집중 분석했다. [편집자 주]


청주·청원 통합문제를 수면 위로 부상시킨 사람은 청주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최영호 한나라당 전략기획위원이다. 최영호 위원은 2월16일 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민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일자리 창출인데, 청주와 청원이 나뉘어있어 기업유치 노력에 비해 효과가 적다”며 “청주·청원 통합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은 “한나라당 충북도당이 큰 틀에서 통합을 도당 차원의 공약으로 정하고, 이에 동의하는 출마예정자만 공천할 것을 제안한다”며 “도지사 후보와 청주·청원의 모든 지방선거 후보자에게도 같은 인식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은 2월20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제안서를 도당 운영위원들에게 보냈다.

최 위원이 청주·청원 통합에 대한 견해를 ‘공천의 잣대’로 삼자고 제안한 것은 한나라당 충북도당이 지난해 통합 추진과정에서 사실상 당론수준으로 통합 추진에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는 점에서 다소 이례적인 것이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지난해 통합이 무산된 직후 성명서를 내고 통합무산에 대한 유감을 표한 열린우리당과 달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며 “통합에 반대한 분들도 지역발전을 위한 선택인 만큼 그 결정을 모두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한나라당 후보로 청원군수 출마를 선언한 김병국 전 청원군의회 의장과 김재욱 전 충청북도 자치행정국장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통합 무산에 기여한 인사들로 평가되고 있어 청주·청원 통합문제는 당내 예선에서부터 ‘뜨거운 감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주청원 통합논의가 또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일부 예비후보는 당내 공천과정에서부터 이를 쟁점화하려는가 하면 논의 자체를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예비후보들의 통합온도를 측정해봤다.
○ 노란색 열린우리당 ● 파란색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통합 재추진 사실상 당론
통합 논의 재점화에 있어서는 한나라당 최영호 예비후보에게 선수를 빼앗겼지만 열린우리당은 지난해 통합 추진과정에서부터 통합을 당론으로 결정했고, 통합 의제는 올해 지방선거에서도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열린우리당은 지난해 통합 무산 직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서도 “해당 지자체의 찬성노력과 청주시민들의 찬성 우세에도 불구하고 이런 주민투표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열린우리당은 다만 “통합 무산이 통합의 결과와 전망에 대한 설득력 부족과 촉박한 추진, 관련 단체장들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의혹 등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정치적 행보’의 당사자로 지목한 오효진 군수가 도내 국회의원들에 의해 청주시장 후보 전략공천 대상자로 거론되면서 입당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오효진 군수가 예상대로 입당할 경우 지난해 통합 추진과정에 대한 ‘공과’가 경선이든 전략공천이든 예선에서부터 쟁점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청원군수 출마에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진 변장섭 청원군의회 의원도 빼놓을 수 없는 통합 당사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변장섭 의원은 통합 반대 일색인 청원군의회에서 한종설 의원과 함께 통합의 총대를 맸다가 의장직까지 던져야 했던 통합 올인파로 분류된다. 변 의원이 청원군수 후보로 본선에 나설 경우 본인에 대한 명예회복과 함께 통합 재추진에 대한 여론을 탐사하는 전초전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이밖에 청주시장 후보군인 정진태 전 산업자원부장관 보좌관과 김형근 도당 사무처장, 청원군수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김현상 도당 상임부위원장, 장한량씨 등도 청주·청원 통합을 공약으로 내걸겠다는 입장이다.

정무부지사로 내정됐다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반대에 부딪혀 임명을 고사한 정진태 전 산자부 보좌관은 2월20일 열린우리당 입당 직후 가진 청주시장 출마 기자회견에서 “청주·청원 통합은 지역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며 시장이 되면 보다 세밀한 청사진을 마련해 통합절차를 밟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청주시장 후보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을 주장하고 있는 김형근 사무처장도 “임기내 통합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겠다”며 “다만 시민사회단체가 얘기하 듯 두 자치단체가 실질적 통합력을 갖추고 업무협력을 강화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원군수 출마를 선언할 예정인 김현상 도당 상임부위원장은 “지난 통합추진과정은 일정상 무리수를 뒀다가 실패한 측면이 있다”며 “여론조사 등 충분한 검토와 설득의 시간을 갖고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청원군수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장한량씨도 “청원지역의 투표율이 낮아 통합이 무산된만큼 주민의 자발적 참여운동을 통해 통합을 성사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에 반해 청원군수 출마예정자인 김용명 도당 부위원장은 “지금 당장은 반대다. 통합은 관주도가 아니라 물이 흐르 듯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며 인위적인 통합추진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통합 올인, 오효진 군수의 ‘득과 실’
“국민중심당과 얘기가 끝나지 않았다”며 도내 국회의원들의 전략공천 내정 발표에도 불구하고 입당을 저울질하고 있는 오효진 군수는 최악의 경우 경선을 감수하면서도 열린우리당에 입당할 가능성이 높다.
오 군수가 예선을 통과해 청주시장 선거 본선에 나설 경우 ‘청주·청원 통합 재추진’을 비장의 무기로 내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 군수 스스로도 통합 추진이 무산되면서 청원군수 불출마를 선언했던 만큼 통합에 압도적 표심을 몰아줬던 청주시민들의 동정표(?)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오효진 군수는 “청주시민들은 통합 무산에 대해 안타까워 하고 있다. 따라서 나에 대해서도 동정하는 여론도 있고, 응원하는 여론도 있을 것으로 본다”며 솔직한 심정을 내비쳤다.
오 군수는 통합 전망에 대해서도 “지난해 실패했지만 오히려 통합이 대세가 됐다”며 “당선되면 2년의 여유를 두고 통합의 당위성에 대해 꾸준히 홍보하고 이벤트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합에 올인했던 ‘오 군수의 과거’가 오히려 선거 내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나라당 청주시장 후보군들도 통합추진에는 이구동성이지만 통합무산에 대한 책임론으로 오 군수를 공격할 것은 불 보 듯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나라당 청주시장 전략공천을 바라고 있는 박환규 도 기획관리실장은 “오 군수에 대한 동정론 보다는 책임을 묻는 여론이 더 지배적이라고 본다”며 “도관계자로서 통합 추진과정을 지켜봤지만 오 군수는 순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책임론은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도당 관계자는 A씨는 “오 군수가 통합을 들고 나오는 것은 자유지만 실패원인을 분석하고 자신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군수는 이같은 책임론에 대해 “책임론은 그야말로 ‘론(論)’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100명 중 10명이 주장하느냐, 90명이 주장하느냐가 아니냐”고 되물었다.

한나라당 출마지역 따라 ‘의견 양분’
열린우리당 후보군들이 한결 같이 통합 재추진을 주장하는 반면, 한나라당은 출마지역에 따라 현격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통합 재추진을 주장하는 청주시장 후보군과 쟁점화 자체를 반대하는 청원군수 후보군 사이에 분단의 장벽이 있다면 그 완충지대에 청주시장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박환규 도 기획관리실장과 청원군수 출마를 선언한 서규용 전 농림부 차관이 있다.

청주시장 후보군들의 경우 통합 공론화를 주장하고 있는 최영호 당 전략기획위원에 결코 뒤지지 않는 결의와 자세로 통합 추진의사를 밝히고 있다.

남상우 전 정무부지사는 2월14일 청주시장 출마 기자회견에서 “오송역과 청주공항, 오송·오창 신도시를 포함하는 도로망을 비롯해 100년을 바라보는 도시계획을 세우겠다”며 “청주시장이 된다면 취임 첫날부터 양 지역 주민에게 통합의 당위성을 설득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김진호 전 충북도의회 의장도 “청주와 청원이 통합돼야만 경쟁력이 확보된다”고 전제한 뒤 “청원지역에 기업을 유치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통합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뒤늦게 청원군수 출마를 선언하고 내심 전략공천을 기대하고 있는 박환규 도 기획관리실장은 “청주시장 후보라면 통합을 강도 높게 언급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통합추진을 전략차원의 문제로 거론했다.

박 실장은 그러면서도 “누가 통합을 추진하는데 적합한가에 주목해야 한다”며 “충북도, 행자부 등과 관계를 긴밀히해야 하는 만큼 도에서 통합 추진과정을 지켜본 내가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일찌감치 청원군수 출마를 선언한 김병국 전 청원군의회 의장과 김재욱 전 충북도 자치행정국장은 본인이 굳이 의사표명을 하지 않아도 반대론자로 분류될 정도로 지난해 통합추진 과정에서 성향이 두드러졌던 경우다.

그러나 2월21일 청원군수 출마를 공식 선언한 김병국 전 청원군의회 의장은 지난해 통합반대 운동의 배후로 지목됐던 것과 관련해 “과정이 잘못됐기에 반대했던 것일 뿐 원칙적인 통합반대론자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전 의장은 “군민 의견이 무시되고 일정에 짜맞추기식으로 통합이 추진돼 반대했지만 군수에 당선된다면 객관적인 입장에서 통합 논의를 점화시킬 용의는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이 말하는 통합 논의는 관이 주도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장, 새마을지도자, 농업경영인 등을 중심으로 자체 논의를 거쳐 의견을 집약하는 방식이다.

김 전 의장이 통합반대에서 한발 물러나 객관적 위치를 강조하는 것은 통합 무산에도 불구하고 통합지지 여론이 우세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역시 청원군수 출마를 선언한 김재욱 전 충북도 자치행정국장의 견해는 보다 완고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합문제가 재론되는 것 자체에 대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김재욱 전 국장은 “청주·청원 통합은 주민투표에서 부결돼 2년 이내에 재추진할 수 없는 사안인 만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못 박은 뒤 “2년 후 주민들의 의견을 존중해 결정할 사안이지만, 행정기관이 앞장서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청원군수에 출사표를 던진 서규용 전 농림부 차관은 “청원군과 청주시가 머리를 맞대고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한 뒤 그 안을 주민투표에 붙여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시민단체, 통합논의 재점화 ‘환영’
지난해 통합 추진운동을 펼쳤던 도내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합문제가 쟁점화되는 것에 대해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지방선거 전 통합시 출범을 목표로 잰 걸음을 디뎠지만 여론이 무르익지 않아 저조한 투표율과 통합무산이라는 결과를 남겼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오효진 청원군수가 통합 공론화 초기에 청원 독자시 승격을 추진하는 등 통합에 반대입장을 보이다가 통합추진으로 선회하면서 막바지 추진일정이 급박하게 돌아갔던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는 청주·청원 통합을 청주시장, 청원군수 입후보자들에게 공약으로 제안한다는 방침이다.

청주·청원하나되기운동본부 남기헌 상임집행위원장은 “지난해 통합 무산에도 불구하고 통합의 당위성에 대한 인식은 오히려 높아진 측면이 있다”며 “3월 안에 청주시의회와 함께 토론회를 개최해 통합 추진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분석하고 5.31 지방선거에 대비한 전략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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