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출신 국회의원 9명, 13일 전략공천 합의
오 군수, “국민중심당과 아직 얘기 안 끝나”

청주·청원 통합 무산으로 한때 여론의 동정을 받기도 했던 오효진 청원군수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열린우리당 후보로 청주시장 출마가 유력시 되는 가운데 충북 출신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모임을 갖고 사실상 오 군수를 전략공천하기로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오 군수는 지난해 통합이 무산되면서 청원군수 불출마를 선언해 ‘정치적 휴면기에 들어가는 것이 아닌갗하는 관측마저 나돌았지만 한대수 청주시장이 5.31선거의 과녁을 ‘충북지사 출마’에 조준하면서 무주공산인 청주시장에 도전하는 새로운 기회를 붙잡았다. 또 청주·청원 통합 추진과정에서 한 배를 탔던 한대수 시장이 자리를 비우면서 오 군수는 ‘통합 재추진’이라는 명분까지도 자동으로 갖추게 됐다. 실제로 청주·청원 통합 주민투표에서 청주시민의 90% 이상이 통합에 찬성했다는 점에서 오 군수의 전도는 양양하다.

이러한 가운데 2월13일 자녁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비례대표 강혜숙 의원을 포함한 충북 출신 국회의원 9명 전원이 모임을 갖고 오 군수가 입당할 경우 전략공천을 주기로 사실상 내부 결의를 마침에 따라 예선 없는 본선진출을 눈 앞에 두게 됐다. 이날 모임에서 일부 의원들이 경선을 통한 청주시장 후보 선출을 주장했지만 오 군수 영입에 주도적 역할을 한 변재일 의원 등이 ‘적합한 대우’를 요청해 ‘경선 없는 직행’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도당 상무위원회의 논의를 거쳐야 하는 공식 절차를 남겨두고 있고, 경선을 통한 후보 선출을 주장했던 김형근 도당 사무처장 등 젊은 당원들의 반발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현역 의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도출된 결론이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하다.

열린우리당이 이처럼 오 군수 모시기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국민중심당과 얘기가 끝나지 않았다”면서 정당 선택에 대한 용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민중심당의 낮은 지지도와 도지사 출마 시 당선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오 군수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결국 한 장에 불과할 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략공천? 도지사 놓고 저울질
오효진 군수는 뉴시스와 정치전문여론조사기관 ‘더피플’이 2월5일부터 6일까지 충북도민 10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오차범위 ±2.97%)에서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한나라당을 6.9% 차로 추격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정당의 인기도에 연연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철학과 어떤 정당을 선택하는 것이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가를 고려해 정당을 선택하겠다”며 “아직은 국민중심당 하고 얘기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좋고 나쁘다’를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 군수는 또 “국민중심당의 경우 개방적인 제안을 해왔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국민중심당을 택한다면 지사 출마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오 군수가 이처럼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은 15, 16대 총선에서 연이어 근소표 차로 낙선하면서 얻게된 ‘길이 있으면 간다’라는 좌우명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국회의원에서 군수로 방향을 선회한데 이어 여차하면 도지사에 출마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내비쳐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상 공천 내정 의사를 흘렸음에도 오 군수가 결단을 내리지 않자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는 사뭇 자존심이 상한 기색이다. 도당 관계자 A씨는 “도지사 후보를 전략공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부담을 무릅쓰고 청주시장 후보 역시 전략공천하기로 의견을 모았는데, 아직도 본인이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면 뭔가 사인이 맞지 않은 것 같다”면서 결정을 서둘러 줄 것을 주문했다.

동반입당說, 저 마다의 노림수
오효진 군수는 정당 선택의 시점을 최대한 뒤로 미루면서도 당적이 없거나 당적 변경이 예상되는 군수들을 규합해 열린우리당 동반 입당을 추진하는 또 다른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오 군수는 지난 9일 충북도청에서 열린 시장·군수회의를 앞두고 증평군청에서 이건표 단양군수, 유명호 증평군수 등과 회동을 갖기도 했다. 현재 오 군수가 길동무로 점찍은 군수는 이건표 단양군수, 김경회 진천군수 등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이건표 단양군수는 전략공천을 약속받은 상태지만 김경회 진천군수는 일단 안정적인 지지율을 바탕으로 무소속 출마한 뒤 선거결과에 따라 당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어찌 됐든 군수들의 동반입당이 이뤄진다면 오 군수의 입당에 들러리를 서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동반입당 가능성이 보도되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싫지 않은 눈치다. 오 군수의 경우 선택의 폭이 열린우리당과 국민중심당으로 국한돼 있지만 다른 군수들의 경우 열린우리당 입당 가능성을 흘림으로써 한나라당으로부터 ‘러브콜’을 유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소속 군수들의 경우 정당지지도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는 한나라당으로 마음이 쏠리고 있지만 경선을 치렀을 때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 때문에 여든 야든 내심 전략공천을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동반입당설의 기사화’는 당사자 모두가 바라는 바이지만 전략공천이 보장되지 않는 한 대규모 동반입당의 현실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다는 얘기다.

열린우리당 관계자 B씨는 “오 군수가 동반입당을 추진하고 있지만 당과 사전에 교감이 이뤄진 것은 전혀 없다”면서도 “영입인사인 오 군수가 다른 군수들과 함께 입당하려는 것은 그래도 당에 공헌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오 군수는 이에 대해 “이미 웬만큼은 통했다. 더 이상 만날 일은 없다. 이제 전화로도 의사확인을 할 수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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