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선택한 여자 S씨, 지난 대선에서 허방 짚어 망신
충북 출신 김동완씨도 노무현 당선, 월드컵 4강 예언

역술가의 각본대로 한 평생을 산 한보 정태수 전 회장
유명 역술인들은 대권의 향방에 자신의 운명을 건다. 여성 역술인 S씨는 북한 김일성 주석의 사망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당선을 예언해 일약 스타가 됐지만 지난 대선을 앞두고 희귀성을 가진 여성 정치인의 대권론을 언급했다가 본전도 챙기지 못했다.

S씨는 다가오는 2007 대선의 히어로로 한나라당 손학규 경기도지사를 지목해 다시 한번 대박에 운명을 건 듯한 인상이다. S씨는 다만 잠룡 가운데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손 지사를 돕는다’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안전장치로 제시하고 있다.

충북 출신 역술인 김동완씨도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을 비롯해 2002년 1월1일 ‘한국의 한일월드컵 4강진입’을 예언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김씨는 또 연예인의 자녀들에 대한 작명으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는데, 최수종·하희라, 이종원, 변정수, 이재룡·유호정, 이혁재, 유준상·홍은희, 김호진·김지호, 김명민 등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이처럼 ‘용하다’고 소문난 역술인이나 무속인들이 우리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은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기독교도인 김영삼 전 대통령도 3당 합당을 앞둔 1990년 측근을 통해 역술인의 자문을 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핵심 측근인사가 당대의 유명 역술인 고 지창룡씨를 찾아가 ‘성공 여부’를 물었던 것. 지씨는 “호랑이를 잡기 위해선 굴로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으로 정국이 시끄러웠던 2004년 3월에도 당시 민주당 조순형 대표의 사무실에서 점술에 능했던 당 국가전략연구소장 황태연씨가 산통을 흔들어 점괘를 뽑았고 결과는 ‘대통령의 중도하차’였다. 점괘가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후 탄핵은 일사천리로 추진됐고 국회 의결까지 거쳤지만 결국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면서 황씨의 점괘는 빗나가고 말았다.

문제는 역술인들의 예언이 단순한 ‘OX게임’의 수준을 넘어 특정인에 대한 대세론을 퍼뜨리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1992년 대선 당시 여권이 민자당 내 직능국과 정보기관의 종교관리팀을 총동원, 전국의 유명 역술·무속인 등을 통해 ‘김영삼 대세론’을 널리 전파하도록 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얘기다. 정주영 당시 국민당 후보측도 역술·무속계를 파고들어 “양김 시대는 끝나고 정도령 시대가 왔다”는 ‘천운순환론’을 폈다.

국가경제를 이끄는 기업인들도 사업의 명운을 점괘에 기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이 면접시험에서 관상과 사주를 중요 판단기준으로 삼아 ‘갑·을·병’의 순으로 점수를 매겼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 회장은 해마다 홍콩을 방문해 중국의 유명한 역술가 웨이첸리에게 자문을 구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보 정태수 전 회장은 역술가의 각본대로 세상을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0년대 말 말단 세무공원이었던 정씨는 역술인의 말을 듣고 사업에 뛰어들었고, ‘사주에 불이 많으니 금속을 이용한 사업을 하라’는 말에 철강업에 손을 대 한때 신화를 창조하기도 했다. 정씨는 역술인의 말에 따라 이름도 ‘태준’에서 ‘태수’로 바꿨을 정도. 이밖에도 쌍용, 선경, 한화 등 대기업들에 얽힌 ‘역술비화’는 진진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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