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내려와도 표밭 관리에만 치중
관사에 모여사는 도청 고위 공직자들

17대 총선에서 충북은 열린우리당에게 지역구 8석을 몰아줬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후폭풍도 거셌지만 행정중심복합 도시 추진, 오송분기역 결정 등 지역현안과 관련해 여당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당선된 인사들을 분류하는 여러 가지 기준이 있겠지만 평소부터 지역구를 관리해 온 인사와 혜성(?)처럼 나타나 당선을 거머쥔 인사로 나눌 수도 있다.

전자의 대표적 인물은 재수 끝에 당선된 노영민 의원. 당시 이미 현역이었던 홍재형 의원과 시장직을 내놓고 선거에 출마한 이시종 의원 등도 지역에 있었지만 상황은 좀 다르다.

이에 반해 오제세, 변재일, 김종률 의원 등은 갑작스레 출마를 결정한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김종률 의원은 출마 당시 지역사회에서 이름 석 자를 놓고도 생소해 했던 경우다.
도내 지역구 의원 가운데 실 거주지가 충북인 의원은 노영민 의원 단 한 명 뿐이다. 나머지 의원들은 선거출마 이전에 지역구에 거처를 마련하거나 주소지를 옮긴 수준이다.

   
▲ 충북이 지역주민 국회의원 가운데 충북이 실거주민인 국회의원은 노영민 의원뿐이다. 주말 등을 이용해 지역구에서 활동하지만 표밭관리 수준에 그치고 있다. / 사진=육성준기자
의원들 마다 편차는 있지만 청주에서 출·퇴근 하는 노영민 의원을 제외 하고는 대부분 주말을 이용해서 지역구 관리를 한다. 노 의원은 회기 중에 여의도의 한 호텔에 지정 투숙을 하고 있다.

서울시 용산구 동부이촌동에 자택이 있는 홍재형 의원은 틈나는 대로 지역구에 내려와 행사에 참석하고 경로당을 꼼꼼하게 방문하고 있다. 이는 다른 의원들도 대부분 마찬가지.

이시종 의원은 평일에는 부인이, 주말에는 본인이 지역구를 훑는 것으로 유명한데 여기에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 시장을 사임하고 국회의원에 당선되다 보니 부인은 충주에 남고 이 의원은 서울 오피스텔에, 아들과 딸은 각각 학교 주변에서 자취·하숙을 하는 이산가족 아닌 이산가족이 됐던 것. 결국 충주시장 재직 당시에 세를 놓았던 서울 잠실의 자택으로 흩어졌던 다섯 식구가 모였다. 그래도 부인의 잦은 충주행은 계속되고 있다.

지역밀착인가 선거운동인가
그러나 바쁜 시간을 쪼개 지역구를 찾은 의원들이 경로당 방문등에만 치중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여론이 만만치 않다. 표밭을 찾아다니는 활동을 지역밀착도와 연결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정치인 Q씨는 이에 대해 “행사장이나 경로당에 얼굴을 내미는 것은 철저한 표밭 관리일 뿐이다. 낙선한 뒤에도 지역에 남아있을 사람이 누군지는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지역구의 범위가 넓은 국회의원들은 주말에 내려와 활동을 하는 정도로는 아예 눈에 띄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원 측에서도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4개 군을 지역구로 하는 김종률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지역구가 4개 군에 걸쳐있다보니 웬만큼 움직여서는 표시도 나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제천·단양이 지역구인 서재관 의원실 관계자도 “실 거주지가 용인이다 보니 서울에서 내려가다 길이 막히면 차를 돌려 지역구를 찾는다. 또 지역행사에는 빠지지 않으려 하지만 대부분의 관변단체 행사가 같은 날 열리기 때문에 돌려가면 참석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의원이 지역에 있다보면 가야할 곳 만나야할 사람이 저절로 생긴다”면서 대부분의 의원들이 회기가 아니면 지역구를 찾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도청 간부 모여살던 관사
충북도의 간부 공무원들도 상당수가 퇴임 후 지역을 떠날 사람들이다. 중앙으로 전출을 갔다가 유턴을 한 공무원들은 대부분 서울에 삶의 터전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충북도의 실·국장으로 전입을 오게 될 경우 대부분 가족을 두고 혼자 내려오는 것이 관례다. 그렇다보니 실·국장급들을 위한 관사가 곳곳에 유지돼 왔고 1989년에는 도청 인근에 4층, 8실 규모의 빌라형 관사를 지었다.

이 관사는 최근 공직 사퇴와 도청 인사로 대부분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1층(60평)에는 이재충 행정부지사가 입주해 있으며, 2층에는 한범덕 전 정무부지사와 정정순 전 경제통상국장, 3층에는 김웅기 전 의회사무처장과 김장회 전 기획관 부부, 4층에는 소방본부장 등이 입주해 있었다.

그러나 도청 인사로 얼굴이 바뀐 한철환 의회사무처장, 곽연창 자치행정국장, 김문기 농정국장, 김종록 경제통상국장, 김경용 기획관 등은 모두 청주의 자택을 근거지로 하고 있어 관사에 입주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관사의 경우 양대 부지사는 무료로 사용하지만 나머지 실·국장들은 연간 150만원 정도의 월세를 납부해야 한다.

도청 공무원 P씨는 이에 대해 “민선 시대가 되면서 중앙과의 인사교류가 줄어들게되고 따라서 지역 연고성이 강한 실·국장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관사의 규모나 운영비도 현저하게 줄어든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한범덕 부지사는 1월17일 청주시 용암동의 모 아파트로 거주지를 옮겼다.

조찬모임만 없으면 무조건 지역구로
노영민의원 회기중 호텔 생활, 차 바뀌어 구설수 오르기도

노영민 의원은 청주시 가경동 진로아파트에 산다. 서울에는 오피스텔 같은 임시 숙소도 없다. 회기 중에나 조찬모임 등을 앞둔 날에는 국회의사당 앞에 있는 호텔에 지정 투숙하는데 하루 사용료가 8만원으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모텔급이다.

지난해에는 노 의원과 같은 차종의 승용차를 타고 호텔에 투숙했던 한 스님이 주차관리원이 자동차 열쇠를 잘못 내주는 바람에 승용차를 바꿔타고 가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결국 노 의원 측의 도난 신고가 경찰에 접수되면서, ‘한 현역 의원이 호텔에 투숙했다가 차를 도난당했다’는 내용으로 기사화되기도 했다.

노영민 의원실 이장섭 보좌관은 “일주일에 4~5일은 청주에서 생활하다 보니 지역 크고 작은 현안에 대해서 관심도가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서울로 올라가는 차 안은 현안 문제와 관련한 토론장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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