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집단 ‘경영자 스타일의 행정전문가' 요구
충북 은 '기획형’보다는 ‘조정형 관리자' 선택해

5월3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은 ‘인재 모시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시·도지사 선거의 승패는 그 자체로서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고 2007년 말 대통령 선거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민선 1·2기까지는 시·도지사든 시장·군수든 간에 준비된(?) 전직 공무원들이 각광을 받았다. 유권자들도 급격한 변화 보다는 안정을 원했던 것이다. 민선 1·2까지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는 광역이나 기초자치단체가 흔치 않았다. 임명직에서 선출직으로 바뀌었을 뿐 인적 쇄신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단체장이 누구고 어떤 마인드로 조직을 운영하느냐에 따라 주민들이 느끼는 체감 온도계가 영상과 영하를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거물 또는 행정의 달인, 경영의 귀재 등 3가지 유형의 단체장 가운데 유권자들은 어떤 유형을 선호할까? 물론 세 가지 유형을 고루 겸비한 인물이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한국지방정책연구소가 1월10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지방자치 관련 세미나에 따르면 지방자치 전문가 22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3.6%가 경영자 스타일의 행정 전문가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두고 충북에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인지 진단해 봤다[편집자]

   
정치권, ‘CEO형 인재를 찾아라’
민선 1·2기에서 ‘당선’에 최선의 가치를 두고 이름만 대면 알만한 거물급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를 모시기에 급급했다면, 민선 3기부터는 ‘경영마인드’에 주목하고 있다. 경영마인드를 갖춘 단체장과 그렇지 못한 자치단체장에 대한 주민들의 평가가 냉정해졌기 때문이다. IMF 구제금융이라는 국가적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먹고사는 문제’가 화두가 됐고 참여정부 출범 이후 자치와 분권이 강화되면서 이제는 자치단체장의 능력에 따라 살림살이가 피거나 궁핍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세상이 됐다.

전국적인 상황은 기업경영에 성공한 진짜 CEO를 영입하기 위해 문호를 활짝 열어놓고 있는 형국이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미국 뉴욕에서 가방무역으로 성공한 뒤 김영삼 정부 시절 경남도지사로 깜짝 발탁돼 정계에 입문한 CEO 출신 김혁규 의원을 단장으로 CEO 영입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쌍수 LG전자 부회장,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 등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접촉했다. 김혁규 단장은 도지사 재직시 주식회사 경상남도의 사장을 자처하며 ‘경영행정’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도입해 지방자치 행정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한다.

한나라당도 김형오 의원을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내세워 주요 기업의 CEO들과 접촉하고 있다.

CEO형이 아쉬운 충청북도
충북은 경찰 간부 출신인 주병덕씨가 초대 민선지사를 지냈고, 민선 2·3기 지사는 ‘행정의 달인’으로 통하는 이원종 현 지사가 내리 수장을 맡았다. 이원종 지사는 그 별칭에서 드러나듯이 ‘실키 드라이버’답게 민선 임기 8년 동안 별 탈 없이 충북을 이끌었다. 특별한 실정도 없고 독직과 관련한 추문도 없었다. 아니 풍문마저도 거의 나돌지 않았다. 그러나 호사가들은 ‘특별히 한 일도 없다’며 일을 벌이기 보다 조정자 역할에만 충실했던 이원종 지사의 스타일을 비난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해 말 혁신도시 선정과 관련해 확실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결정 마감시한까지 몰리면서도 뚜렷한 원칙과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결국은 이전 공공기관의 일부 분산배치라는 결론을 내렸고, 탈락 시·군의 반발에 직면해야 했다.

이에 반해 정당인과 언론인 출신이 단체장을 맡은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는 양 시·도에 각각 내려오는 공공기관을 나주시로 집중시키는 과감한 결단을 내림으로써 지역발전의 핵심이 될 ‘혁신 클러스터’를 구축하기 위한 초석을 다졌다. 막판까지 경쟁을 벌였던 담양과 장성도 이에 수긍했고 담양군수는 나주시장에게 직접 꽃다발을 전달하기도 했다.

청주·청원 통합 추진과정에 보여준 발목잡기도 ‘클린맨’이라는 이 지사의 이미지와 상충됐다. 당시 충북도는 건의서를 행자부에 제출하기 위해서는 ‘도의회의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며 통합 추진 첫 단계에서부터 발목을 잡았고, 결국 도의회는 통합찬성이 우세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충북도의 기대에 부응하는 반대의견을 제출하게 된다.

청주청원하나되기 운동본부 상임집행위원장을 맡았던 충청대 남기헌 교수는 “충북도가 중립만 지켰더라도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 뻔하다”며 “언젠가는 반드시 이뤄질 통합의 시점이 지연되면서 행복도시 건설 등에 따른 반사이익도 반감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비 공무원 시·도지사들의 맹활약
민선시대 들어 단체장들의 달라진 모습 가운데 하나는 외자를 유치하기 위해 전 세계를 누비는 것이다. 외자 유치를 위해 해외를 누비는 단체장의 모습은 대기업 CEO를 연상케 한다.

이원종 지사도 오창외국인투자지역을 중심으로 활약상을 선보였다. 20만평에 이르는 분양면적에 모두 9개 회사에 계약을 체결해 JSR 등 5개 업체가 가동중에 있으며, 투자규모도 8억달러를 웃돈다.

그러나 시·도지사의 외자유치 실적에 있어서는 수도권, 비 공무원 출신 단체장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취임이후 2년8개월간 외자유치를 위해 지구 네바퀴에 해당 하는 거리를 이동했다. 투자협약(MOA) 17건, 투자양해각서(MOU) 38건, 투자의향서(LOI) 9건 등 성적표가 화려하다.

이명박 서울시장도 세계적인 금융 보험사인 AIG와 여의도에 국제금융센터를 짓는 계약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외자유치 금액만 9억달러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안상수 인천시장은 인천경제자유구역를 개발하기위해 직접 외국기업 CEO를 맨투맨으로 만나는 세일즈맨으로 변신했다. 인천특구 외자유치 실적만 17건에 207억 달러. 안 시장은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 GM의 주행 성능 시험장 및 연구 단지를 유치하기 위해 14만평의 사업 부지를 무상임대해 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중국에 세우려던 연구개발시설까지 인천으로 유치했다.

외자유치에 있어서는 CEO형 단체장들의 활약이 돋보인 것이다. 물론 CEO형 단체장이라고 해서 반드시 기업인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행정개혁을 이뤄낸 고위 공직자, 대학의 운영자인 총·학장 등도 넓은 범주에서 CEO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씨는 “인구나 면적 면에서 3% 이내의 비중을 차지하는 충북의 경우 경영마인드를 갖춘 참신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부 단체장에 정무직까지 두는 이유가 무엇이겠냐?”고 되물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