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안 룰렛’ 이라는 내기가 있다. 말이 좋아 내기지 회전식 권총에 총알을 장전한 다음 내기에 동의한 사람 가운데 하나가 죽을 때 까지 번갈아 방아쇠를 당기는 이 살벌하면서도 정신 나간 짓은 가끔 영화를 통해 영혼이 무너진 인간을 묘사하는 방법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얼마 전 우리지역에서 ‘러시안 룰렛’을 방불케 하는 일이 벌어졌다. 물론 권총도, 총알도 없었고 죽은 사람도 없었지만 그 일을 러시안 룰렛에 비교하는 것이 큰 무리는 아니다.

군이 우리고장 생활쓰레기 처리업무를 대행할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제한적 최저입찰제’라는 낯선 시스템을 도입했고 두 사람을 낙찰자로 선정했다. 이 과정을 혹자들은 ‘뽑기’라고 부른다. 당첨을 위한 유일한 가능성은 임의의 숫자를 잘 ‘찍는’ 것이었고, 무조건 낮은 가격을 써낸다고 당첨될 수 도 없는 ‘제한적’ 최저가 낙찰이었기 때문에 운은 더욱 강력하게 작용했다.

로또와 별로 다를 것이 없었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전문가들이 모여 같은 방법으로 낙찰자를 가렸다면 얘기는 또 다르다. 그랬다면 같은 방법도 ‘뽑기’가 아니라 현명한 선택으로 평가됐을 것이다. 뽑기의 참가자격이 유명무실했다는 것은 실제 낙찰된 입찰자들이 위탁업무와는 전혀 무관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이 증명한다.

독자들 가운데 옥천에서 1년 이상 거주한(외지인이라도 친한 옥천사람 하나 쯤 있으면 문제될 것이 없다)사람이라면, 거기에 약간의 현금동원능력까지 있다면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을 후회해야 할 지 모른다.

아무튼 이 뽑기가 러시안 룰렛이 된 것은 그 다음 부터다. 위탁사업자에게 군이 지급하는 돈 또한 운에 따라 결정되다 보니 그것이 환경미화원을 겨냥한 총알이 된 것이다. 1권역에서는 첫 입찰에서 낙찰자가 나오지 않고 유찰됐다. 낙찰가는 대행예정가격의 100%에 육박하는 30억원을 넘었는데 아무도 이 훌륭한 가격에 운을 맡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입찰에서 낙찰가는 유찰된 낙찰가보다 8억이나 떨어진 22억, 졸지에 최저가격 수준에서 결정됐다. 1권역 위탁업체로 선정된 옥천환경개발측은 자신들이 첫 번째 입찰에서 낙찰됐더라면 오늘 같은 대량실업사태는 촉발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2권역이 기존 환경미화원들을 완전히 고용할 수 있었던 저변에는 넉넉한 낙찰가격이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한적 최저가 입찰’ 이라는 권총 속에는 누가 맞을지 모를 ‘최저가의 탄환이 장전돼 있었고 22명의 환경미화원들이 그 희생양이 된 것이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귀결된다. 러시안 룰렛보다 더 어처구니없고 가혹한 ‘내기’를 선택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왜 옥천군은 피해자가 이미 정해져 있는 러시안 룰렛을 선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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