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강희 부국장

엄동설한에 얼어 죽을 뻔했던 ‘유채꽃’이 피어나게 됐다. 청원군은 2004년부터 오창과학산업단지에서 ‘청원생명쌀유채꽃축제’를 실시해 왔으나 청원군의회가 트집을 잡으면서 한 때 축제 중단 위기를 맞았다.

군의회는 이 축제가 문제가 많다며 올해 축제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그러나 이 문제 제기가 순수하지 않게 보여지면서 오히려 군의원들을 비난하는 여론이 형성됐다는 것은 재미있는 현상이다. 올해 지방선거에서 오효진 군수를 견제하는 세력들과 지난해 청주·청원 통합 반대파들이 오군수와 쌓인 감정을 ‘죄 없는’ 유채꽃축제에 쏟아부었다는 게 중론이고, 실제 많은 사람들이 축제가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청원군에서는 축제 개최 여부와 관계없이 오창과학산업단지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15만평 부지에 씨를 뿌려놓아 이 겨울이 가고 나면 뾰족 뾰족 올라오는 유채꽃을 보게 될 것이다. 유채꽃은 봄의 전령사다. 춥고 어둡고 우울한 겨울을 무사히 넘기고 봄이 온다는 사실은 눈물겨운 일이다. 봄이 온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꽃이 다름아닌 유채꽃이다. 이 꽃은 색깔도 노란색이다. 노란색은 희망과 의욕을 암시한다. 이 꽃을 올 봄에도 볼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오효진 청원군수는 지난 11일 군정 브리핑을 통해 “행사를 불과 3개월여 앞둔 시점이라 준비기간이 촉박하여 기존 틀대로 주관대행사를 공모할 것”이라며 유채꽃축제 실시를 기정사실화했다. 다만 축제 예산을 추경에 반영해 줄 것을 군의회에 요청해 보겠다는 것. 그리고 당초 검토했던 청주·청원 공동개최 문제는 양 지자체가 후원기관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시와 청원군이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유채꽃축제 홍보나 입장권 판매, 각종 문화행사 개최 등이 있다.

청주시민들은 유채꽃축제를 벌여놓고 오지 말라고 해도 모여 든다. 아니 엄밀히 말해 청원군도 청주시민 없이는 행사 하기가 힘들다. 지난해에도 청주시는 동사무소를 통해 이 축제를 홍보하고, 티켓도 판매했다. 청주시민들이 ‘주고객’이라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이는 또 청주시민과 청원군민들의 생활권이 동일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다.

청주시에서 하는 행사에 당연히 군민들이 오고, 군에서 하는 행사에 시민들은 간다. 버스 타고 몇 정거장만 가면 가능한 거리에 청주시가 있고 청원군이 있다. 청주·청원 통합을 주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점에서 양 시·군이 축제를 함께 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청원군은 생명쌀, 청주시는 직지라는 대표 브랜드를 가지고 문화행사를 만든다면 볼거리가 풍부해질 것이다. 국적도 없는 행사를 하는 것보다 양 지역의 특색을 살려 조화롭게 보여주는 것이 축제의 의미를 살리지 않겠는가.

지난해 통합 주민투표에서 청원군민들이 ‘통합 반대’를 선택했지만 통합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화두이다. 이미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주시장과 청원군수 선거는 통합이 핫이슈라는 이야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올 봄에는 유채꽃밭에서 청주시민과 청원군민들이 ‘동상동몽’을 할 것인지 궁금하다. 어쨌든 청주·청원 주민들은 올 봄에도 다행히 유채꽃을 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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