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범덕-“바이오충북 건설하겠다” 적자론 내세워
정우택-1월6일 이 지사 예방, 덕담 주고 받아

‘당선을 위해서는 3선 고지를 눈앞에 두고 정점(頂點)에서 은퇴를 선언한 이원종 충북지사를 등에 업어라’ 충북지사에 뜻을 둔 입지자들이 최근 금과옥조로 여기고 있는 좌우명이다. 입지자들은 이 지사의 후광을 얻기 위해 이 지사와의 인연을 부각시키는 등 발언의 수위가 다소 낯 뜨거운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심(李心)을 잡기 위한 구애 공세는 정당들도 마찬가지다. 이 지사의 돌연 탈당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던 한나라당은 며칠 뒤 정신을 추스르고 ‘이지사의 탈당은 인생철학에 따른 것으로, 순수하게 존중한다’면서 ‘당에게는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열린우리당은 탈당 당일 ‘박수칠 때 떠나는 것은 보통사람은 할 수 없는 용기’라는 극찬과 함께 표정관리에 실패했다 싶을 정도로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이원종 지사는 “정치에 관련된 일을 하거나 정치권에 줄을 서지 않겠다”며 중립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한범덕 부지사를 지원할 것이냐”는 직접적인 질문에 대해서도 “한 부지사가 개인적으로 판단할 문제이며 개입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IT, BT 피아 식별 암구호인가
이원종 지사는 지난 1월4일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 결과 압도적으로 수위를 달리는 상황에서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다.
불출마의 변은 “40여년에 걸친 공직생활은 긴장의 연속이었으며 이제는 자연인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지극히 평범한 것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장 눈길을 끈 발언은 “충북의 IT, BT를 이끌어갈 적임자가 필요하다”는 차기 구도 관련 언급이었다. 이 발언은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며 바이오 충북의 청사진을 구축한 한범덕 부지사에 대한 간접지지 발언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실제로 한 부지사는 2002년 바이오엑스포 사무총장으로 이 지사의 눈에 든 뒤 기획관리실장에 이어 정무부지사로 중용됐다. 한나라당 당적의 이 지사가 비록 타천이지만 줄곧 열린우리당 후보군으로 분류돼온 한 부지사를 중용한 것은 신뢰도의 깊이를 입증하는 것이다.

한 부지사도 이 지사에 대해서는 예우를 갖추는데 소흘하지 않았다. 지난해 말까지 열린우리당의 청주시장 후보로 거론될 당시 ‘차라리 도지사로 출마하라’는 동창, 지인들의 권유가 만만치 않았지만 “이원종 지사가 3선에 도전하지 않을 경우에만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이 지사와의 관계를 유난히 강조한 것이다. 결국 한 부지사는 이 지사의 불출마 선언 이후 자연스럽게 도지사 출마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또 출마 기자회견에서 “이원종 지사의 제자로 바이오토피아 충북 건설을 위해 일한 만큼 감히 이 지사의 뜻을 이어보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 지사의 법통을 잇는 적자임을 강조했다.

“정 의원이 나와줘서 고맙다”
2005년 9월 한나라당 입당과 함께 “충북지사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뒤 이원종 지사에게 현명한 선택(?)을 강요해 온 정우택 전 의원은 막상 이 지사가 불출마 선언을 하자 이틀 뒤 이 지사를 예방해 어려운 결정을 한 것에 대해 위로의 뜻을 전했다.
이 지사도 “내가 탈당을 하게 되면 당에 패닉현상이 올까 걱정했는 마침 정 의원이 나와줘서 고맙게 생각한다”는 덕담으로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의원은 이 지사의 이같은 발언을 자신에 대한 우회적 지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 전 의원은 또 “지난해 7월 자신이 이 지사를 만났을 때 외국유학을 떠나겠다고 말하자 이 지사가 ‘외국으로 가더라도 출마가능성을 배제하지 말라’고 충고했다”며 “내가 당시에 이 지사의 뜻을 읽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만남과 대화내용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겉으로는 덕담이 오갔지만 선문답풍의 해석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지사가 “이미 지난해 여름(6월30일) 마음을 굳히고 공무원들에게 얘기 했는데도 알아듣는 사람이 없더라”고 말한 것은 자신의 불출마 결정이 정 의원의 입당과 지사 출마 선언, 혁신도시 결정 등을 둘러싼 정치적 압박과는 무관함을 강조하기 위한 우회화법이라는 해석이다.

도내 정치권 관계자 A씨는 “이 지사가 정 의원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질 리는 만무하다. 다만 이 지사의 성격상 은퇴를 선언한 상태에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당은 속내 감추고 표정관리
이 지사의 탈당에 대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각각 속내는 다르지만 태연한 척 표정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이 지사의 불출마와 탈당 선언이 있던 1월4일 11시 청주시내 한 식당에서 하례회를 겸한 상무위원회를 열고 있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이 문제가 논의됐고 이 자리에서 홍재형 도당위원장의 지사 출마를 권유하는 발언이 나오는 등 ‘이제는 해 볼만 하다’는 식의 고무된 분위기였다.

이어 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홍재형 도당위원장은 “이 지사가 도내 국회의원들과 함께 힘을 합쳐 충북발전을 이끌어온 상황에서 아쉽다”며 “주민들의 성원을 받으며 도정을 이끌어온 것에 대해 박수를 보낸다”고 추켜세웠다.

한나라당은 불출마에 이어 예상치 못했던 탈당선언까지 이어지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1월10일 도당 송태영 사무처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당헌·당규가 제대로 작동되는 쪽으로 정공법을 펴겠다”며 공격적인 자세를 보였다.

송태영 사무처장은 “이 지사가 인생철학을 가지고 한 결정을 순수하게 존중하며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고 전제한 뒤 “위기는 당의 주요인사가 탈당함으로써 공백이 생기고 상대 당이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고, 기회는 이 참에 체질개선과 개혁을 통해 변화를 수행하지 못한다는 오해를 불식시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나라당 충북도당은 이날 도지사, 청주시장 후보에 대해 경선 보다는 전략공천을 택할 수밖에 없는 열린우리당의 상황을 고려한 듯 ‘당내 인사는 물론 외부인사를 향해 문을 활짝 열되 경선을 통해 후보를 내세우겠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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