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장처럼 드리운 어둠 속으로, 나의 잃어 버렸던 시간들이 하얗게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우두커니 서서 골목으로 사라져가는 사람들의 잰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있다. 순간 나는 부리나케 그들을 쫓아가 나의 향방을 묻기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으로 점점 오그라드는 나를 의식하며 어둠을 응시하고 있다. 그 어둠의 공간은 마구 흔들리는 가로등 불빛을 쫓아 까슬까슬하게 마른눈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어둠에 쌓인 골목길을 가로등이 희미하게 비추고 있다.

그 빛이 휘청거릴 때 마다 품속을 파고 드는 바람은 행인들의 옷깃을 자꾸만 자꾸만 여미게 했다. 묵직한 삶의 그림자를 등에 지고 종종 걸음으로 사라져 가는 어느집 가장의 등 어깨엔 어느새 눈이 하얗게 쌓여 노곤했던 하루를,
마치 다독이고 있는 듯 하다.

내 작은 보금자리를 잃어 버리던 날,

그 날도 바람은 황망히 불어 와 내 어깨를 잔뜩 움츠러 들게 했다. 오늘도 어디선가 바람 소리 들려 오는 듯 하여 습관처럼 나는 귀를 귀울인다. 그럴때면 잃어버린 시간들을 더듬으며 난 자꾸만 혼자가 되어간다.

그래서 가끔은 술이 그립고 친구들이 그리워진다.

장막 같은 이 밤! 아마도 오래전에 잃었던 시간들이 바람 따라 흩날리는가! 온 밤! 거리를 철벅거리며 회한의 발자국들이 추억처럼 쌓여갔다.

어둠을 가르며 쏟아지는 하얀 눈은 희망처럼 쌓여 가는데 나는 또 나 자신도 모르게 하얗게 쌓인 눈위를 두 발로 꼭꼭 다져가며 또 다른 시간들을 잃어가고 있었다.

내 걸어 가는 길이 결국 혼자 인것을,
어느 누가 있어 그 길을 대신 할거며
어느 누가 또 대신 해줄 수 있는가!
산다는것, 그것은
군중속에서
늘 외로움이며, 고독함이다.

그러한 의식속에 있으면서도
우리는 늘 무의식의 세계를 헤매고 있다.
그러나 그 조차도 잊고 살아가는것이 우리다,
무의식 속에 시간들을 마구 마구 흘려 버리면서
야멸차게 살아가려 안달하다
이 밤!
하얗게 변해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보며 난 또 꿈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마치 습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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