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대는 나의 마지막 열정입니다”

자신을 ‘꿈꾸는 할아버지’라 소개하는 조병묵(60)씨는 남들보다 이상을 더 많이 품고 살았다고 회고한다.
20여년 교직생활을 청산하고 현 강외우체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조씨는 5년간 틈틈히 만들어 온 솟대 60여점을 모아 청원문화제가 열리는 문의문화재 단지 내 고가에서 첫 전시를 열었다.
“5년전 공주박물관 앞에 서 있는 솟대를 처음 봤을때의 강렬함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정한수를 떠 놓고 날마다 자식을 위해 빌던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났어요. 그날부터 솟대를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솟대를 만드는 작업을 통해 생전에 못다한 자식의 도리를 다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네 조상들이 건강, 부귀, 마을 안녕 등의 소망을 담고 하나둘씩 솟대를 세운 것처럼 조씨의 솟대도 개인사를 담은 이야기들이 녹아져 있다.
아들의 사법고시패스를 기념하여 만든 솟대, 가족의 가훈을 담은 솟대, 세상살이 짤막한 교훈을 주는 솟대 등 이야기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전시장입구부터 작품들 하나하나마다 자세한 설명을 달아놓아 관람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했다. “작가들이 원래 작품설명 안하는 데 나는 아마추어인지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더라고요.”
조씨는 길가에 버려진 나무, 불에 타서 쓸모가 없어진 나무들을 모아 오랜시간 정성을 들여 갈고 닦고 윤기를 내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는다. 또 그의 솟대들의 조형적인 특징은 실내로 작품을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원근법을 강조하여 실내에서도 실외에서 만나는 장엄함을 느낄 수 있는 테크닉을 보여준다. 또한 솟대마다 담긴 풍부한 이야기와 표정들이 관객들에게 감정이입을 시킨다.
“솟대는 미치지 않으면 만들 수 없다”는 조씨는 마지막 인생을 솟대에 걸고 싶다고 말한다.
“내 마지막 자아실현이라고 할까요, 솟대는 내 남은 열정을 고스란히 남기는 작업입니다”
조씨는 현재 강외우체국내에 작업실을 두고 솟대작업과 더불어 자녀교육법에 대한 창작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내 손자에게 꿈꾸는 할아버지로 기억되고 싶어요. 죽기전에 아무도 모르는 10가지의 비밀도 남기고 싶고요. 그런데 비밀이 자꾸만 탄로나네요. 한가지씩 비밀을 만들어 가야 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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