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엄호 속 본회의 의결 강행, 노동계·시민단체 크게 반발

충청북도의회가 경찰의 엄호 속에서 도내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안 가운데 4인 선거구 8곳을 2인 선거구로 분할하는 수정안을 의결했다.

충북도의회는 12월23일 기획행정위원회와 본회의를 잇따라 열어 도내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안 가운데 증평 가선거구와 옥천 나선거구를 제외한 4인 선거구 8곳을 2인 선거구로 분할했다.

   
▲ 23일 충북도의회가 선거구획정안 수정안을 강행처리하자 충북여성민우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충북도의회를 성토하고 있다. <뉴시스>
도 선거구 획정위원회는 도내 기초의원 선거구를 4인 선거구 10곳, 3인 선거구 20곳, 2인 선거구 7곳 등 모두 37곳으로 획정해 도의회에 제출했었다.

그러나 도의회 기획행정위는 “지세, 교통, 생활권역을 고려하고 도의원 선거구와 시·군의원 선거구의 구분이 필요해 분구가 불가능한 증평 가선거구와 옥천 나선거구를 제외한 8개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분구한다”며 수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거수 투표 결과 참석 의원 24명 가운데 찬성 20명, 반대 3명, 기권 1명으로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열린우리당 소속 강구성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4인 선거구 분할이 한나라당의 방침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지만 수적 열세로 인해 반대표는 3표에 불과했다.

도의원 중 유일하게 열린우리당 소속인 강구성 의원(옥천 1)은 찬반토론을 통해 “그동안 도의회는 단 한건도 정당 간 충돌 없이 도민을 위해 일해왔다”고 전제한 뒤 “이번에도 주민의 뜻에 어긋나는 일을 해선 안된다”며 4인 선거구 분할을 반대했다.

무소속 김환동 의원(괴산 1)도 “한나라당이 이렇게 오만방자해선 안된다”고 주장했으며 자민련 비례대표 정윤숙 의원도 여성계 입장을 대변해 선거구 분할을 재고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찬반토론에 이어진 투표 결과 반대표를 던진 의원은 강구성, 김환동, 정윤숙 의원 등 3명에 불과했고 자민련 소속의 송은섭 의원은 기권했다. 도의회는 전체 의원 27명 중 23명이 한나라당 소속이며 열린우리당 1명, 자민련 2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앞서 민주노동당 충북도당 당원과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회원 30여명은 한때 기획행정위 회의실을 점거하고 의사봉을 빼앗아 상임위를 산회하는 사태가 벌어졌으며, 본회의 상정도 30여분 동안 지연됐다. 이에 따라 상임위를 제대로 거쳐 의안이 상정됐는지 의장 직권으로 상정된 것인지 회의 진행 절차에 대한 논란이 있었으나 확인결과 상임위를 거쳐 상정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수정안을 표결에 부치는 과정에서도 의장이 원안에서 수정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방청석에서 고함이 울려퍼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장준호, 심흥섭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방청석을 돌아보면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입씨름을 벌이기도 했다.

본회의가 끝난 뒤 민주노동당과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의회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수정안 통과를 강행한 도의회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민주노동당 충북도당 배창호 위원장은 “이번 선거구 획정안 수정은 절차상 하자가 있기 때문에 원천 무효”라고 전제한 뒤 “선거구 획정안 수정안을 무효화시키는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이혁규(청주교대 교수) 공동집행위원장도 “도의회의 날치기 폭거는 공직선거법의 근본정신을 유린한 것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주민들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본다”며 도의회를 강력히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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