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만료 ‘방 뺀’ 세입자, 옆집에 동일 상호 개업

음식점 등의 상호를 둘러싼 원조 논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원조논란으로 지역사회를 시끄럽게 한 것은 청주시 흥덕구 서촌동 천마가든의 간판 다툼이다.
천마가든의 원조논쟁은 진천군 백곡면에서 고혈압 등 성인병에 탁월한 약효를 지닌 것으로 알려진 천마 재배에 성공한 정 모(60)씨가 진천에 이어 1998년 청주역 인근에 천마가든을 개업하면서 불씨가 지펴졌다.

천마가든은 오리요리를 전문으로 취급하면서 천마를 이용해 담근 천마주를 무료로 제공해 손님들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청주시 북문로 기계공고 앞과 청원군 척산면 청원IC 인근에 체인점을 낼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문제는 청주 본점 격인 청주시 서촌동 천마가든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일하던 건물주 박응섭(56)씨가 IMF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자 천마가든을 인수해 직접 운영하겠다고 나섰고, 정씨는 로열티를 받는 조건으로 가게를 비워주기로 했지만 이후 감정의 골이 깊어지게 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잘 나가던 식당을 물려주고 나오게 된 정씨가 식당 곳곳에 “서촌동 천마가든을 폐업하니 앞으로 북문로점을 이용해 달라”는 문구를 써붙이고 막판 영업을 한 것이 화근이 돼 앞서 로열티를 주기로 했던 구두계약이 깨져버리고 만 것.

이후 건물주 박씨는 천마의 공급처를 청원군 낭성으로 바꾸고 ‘낭성 천마가든’으로 상표 등록을 한 뒤 현재 원조 천마가든이라는 상호로 영업을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당초 약속했던 로열티도 주지 않고 원조 천마가든을 차지하다 보니 이래저래 구설수에 올랐고 폭력배로부터 협박을 받기도 했다는 것이 뒷얘기다. 그러나 원조 천마가든을 내준 정씨도 속절없이 당하지만은 않았다. 사태가 악화될 것에 대비해 바로 옆집을 미리 사들여 비밀리에 개업을 준비한 것이다. 결국 정씨는 건물주 박씨 보다도 먼저 ‘천마가든’이라는 당초의 상호로 다시 문을 열었다.

천마주 무료 제공 경영압박 요인
낮은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동시에 문을 연 ‘원조 천마가든’과 ‘천마가든’은 한동안 이런저런 자존심 다툼으로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 당초 진천과 청주, 청원에서 천마가든을 창업했던 정씨가 얼마 되지 않아 이를 모두 팔아넘기고 수도권으로 진출했지만 영업경쟁을 둘러싼 어깨싸움이 상당기간 지속됐던 것.

정씨는 2000년 1월 원조 천마가든 인근에 다시 천마가든을 차렸지만 불과 열 달만에 약 1억원 안팎의 권리금을 받고 이를 팔았다. 또 북문로에 있던 천마가든도 역시 비슷한 금액을 받고 친지에게 넘겼다. 현도에 있던 천마가든은 목이 좋지 않아 별다른 이익을 남기지 않고 처분했다.

그러나 당초 정씨의 서촌동 원조 천마가든에서 일했던 종업원 가운데 일부는 바로 옆에 개업한 새 천마가든으로 옮겨 현재까지 일하고 있는데, 개업 초기에는 이들이 주차장에까지 나와 호객행위를 벌이면서 원조 천마가든의 새 업주 박씨와 신경전을 벌였던 것.

박씨는 이에 대해 “주차장 울타리 일부를 합판으로 막아 드나드는 손님을 가리는 등 신경전을 벌였지만 지금은 서로 장사가 안돼 동병상련의 심정”이라고 밝혔다.

장사가 예전만큼 시원치 않은 것은 인근에 대규모 오리집이 생겼고 조류독감 등 변수도 있었지만 박씨가 분석하는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천마가든 창시자인 정씨가 손님을 유치하기 위한 방편으로 천마주를 서비스로 제공했는데 천마주의 제조원가가 워낙 비싸 ‘겉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꼴’이라는 것이다. 정씨는 천마주로 손님을 유치해 가게의 외형을 부풀린 뒤 권리금을 챙겨 나갔지만 가게를 인수한 사람은 이를 마냥 서비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 박씨의 설명이다.

박씨는 “천마 자체가 귀한데다, 모래 속에 묻어 일시적으로 보관할 뿐 냉장 또는 냉동 보관이 불가능해 한 병당 제조원가가 2200원에 달하는 등 천마주 서비스 전략은 장기적으로 경영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정씨가 팔아넘긴 서촌동 천마가든은 다시 새로운 주인을 맞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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