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북풍 문건’ 통해 공개된 안기부 특수공작원
서울에서 사업한다면서 청주에서 잦은 골프회동

9월28일 그랜드CC에서 열린 청주고 총동문친선골프대회에서 단연 눈길을 끈 사람은 47회 졸업생인 박채서(51)씨 였다. 박씨는 이날 300m에 이르는 호쾌한 비거리와 프로 수준인 67타의 돋보이는 실력으로 메달리스트가 됐다.

그러나 박씨가 주목을 받은 것은 이 것 때문만이 아니다. 지금은 잊혀져가지만 박채서라는 이름 보다도 공작원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한때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과거가 시선을 집중시킨 것이다.

   
▲ 청주고 동문 골프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난 박채서씨. (왼쪽에서 두번째)
‘흑금성 사건’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7년 대선 직전에 북풍공작에 가담했던 당시 안기부 수뇌부가 자신들의 범죄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적당히 거짓을 섞어 작성한 이른바 ‘이대성 파일’을 언론에 흘리면서 안기부 대북공작원이던 박씨가 북한에 포섭된 이중간첩으로 보도된 것이다.

이로 인해 엄청난 비용을 들여 10년 넘게 지속된 국가공작망이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리고 박씨가 공작원인줄 모르고 박씨를 앞세워 북한에서 애니콜 광고 제작을 추진하던 ‘아자커뮤니케이션’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흑금성 박채서씨의 청주고 동기생들은 박씨가 고교 재학 당시에도 단단한 체격과 우렁찬 목소리, 강직하고 당찬 성격의 소유자였으며, 3학년 때는 학도호국단 연대장을 맡을 정도로 전형적인 군체질(?)이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동기인 충청북도의회 이대원 의원은 “군 쪽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정보계통에서 일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정보원으로서의 치밀한 성격은 트레이닝을 통해 만들어진 것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박씨는 고교 졸업 후 육군 3사관학교 14기로 군에 입문했으며, 소령진급과 함께 육군대학을 3등으로 졸업하면서 국군정보사령부에 배치돼 활동하다가 1993년 군복을 벗은 뒤 안기부 특수공작원으로 활동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북풍사건 뒤에도 서울에 머물고 있으나 충북에 한달에 한 차례 정도 내려와 고향(청원군 남이면)에도 들르고 지인들과 골프모임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지역의 개원의인 M씨는 “2년 전만 해도 함께 자주 골프를 쳤지만 그 친구가 주로 평일에 내려오기 때문에 어울리지 못하고 있다”며 “누군지도 모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골프를 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건설업을 하는 동기 P씨도 “서울에서 사업을 한다고 하는데 친구들도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며 “특별히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살만한 재산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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