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역 고교 총동문회 ‘골프동호회 붐’
전 안기부 공작원 ‘흑금성’ 청주고 대회서 67타 1위

대성고·청주고·청주기공·청주농고등 활성화
청주상고 동문팀 SBS골프채널 전국고교동문대회 8강


최근 몇 년 사이 청주지역 고등학교 동문회를 중심으로 골프동호회 붐이 일고 있다. 일부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정회원들로 골프동호회를 구성해 매달 골프모임을 갖는가 하면, 총동문회가 주최하는 골프대회가 성황리에 펼쳐지기도 했다.

현재 모임이 활성화 되어있는 청주지역의 총동문 골프동호회는 청주기계공고의 ‘청공회’와 청주농고의 ‘농원회’, 대성고(구 청주상고)의 ‘상운회’ 등이다.
청주고등학교의 경우 총동문회 차원의 골프동호회는 없지만 각 기수 별로 10여개의 골프동호회가 있다. 그래서 지난 9월28일 총동문회 주최로 대규모 친선골프대회를 열기도 했다.

동문회 골프동호회의 특징은 30대에서 70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연령의 회원층으로 구성돼 있다는 것. 또 매달 평일에 모임을 갖기 때문에 공직자 등 직장인이나 시간에 쫓기는 자영사업자들이 돈만 있다고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은 아니다. 돈과 시간적 여유, 적당한 사회적 지위 등 삼박자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동문 골프모임을 통해 세대를 초월하는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모교발전을 위한 기금도 내놓는 등 동문사회에서 나름대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려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각 고교별 골프동호회를 들여다 봤다.

   
▲ 청주지역 고교 총동문회에 골프동호회가 생겨난 것은 2000년 이후이며 최근 경쟁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 사진=육성준 기자
청주고 골프대회 홀인원 속출
청주고의 경우 기수 별로 골프동호회가 난립하고 있지만 총동문회 차원의 골프동호회는 없어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다. 청주고 총동문회는 이를 평정하려 9월 28일 청주 그랜드CC에서 제1회 총동문친선골프대회를 열었는데, 55개팀에 219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러진 이날 대회의 우승은 홀인원을 기록한 55회 졸업생 연규웅(43)씨가 차지했으나 실제 히어로는 1998년 북풍사건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전 안기부 공작원 박채서(일명 흑금성·47회)씨 였다. 박씨는 이날 67타(5언더)를 쳐 PGA프로들과 겨뤄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실력을 보여 줬다. 메달리스트를 차지한 박씨는 우승을 후배에게 양보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대회에서는 특히 우승자인 연규웅씨를 비롯해 54회 지달영(44)씨 등이 홀인원을 기록해 화제가 됐다. 비록 고급 외제승용차가 경품으로 걸린 두 개의 홀은 빗나갔지만 두 사람은 생애 한 번 있을까 말까한 홀인원을 기록한 기쁨에 각각 100만원을 총동문회관 건립기금으로 내놓기도 했다고 한다.

청주고 동문골프대회는 총동문회관 건립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취지도 겸해서 열렸는데 이날 하루 약 1400만원이 모금됐다.
청주고 총동문회는 여건 상 동문회 차원의 골프동호회 출범은 당분간 뒤로 미루고, 대신 친선골프대회를 해마다 개최할 예정인데, 제2회 골프대회부터는 6월초를 전후해 내년 대회를 열 방침이다.

청주기공 ‘청공회’, 창립 6년 효시격
청주기계공고 총동문회 소속의 골프동우회 ‘청공회’는 2000년에 설립돼 올해로 여섯 해를 맞는다. 등록회원만 80명에 이르고 매월 첫째 주 수요일, 그랜드CC에서 열리는 정례모임에는 평균 40~50명 정도가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또 해마다 10월에는 총동문회 주최로 ‘총동문회장배 친선골프대회’를 열고 있는데 올해 4회대회는 10월5일 그랜드CC에서 열렸다.

청공회 회장은 17회 졸업생인 이명식(57) (주)충청에스엔지 회장이다. 7회 졸업생인 안창국(67)전 청주 부시장에서부터 34회 신백수(40) 신백수레크리에이션 대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회원이 포진돼 있다.

실력이 돋보이는 회원은 17회 김성수(57·청주대 교수), 25회 장만교(49·충청북도관광협회 사무국장), 26회 류홍렬(48·동인골프연습장 대표), 31회 변주연(43·한빛일보 사장)씨 등으로 싱글 수준이다. 지난 총동문회장배 대회에서는 장만교씨가 메달리스트를 차지했다.

청공회 역시 특별찬조금 등을 통해 매년 장학금 등 모교발전기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청공회 총무인 30회 최하영(44·명원종합건설 대표)씨는 “IMF 경제난 이후 사업을 하는 동문들끼리 서로를 격려하기 위해 골프동호회를 설립했다”며 “지금도 그 정신을 살려 불우이웃돕기 등 사회적인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성고(청주상고) ‘상운회’ 실력 돋보여
대성고 총동문회 골프모임인 ‘상운회’는 2001년에 결성됐으며 2005년 5월9일 동문 169명이 참석한 가운데 그랜드CC에서 제4회 총동문 골프대회를 열었다.

상운회는 매년 5월 둘째주 월요일 총동문골프대회를 갖고 4월, 6월, 9월, 11월의 3째주 월요일에 분기별 골프모임을 갖는다. 상운회 멤버는 약 50명인데 기수 별로 기본 2~3명이 참여해 기별 대표의 성격을 띠고 있다. 상운회 구성의 또 다른 특징은 재경 회원이 60% 정도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운회장도 재경 동문인 (주)지엔텍의 정동규(25회·59세) 회장이 맡고 있다.

상운회가 자랑으로 내세우는 것은 무엇보다도 회원들의 탁월한 실력이다. SBS 골프채널이 주최한 ‘먼싱웨어배 고교동창골프대회’에서도 29회 김경배(55), 31회 홍두표(53), 33회 김종하(51), 37회 지걸수(47)씨 등 4명으로 구성된 대성고 동문팀이 현재 16강에 올라있는 상태다. 김경배씨는 전국클럽챔피언전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는 등 객관적으로 그 실력을 충분히 인정받는 베테랑이다.

먼싱웨어배는 동창생들이 출신 고등학교의 명예를 걸고 9홀 매치플레이로 승부를 가리는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으로, 지역예선을 거쳐 올라온 48개팀이 본선대결을 펼치고 있다. 대성고는 진천 광혜원고를 누르고 16강에 올랐으며, 청주고를 누르고 역시 16강에 오른 공주고와 내년 3월쯤 8강전을 벌일 예정이다.

청주농고 ‘농원회’ 후발주자 맹추격
청주농고 총동문회 골프모임인 농원회는 2004년 초에 발족해 다른 동호회에 비해 경륜이 짧은 편이다. 그러나 매달 떼제베나 그랜드CC에서 월례모임을 갖는 등 튼튼한 결속력을 자랑하고 있다. 2006년부터는 연말에 총동문회장배 대회를 추진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현재 등록된 회원은 48명인데, 회장은 49회 졸업생인 김성배(61) 성종건설(주) 대표이사가 맡고 있다. 총무는 52회 김진석(58) 동림엔지니어링 대표이사. 30대 초반에서부터 70대까지 장장 40년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필드 위에서 우애를 다지고 있다. 농원회의 대표 선수는 61회 조경환(49) 청원주류 대표이사인데, 3~4언더 수준의 실력파다.

한편 위에서 언급한 학교 외에도 세광고, 운호고 등에도 총동문회 소속의 골프동호회가 구성돼 모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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