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개발공사 사장 선임 앞두고 ‘공무원 자리냐 아니냐’ 설왕설래
알고 보니 지자체 출연기관에도 공무원 출신 '수두룩'

퇴직 공무원들의 ‘조직 갈아타기’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퇴직을 몇 년 앞둔 공무원들이 자치단체 출연기관이나 공기업 임원으로 가는 것은 예전부터 있어 온 관행이나, 요즘도 빈번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배 전 바이오산업추진단장(58)은 지난 21일 충북문화재연구원 초대 원장에 임명됐다.

이 원장은 충북도 등에서 39년 동안 공직생활을 한 뒤 9월 1일 명예퇴직했다. 재단법인 충북문화재연구원의 목적은 정관에 나와 있는 대로 민족문화유산(지정문화재, 비지정문화재, 매장문화재 포함)의 체계적인 조사·연구, 출토유물의 보존처리 및 그 활용을 통해 민족문화를 전승·보급하고 문화유산의 총체적인 보존관리체제 확립에 있다.

구체적으로 하는 일은 문화유산의 보호·보존운동, 문화유산 조사·연구·자료 발간, 전문인력의 양성 및 재교육 등이다. 문화재연구원의 정원은 20명으로 돼있으나 현재 원장만 임명한 상태. 도 관계자는 조사장비, 실측장비, 인력 등이 기준을 통과해야 문화재청장으로부터 조사기관 지정을 받을 것이라고 말해 구체적인 사업은 내년부터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문화재의 발굴과 조사, 연구 등에 관한 사항을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여론은 벌써부터 있어 왔다. 문제는 신설된 조직의 대표로 퇴직 공무원이 갔다는 사실이다. 정관상 문화재연구원장 임명은 이사장인 도지사의 재청으로 이사회에서 선임하도록 돼있다.

개발공사 사장 ‘관심집중’
그리고 충북도는 최근 충북개발공사 출범을 앞두고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개발공사에 대해 “도 산하 건설종합본부에서 공영개발 업무를 추진해 왔으나, 공무원들의 이동이 잦고 폭증하는 공영개발 수요가 많아 이를 전담하는 지방공기업이 필요했다. 개발공사에서 공영개발 업무를 하면 도민들에게 높은 가격으로 토지보상을 해줄 수 있고, 개발이익의 지역외 유출을 막을 수 있다. 또 분양가를 낮추고 개발이익을 지역에 재투자하며 고용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충남, 울산, 충북만 공영개발 전담 조직이 없었는데 충남과 울산도 내년에 발족할 예정으로 있다”고 말했다.

도에서는 호남고속철도 오송분기역 확정에 따른 오송신도시와 12개 공공기관 입지를 위한 혁신도시 건설에 개발공사가 큰 일을 할 수 있으며 산업단지와 관광개발사업, 쓰레기매립장 등의 사업도 맡아 재정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으로 개발공사는 택지개발부터 신도시개발, 주거환경 개선, 지방산업단지와 농공단지 조성 등을 기본으로 하고 체육시설·동물원·폐기물 소각시설 운영까지 다양한 일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도는 583억원의 자본금을 출연하고 직원들을 2~7급까지 35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가장 관심이 모아지는 개발공사 사장은 사장 추천위원회에서 선출된다. 도 추천 4명, 도의회 추천 3명 등 7명의 전문가로 조직된 사장 추천위원회는 이달 중 회의를 열고 사장 공모에 응한 6명의 후보 중 2명을 올려 도지사가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는 정부·지방공기업 근무 경력자 3명, 전직 대학교수 1명, 3급 공무원 근무 경력자 2명. 도에서는 비공개원칙으로 업무를 처리했으나 현직 공무원과 전직 공무원인 김종운 충북도 건설교통국장, 김건호 전 도 건설교통국장의 공모 사실이 언론에 공개됐다. 나머지는 전직 교수인 S씨, 대전도시개발공사 출신 L씨. 겸임교수인 K씨,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 출신인 Y씨인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항간에서는 충북개발공사의 출범도 출범이지만 과연 누가 초대 사장으로 갈 것인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런데 벌써부터 도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공무원 출신이 초대 사장을 맡는 것이 낫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공무원 모씨는 “기구 설립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마무리 하려면 공무원이 하는 게 좋다. 조직 기반을 마련하고 도와 도의회간에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유지해가며 업무 처리를 하려면 민간인은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도 행정기관의 인·허가 사항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공무원 출신이 하는 것이 좋다며 타 시·도에서도 초대 사장은 공무원이 맡았다고 강조했다.

신설 조직, 언제까지 공무원 몫?
하지만 외부에서 보는 시각은 사뭇 다르다. 모 인사는 “어떤 분야를 전문 조직으로 독립시키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전문가들은 관료화된 공무원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 문화재연구원장은 문화재 전문가가, 충북개발공사 사장은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이 있는 CEO가 맡아야 한다. 이런 조직들은 공무원들 정년을 늘이기 위해 생긴 게 아니다. 단체장이 선거 끝나면 논공행상식으로 자리를 나눠주는 관행도 없어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실제 공무원 출신이 도내 지자체 출연기관이나 공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예는 상당히 많다. 김동응 청주산업단지관리공단 전무이사는 전 공무원교육원장, 이기욱 충북중소기업지원센터 본부장은 도 예산담당관 출신이다. 김홍기 지식산업진흥원장은 도 자치행정국장, 팀장 이태수씨는 첨단산업과장을 역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하면 이희익 충북개발연구원 사무국장은 전 경노복지담당, 오상진 충북운수연수원 사무국장은 전 청주시 환경복지국장, 이광훈 충북학사원장은 전 제천시 부시장을 역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충 청주시 주차관리공단 이사장은 선거 때 청주시장 캠프에서 일한 덕으로 임명돼 인구에 회자됐다.

이에 대해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충북개발공사가 성공하려면 중앙인맥, 대기업체와의 연결고리가 있어야 한다. 충북에 있다고 충북 일만 해서는 안되고 전국을 상대로 뛰어야 한다. 공무원 출신을 임용하는 것이 개발공사의 설립 취지와 이념에 맞는가를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항동 충청대 행정학과 교수는 “조직을 만드는 이유는 더 나은 서비스와 효율성을 위한 것인데 경영마인드가 입증되지도 않은 사람을 배려 차원에서 앉히는 것은 조직과 인원만 늘리는 꼴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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