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조형물, 도벽, 디자인 등 다양한 장르 표출
건축물 법에 의한 조형물 설치, 뒷거래 여전

공공미술(public art)에 대한 정의 혹은 그것의 옳고 그름을 나누기가 쉽지않다. 공공미술이라는 말 자체가 ‘공공’이라는 대단히 사회적인 담론과 ‘미술’이라는 지독히 개인적인 담론으로 구성된 복합명사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공공 더하기 미술. 미술에다 아름다움의 상표인 공공성, 공익성의 날개까지 단 공공미술은 연간 3백 15억원(1997년 기준, 한국문화정책개발원조사)에 이르는 생활비를 받아가며 전시장에서 도시 곳곳으로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현재 공공미술은 환경조형물(혹은 미술장식품), 벽화, 디자인, 포장작업등 다양한 장르로 표출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88서울올림픽때 환경미화차원에서 외국에서 실시하는 이른바 ‘1%정책’을 도입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이는 연면적 1만 제곱미터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때엔 건축비의 0.1~1%내에서 건축 미술품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된다는 것. 이 건축물 미술장식제도는 1995년부터는 전국적으로 의무화됐다.

외면받는 거리 조형물

그러나 이런 거리 조형물을 두고 공공성도 예술성도 찾기 힘들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청주시내 거리조형물들은 이미 조각은 누구, 서예는 누구 라는 답이 내려져 있다. 회화와 달리 조각은 작품이 비싸고 잘 팔리지 않기 때문에 한번에 목돈을 쥘수 있는 계약권을 따기위해 로비가 이뤄지는 것은 미술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또한 이 부분은 작가들 사이에서 예민한 부분이라 누구도 공개적으로 말하기를 꺼린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모 조각가의 말이다.
현재 거리 조형물 설치는 우선 건축주가 작가와 작품을 선정해 지방단체에 심의를 올린다. 작가를 선정하는 일은 건축주의 권한. 자치단체 심의위원회는 심의에 올라온 작품이 예술성이 높은지, 건축물과 주변 경관에 어울리는지 등을 심사해 설치여부를 결정한다. ‘예술품 장식위원회’가 따로 마련되어 미술관련전문위원이 심의를 하도록 돼있지만 청주시는 문화예술과에서 조형물에 대한 심의와 허가를 모두 맡고 있다.
시 관계자는 “96년부터 2002년 올해까지 해마다 적게는 1건에서 5건의 조형물이 설치되며, 설치비용은 대략 1억원내외”이며 “외주공사가 들어오는 경우는 지역작가가 아닌 대개 중앙작가들의 작품이 설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건축주에게 선택권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한 미술관계자는 “건축주가 작가를 직접 선정하기도 하지만 중개상(브로커)이나 화랑이 개입하는 경우가 전체의 60%를 넘는다. 이것이 또한 충북만의 문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모 미술인은 “아마 전국을 몇 블럭으로 나눠본다면 원이나 반원 혹은 호(弧)를 모티브로 만든 조각, 어깨동무하고 있는 가족을 형상화한 조각등 천편일률적인 작품들이 블럭마다 세워져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주에도 한동안 공공미술 바람 불었다

청주시가 지금까지 시 소유의 공공건물에 대해 도벽(벽화그리기)이나 조형물 설치 등에 대해 예산을 투입한 적은 없었다. 다만 98년부터 일부 파출소나 기업체, 학교, 병원 등을 중심으로 벽이나 담장등에 벽화그리기 붐이 일었다. 환경정비차원에서 거리에 나무를 한 그루 심는 것처럼 벽에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전국적으로 유행처럼 일어났던 때였다.
그 당시 청주에서도 젊은 작가들이 의기투합하여 ‘동키호테 조형연구소’를 내고 ‘회색벽없애기’운동을 펼쳤다. 하지만 이들은 98년도에 괴산경찰소 담장, 99년도에 한국통신 주차장에 벽화를 그리는 성과를 남기고 뿔뿔이 흩어졌다. 참여작가였던 조송주씨는 “모인사람들이 열정만 갖고 있는 작가군이어서 행정 절차 등의 문제에 문외한 이었다”며 “각 분야의 전문가 집단이 모여서 일을 추진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또 “대도시나 가까운 대전만 해도 벽화그리기가 보편화됐지만 청주는 잠시 부는 바람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조성된 건물가운데 하나인 중앙파출소는 외벽에 그린 기하학적 도형과 주변이 잘 어울린다는 평이고, 상당초등학교에 그린 벽화는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함께 만든 공동작품으로 의의가 높다. 또 평양주유소에 그린 벽화나 일식집 쥬라기공원에 설치한 공룡은 적재적소에 맞는 작품으로 홍보효과까지 덤으로 얻고 있다.
외국의 경우 도시 건물의 건설계획부터 벽화를 마감공정으로 택하는 것이 보편화 됐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그래서인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잡음은 역시 작가의 작품과 건물주나 관의 요구사항간의 괴리감이요, 이를 조율하다보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작품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에 관한 담당공무원의 설명이 씁쓸하다. “작가들이 워낙 자존심이 센 사람들이라 공적인 일을 같이 추진하다 그만둔 적이 많다. 또 일을 추진해도 작가선정시비, 작품성 논란 등에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미술이 똑 떨어지는 답이 아닌데 우리들에게 책임몰이 하는 것은 무리아니냐.”

시민참여 서문교 리모델링, 주성(舟城) 모양의 조형물설치

공공미술에 대한 백과사전식 정의는 ‘대중들을 위한 미술을 뜻하는 전문용어’이다. 즉 공공미술은 장소를 물리적 공간으로 보지 않고 사회적·문화적·정치적 소통의 공간으로 간주하며, 그런 의미에 맞는 작품으로 지역공동체와 관람객의 참여, 일시적 작업을 제안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2년전 시민제안이 활성화 된 이후로 공공미술에 대한 시민제안은 아파트 벽에 벽화를 그리자, 딱딱한 분위기의 관공서를 미적으로 꾸미자는 몇몇의 의견에 그쳤다.
그 가운데 눈에띄는 대목은 올 3월에 완성된 ‘서문교 리모델링’이다. 시에서 처음으로 시민들에게 서문교활용을 위한 순수제안공모전을 열었던 것. 총 30팀이 참가했으며 1등은 청주대학교 환경조형학과 대학원생 5명이 낸 아이디어가 당첨했고 그것이 지금의 서문교 리모델링의 기본이 됐다.
“생각보다 참여율도 수준도 높았다. 전문업체들도 의견을 냈으나 청주의 지형인 주성(舟城)의 형태를 재구성한 팀이 1등을 했고 그당시 상금은 70만원이었다” 당시 일을 추진했던 담당공무원의 말이다.
총 3억 6천만원의 사업비가 들어간 서문교는 보행자전용공간을 목적으로 고무블럭, 의자를 놓아 시민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생선가시같다느니, 왜 구조물을 연결하지 않냐느니, 비판의 글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다고 한다.
이에 담당공무원은 “전국적인 현상공모를 하여 아이디어부터 시공까지 맡길경우 적어도 15억원이 들지만, 시민제안 공모를 통해 경비를 상당히 절감할 수 있었으며, 또 이 부분에 대해 다른 중소도시에서 문의가 많이 온다”고 말했다. 시는 또한 ‘모충교’처럼 활용되지 않고 있는 다리도 리모델링 계획를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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