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전 의원…“중앙당은 대선 겨냥 정치적인 지사 원한다 ” 주장
이원종 지사…‘충북당 당수’희미한 정치성향이 장점이자 단점

9월21일 한나라당에 입당한 정우택 전 의원의 ‘이원종 밀어내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입당 기자회견에서 “도지사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데 이어 “이제는 지역에서도 힘있고 일 할 수 있는 사람이 지역발전을 이끌어야 한다”며 세대교체론을 들고 나왔다.

정 전 의원은 특히 “다른 시·도에서도 국회의원 등을 지낸 분들이 도지사나 광역시장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않냐”며 세대교체의 대안이 결국 자신임을 은근히 못 박았다.

한 달 뒤 정우택 전 의원의 대망은 보다 구체화됐다. 10월25일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홍곡과학문화재단 사무실을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로 이전, 개소한 뒤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지금 이 시점에서 한나라당에 입당한 까닭이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지 않냐”고 반문하고 “연말이나 내년 초 쯤에는 중앙당의 생각이 무엇인지 잘 알게 될 것”이라는 말로 여운을 남겼다.

정 전 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9월21일 한나라당 입당과 관련해 이날 오전 중앙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기 전, 박근혜대표 등 당 지도부와 한 시간 정도 밀담을 나누는 등 입당과정에서 제시된 구체적 각본에 근거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정우택 전 의원은 이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중앙당의 관심은 2년 뒤 대선에 집중돼 있고, 도지사 한, 두 자리를 잃더라도 정치경험이 있는 지사를 원하고 있다”며 “공천심사위원회 활동이 시작되는 연말이나 내년 초면 이같은 당의 방침이 구체화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정 전 의원은 또 “박근혜대표가 입당 직전 독대를 통해 이같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전제한 뒤 “그 의미는 알아서 상상하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정우택카드는 한나라 자신감의 소산
정우택 전 의원의 말이 구체적 사실과 일치한다면 이는 최근 여론조사와 재보궐선거에서의 잇따른 승리 등을 통해 얻은 한나라당의 자신감에 바탕을 둔 것으로 보인다.
CJB청주방송이 10월 중순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충북지사 예비후보군 가운데 이원종지사가 37.8%로 여전히 독주하고 있는 반면, 정우택 전 의원은 10.6%에 머물러, 한나라당이 통계의 과학에 따를 경우 정 전 의원은 벤치를 지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천타천으로 도지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열린우리당 홍재형, 이시종의원 등이 정 전 의원과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박빙이거나 뒤쳐져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단은 정우택카드로도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보궐선거의 잇따른 패배로 의석수가 줄어든 열린우리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치 않을 경우 현역 의원들의 단체장 출마를 제한할 수도 있어 정 전 의원은 안재헌 전 부지사나 서규용 전 농림부 차관 등 두 현역의원 보다 가벼운 상대를 만나는 행운을 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성은 이념 아니라 당에 대한 충성도
정우택 전 의원이 입당하는 과정만을 놓고 보면 두 갈래의 길을 놓고 고민한 흔적이 뚜렷하다.
열린우리당 A의원에 따르면 “한나라당 입당을 공표하기 며칠 전에도 자신과 연락을 취하며 ‘추석 연휴가 끝나기 전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막판까지 저울질을 했다”는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도지사 후보조차 내지 못했던 열린우리당이 ‘정우택 모시기’에 꾸준히 공을 들여온 반면, 한나라당의 경우 이원종지사라는 거목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뭔가 정치적 밀약 없이 섣불리 마음을 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실 자민련의 황태자 자리를 뿌리치고 나온 정 전 의원은 그동안 자민련이나 중부권 신당에서의 중추역할론을 강하게 부정하며 ‘두 당 가운데 하나를 고르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터라 그의 눈치작전이 예상 외는 아니었다.
또 선택의 과정에서는 다소 흔들림이 있었지만 신중히 하나를 고른 만큼 당에 대한 충성도를 발휘할 가능성도 높다. 적어도 이원종지사 보다는 분명한 당성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는데 대해 이견이 없다는 것이다.

이원종지사는 결국 ‘충북당 당수’
당 내외를 통해 압도적인 지지를 이어가고 있는 이원종지사는 신한국당에서 자민련, 다시 한나라당으로 두 번이나 당적을 옮기는 등 정치적 변신을 거듭했지만 이 지사를 정치적이라고 평가하지는 않는다. 지난 선거결과를 놓고 볼 때도 당적 보다는 개인적인 이력과 이미지로 승부를 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그러나 이를 뒤집어 말하면 당의 간판역할에는 충실했지만 당에 정치적으로 기여한 바는 거의 없다는 얘기다. 이는 또 역설적으로 이 지사가 지닌 강점이기도 하다.
지역 정치인 B씨는 이에 대해 “이 지사가 여러 차례 당을 옮겼지만 사실 그는 충북당의 당수 아니냐”며 “중앙정치가 요동을 쳐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 이 지사의 장점이자 정치적 단졈이라고 지적했다.

관선을 포함해 이미 3선을 채운 이 지사의 향후 정치적 행보와 관련해 도지사 재출마가 아닐 경우 국회의원 출마 보다는 입각 가능성이 높게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이 지사의 경우 여야 정권교체가 이뤄질 경우는 물론 현 정권 하에서도 암암리에 입각설이 나돌고 있는 상태다.

정 전 의원, 조용히 비켜주면 밀어줄터
홍곡문화재단 개소식에서 정우택 전 의원은 “이원종지사가 현명한 선택을 하기 바란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나 그 속내를 물어보면 “더 큰 역할을 해야할 분이고 자신과 대립각을 세울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 전 의원은 보다 구체적으로 “공천경쟁 없이 인물을 키운다는 차원에서 나를 밀어주면 나도 적극적으로 밀어주겠다”며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하나의 예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도내 정보통인 C씨는 “정우택 전 의원이 갈 수 있는 길은 어차피 한 가지이고, 이원종지사는 여러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이 지사가 관선을 포함해 3선인 만큼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세대교체론이 고개를 드는 것은 당연하다. 정 전 의원이 공격하면 이 지사는 방어만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정 전 의원의 최근 언행은 이미 자가발전의 수준으로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여권 정치인 D씨도 “정우택 전 의원이 입당한 이상 한나라당 내 도지사 후보 선출과정이 잠잠하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면서 “둘 사이에 페어플레이가 이뤄지면 엄청난 상승효과를 내겠지만 이전투구 양상을 보인다면 우리에게 큰 득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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