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고 동문 700여명 사진 패러디한 이상훈씨

청주고등학교 동문회 홈페이지(www.cjh.or.kr)에 들어가서 ‘동문동정’ 메뉴를 클릭하면 사진화일을 첨부한 46회 이상훈(52)씨의 도배(?) 글이 잇따라 올라와 있다. 제목에는 기수와 이름, 직업 등만 표기돼 있어 평범한 게시물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열어보면 헐리우드와 국내 명배우들이 총출동하는 패러디 열전이 이어진다. 46회 동기인 권태호검사장, 충북대 이장희교수 등이 미모의 외국 여배우와 포즈를 취했는가 하면 김영일 충청일보 대표이사는 탤런트 황신혜와 결혼사진을 찍었다. 설정은 다소 낯이 뜨겁지만 신체 비례나 얼굴 표정, 시선 등이 자연스러운 고품질 합성사진들이다.
합성사진을 만든 이상훈씨는 청주고와 고려대 방사선과를 졸업한 뒤 1979년 MBC TV 1000만원 고료 단막극 수사드라마 부문에 당선돼 10년 전까지 방송작가의 길을 걸으며 ‘웃으면 복이 와요’, ‘수사반장’ 등의 대본을 집필했다.

이씨는 1995년 고향인 청주에 내려와 청원군 내수에서 농사를 지으며 인터넷 소설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인터넷 작가들의 사이트인 '아이작가'에서 이씨가 쓴 ‘살색요라기’와 ‘땅콩미녀’, ‘고대 주먹황제 벌구신화’ 등은 각각 검색순위 2위와 5위, 8위에 올라있다.

이씨는 “동문회 홈페이지를 활성화하기 위해 자비를 들여 패러디물을 제작해 왔지만 운영진과 뜻이 맞지 않아 지쳤다”면서 “동문회가 정치인들의 낯내는 공간이 아니라 모교와 지역발전을 위한 열정이 모인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씨는 올봄 동문체육대회를 앞두고 동기 합성사진을 모아 ‘청주고 46회 패러디앨범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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