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시장 청주 방문 시 각별한 대우 요구, 주최 측과 마찰
경영기획실 산하, 시·도지사협의회 등 자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서울시의 날’에 참석하기 위해 10월14일 청주를 방문했던 이명박 서울시장의 정치적 행보와 사사건건 각별한 대우를 요구한 서울시 광역행정팀의 언행이 두고두고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명박 시장은 이날 청주 출신의 김병일(51·청주고 47회) 서울시 대변인과 박장규(70·청주기계공고 4회) 용산구청장 등 청주 출신 공직자들을 앞세워 청주 행차에 나섰으며, 서울시 광역행정팀을 통해 톨게이트 영접 등 까다로운 의전 조건을 제시해 행사 주최 측과 신경전을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만찬 등 공식일정에 이어 한나라당 소속 도지사와 시장·군수 등 도내 당직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선 예비후보 출정식을 방불케하는 당내 행사를 갖기도 해 ‘청주 방문의 속내는 정치적 목적에 있었다’는 뒷말을 낳고 있다.

   
▲ 이명박 서울시장이 공예비엔날레 ‘서울의 날’ 만찬에서 한나라당 소속 선출직 및 당내 인사들과 포도주로 건배를 하고 있다.
이명박시장, “장관과 비교하지 마라”
이명박 시장의 타 시·도 방문에는 서울시 경영기획실 산하 광역행정팀이 의전 등과 관련한 창구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방문에도 광역행정팀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 톨게이트 영접과 행사장 내 동선, 만찬장 선정 등 일체의 과정에 대해 일일이 까다로운 조건 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광역행정팀은 우선 청주의 관문인 경부고속도로 청주 톨게이트까지 청주 부시장이 마중 나올 것을 요구해 이를 관철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청주시에서는 개막식에 참석한 이희범 산업자원부장관을 연중희 재정경제국장이 영접한 선례에 비춰 국장급을 내보낼 계획이었으나 서울시 광역행정팀에서 “장관과 똑같이 취급하지 말라”며 특별 대우를 주문해 이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러나 행사장 내 동선을 둘러싼 기싸움에서는 청주시가 밀리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 광역행정팀이 큰길을 건넌다는 이유로 고인쇄박물관과 한국공예관 방문에 대해 난색을 표명했지만, 강하게 맞서 예정대로 동선을 유지한 것이다.
공예비엔날레 조직위 관계자 A씨는 “한대수 시장이 ‘고인쇄박물관을 방문하지 않으려면 차라리 오지 말라고 전해라. 사실 청주에 와서 직지에 대해 관심을 보인다면 그것도 표가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해 그대로 전했더니 그 쪽에서도 수긍하더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이명박 시장은 14일 청주를 방문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직지는 청주의 자랑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산이며 청주시가 적극적인 의사를 보이면 얼마든지 도와주겠다”며 직지에 대한 각별한(?) 관심으로 화답했다.

‘만찬장 바꿔라’ 집요한 시비
서울시 광역행정팀은 예술의 전당 지하에 있는 양식당 ‘파모소’를 이날 행사 만찬장으로 정한 것에 대해서도 “마음에 안든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장소 변경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주최 측에서는 이 시장 측이 요구한 청주시내 모 연회장과 봉명동에 있는 모 중식당 등을 다시 섭외하려 했으나 예약이 여의치 않았고, 이동 등 행사진행에도 어려움이 있음을 설명하자 마지못해 응하듯 일정에 따랐다는 것이다.

또 만찬에는 도지사와 시장·군수, 지방의회 의원 등 선출직 외에는 일체 초대하지 않았으나 한나라당 도당에서 별도로 10석을 배려해 줄 것을 요구해 한나라당 소속 선출직을 비롯해 한나라당 관계자들이로 좌석 상당수가 채워졌다.

비엔날레 조직위 관계자 A씨는 이에 대해 “사실 이날 행사의 중심은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유인촌)이 주최한 서울 윈드 앙상블의 초청연주회였는데, 언론마저도 이명박시장에게 초점을 맞춰 당혹스러웠다”며 “그래서 만찬을 진행하면서도 정치적 색채를 지우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원종지사는 이 자리에서 이명박시장이 행정복합도시 추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음에도 청계천 복원과 교통체계 정비 등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으며 융숭한 말 접대로 이명박시장을 추켜세웠다.

한나라당 소속 선출직 2차까지 GO !
50여분 동안 진행된 공식 만찬에 이어 한나라당 도당이 준비한 2차 깜짝만찬은 예술의 전당 인근의 한 식당에서 이어졌다.
2차 만찬은 공예비엔날레 조직위에서도 미리 알지 못했던 순수한(?) 정치행사. 따라서 이 자리에는 송광호 도당위원장을 비롯해 초청을 받은 당직자 40여명이 참석했다.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 중에서는 이원종지사를 비롯해 한대수 청주시장, 한창희 충주시장, 엄태영 제천시장, 박종기 보은군수 등이 참석해 70% 대의 출석률을 보였다. 또 청주권 도의원들과 황원선 청주시의회 부의장, 조남수 청주시의원 등도 참석했다.

송태영 도당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2차는 참석자들이 돌아가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이명박시장에게 자신을 소개하고, 일부 인사들이 던지는 질문에 이 시장이 답변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 됐다. 이 자리에서도 한 당직자가 이 시장에게 “행정복합도시 추진에 대한 견해를 밝혀달라”고 주문했지만 이 시장은 “충청권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한 진정한 비전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밝힐 때는 아니”라면서 예봉을 피해가며 우회적으로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2차 만찬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웃어른에게 인사를 드리는 듯한 분위기로 진행돼 어색한 자리였다”고 밝힌 뒤 구체적으로 오고 간 대화에 대해서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얼버무렸다.

한편 대변인실과 광역행정팀 등 서울시만의 특별한 직제는 사실상 대권을 염두에 둔 편성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변인실의 경우 시정에 대한 일반적인 홍보업무를 맡고 있는 홍보기획관실과는 별도로 존재하며 사실상 ‘이명박의 입’ 역할을 하고 있다.
광역행정팀은 경영기획실 정책기획관, 기획담당관 아래에 있으며, 수도이전 대책반도 같은 부서에 속해 있다. 광역행정팀의 주 역할은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총괄, 광역행정 자료관리 등 타 시·도와의 교류, 혹은 연대와 관련한 실무를 맡는 것이다.

서울시는 2004년 말부터 전남, 제주 등 타 광역단체들과 우호교류협정을 맺어오고 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의 경우 이명박 시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데,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 등 지방분권과 자치발전 등을 과제로 1999년 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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