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천호교육감과 전교조충북지부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포스트 김영세’라는 기대감으로 ‘허니문’ 기간을 유지했던 전교조가 김천호교육감의 노사관, 정책관, 인사관등에 전반적인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흉금을 터놓고 얘기하자던’ 정책간담회가 별다른 성과없이 끝난 것은 교육소비자인 필자에게도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교육현장에 참교육 명분을 내걸고 대안을 모색해온 전교조의 10여가지 제안이 모두 공염불로 끝난 셈이다. 특히 김교육감 자신이 선거공약처럼 내세웠던 0교시 수업 철폐안마저 확약을 얻지 못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이른 새벽부터 부산하게 움직여야 하는 조기등교는 학생 본인 뿐만아니라 온가족에게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정규 교과시간인 아침 9시 1교시 전에 한시간 수업하는 것이 과연 학업성취도에 얼마만한 효과를 거둘 수 있겠는가? 특정 학교만의 ‘특별수업’이라면 몰라도 사실상 전 고교에서 일률적으로 실시하는 상황이라면 이것은 ‘애들 잡고, 교사들 내몰고, 가족들 피곤하게’ 하는 일 이외에 다른 것이 없다. 보충수업과 야간 자율학습은 또 어떤가. 도교육청은 늘상 ‘희망자에 한해 자율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되뇌인다. 과연 이 말을 믿을 교사와 학생이 있겠는가, 반문하고 싶다. 인문계 고교 평균 95%이상이 참여하는 보충·자율학습이 실제로 그만큼의 자율과 희망에 따라 이뤄지는지 객관적인 설문조사를 해보시라.
서울지역의 경우 민선교육감의 의지에 따라 일괄적인 보충·자율학습의 관행이 변모하고 있다고 한다. 관선시대와 다른 민선 교육수장에게 거는 기대는 바로 이런 것이다. 과거 관료적으로 고민없이 일상적으로 되풀이해 온 관행을 한번 바꿔보자는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 치르는 모의고사 학력진단 평가나 초등학교 교사의 교통정리 업무도 바꿔보고, 도교육청 장학사로 근무하면 무조건 청주권으로 발령내주는 관행도 뒤집어 보고, 이런 게 지방자치 교육의 이정표 아니겠는가.
지난달28일 경기도 성남시 은행초교에서 교장 선생님의 정년퇴임식이 열렸다. 이날 주인공인 이상선 교장은 “44년 5개월 동안 교직 생활하면서 내가 저지른 큰 죄는 3가지입니다. 바로 민주주의 교육 못한 죄, 통일교육 제대로 못한 죄, 아이들을 입시지옥으로 내몬 죄….” 라는 고행성사같은 퇴임사를 남겨 교육계에 화제가 됐다. 아마도 많은 교사들이 마지막 대목, ‘아이들을 입시지옥으로 내몬 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이상선교장은 이날 아이들에 대한 자신의 통절한 심경을 담은 시를 내놓았다.

‘교직을 떠나면서 아이들에게 바치는 시’

온실 속에서 부모님 사랑 듬뿍 받고
자란 너희들은
비바람 눈보라 휘몰아치는
경쟁의 거친 들판으로
발을 디밀었다

오늘의 우리 교육
중학교 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교과서 지식 달달 외우게 하여
머리통 터지게 하는데
시험이다 시험이다 닦달하고
점수 올려 점수 올려 다그치고
일등부터 꼴등까지 등수 가리는데
사지 선다형 ○, ×가려내는
시험기술자 만드는데
그 속에서 너희들은
사랑보다 미움을, 우정보다 시샘을 배우게 하는데
공부 잘하면 대접받고 못하면 개밥에 도토리 되는데
커 갈수록 웃음을 잃고
안으로 안으로 마음을 닫아 가게 하는데
너희들에게 나는
무슨 얘기를 들려주어야 할까? (이하 생략)
‘입시지옥으로 내몬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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