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주에서 ‘신진보연대’ 관련 당원행사, 눈에 띄는 정치행보
당내 실용주의 강력 비판, 당 정체성 확립 주장

신진보연대를 결성해 열린우리당의 이념적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이념논쟁’을 제안하고 나선 신기남의원이 열린우리당 내 차기 대권주자 선정과 관련해서도 정체성과 시스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대권레이스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당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국민경선이라는 시스템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것. 신 의원은 지난 13일 청주시내 한 관광호텔에서 열린 신진보연대 관련 당원행사에 이어 충청리뷰와 단독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신 의원은 또 중부권 신당 추진 등 지역정당화 구도에 대해서는 ‘과거구도로 회귀하려는 복고풍’이라고 꼬집은 뒤 “옳지도 않고, 이루어지지도 않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신기남의원은 2004년 8월 부친이 일본군 헌병 오장(하사급)으로 복무한 사실이 언론에 공개돼 당의장에서 물러난 뒤 2005년 4월 상임중앙위원 선거에서도 탈락해 정치적 위상이 급격히 추락했다.

그러나 최근 동국대 강정구교수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놓고 비롯된 천정배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해 잇따라 이념적 정체성을 강조하는 발언들을 쏟아내 주목을 받고 있다.
신기남의원의 ‘천정배 구하기’는 한나라당 등 보수세력들과 대항하는 의미도 있지만 “여권조차도 천정배 살리기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는 홈페이지 글처럼 당 내부를 향해 이념논쟁을 촉발시키려는 의도를 다분히 드러내고 있다.

신 의원은 13일 청주지역 당원 행사에서도 “국민들이 과반 의석을 만들어줬는데도 국보법을 폐지하지 못한 것은 이를 저지한 한나라당 보다도 내부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본다”며 당내 사상투쟁에 시동을 걸었다.

열린우리당 청주시당원협의회는 10월13일, 지난 9월 4일 출범한 열린우리당 ‘신진보연대’의 상임고문인 신기남의원과 박공우 운영위원을 초청해 ‘열린우리당의 정체성, 위기와 기회’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가졌다.

민주개혁지도자회의 청주에서 첫 제안
이 자리에서 신기남의원은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우왕좌왕하다 보니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은 한마디로 말해 ‘흐리멍텅’이 되고 말았다”며 “정당의 철학과 노선은 투명하게 드러나 국민들이 알아야 하고 그래야만 지역주의에 기반한 정치구도를 타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또 “국보법 폐지는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대통령이 모두 내세운 공약이므로 그 세력이 정권을 잡았다면 당장 폐지했어야 한다”며 “과반의석을 갖고도 하지 못한 것은 법사위를 점거한 한나라당 보다도 오히려 내부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사상투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진보연대는 특히 이날 간담회에서 오는 12월10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올림픽 파크텔에서 당내 전·현직 국회의원 등과 시민사회단체, 학계 인사 등이 참여하는 ‘민주개혁지도자회의’를 여는 것이 당면한 최대 과제라며 이 회의소집을 처음으로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간담회는 청주시당원협의회 주최로 열렸지만 신진보연대 준비모임에서부터 간사단 소속으로 일해왔던 충북대 총학생회장 출신 유행렬(42)씨의 주선으로 마련된 것이다.

“연정 되지도 않고, 옳지도 않다”
신기남의원의 별명은 ‘탈레반’이다. 민주당과의 분당과정에서 “선혈이 낭자하게 싸우자”며 민주당 구체제를 신랄하게 공격하다 보니 회교 원리주의자를 뜻하는 ‘탈레반’이라는 닉네임을 얻게 된 것이다.

신 의원은 노무현대통령이 주장한 연정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노 대통령의 ‘지역구도를 타파하겠다’는 충정은 이해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되지도 않고 옳지도 않다”는 것이다.
신 의원은 대신에 문희상 현 당의장을 중심으로 하는 실용주의자들과 당의 정체성에 대한 이념논쟁을 본격화한 뒤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개혁진보세력을 총집결해 양대 세력의 대회전을 이루어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신 의원은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조기전당대회’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 것은 비상사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미리 예상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문희상 당의장에 대해서도 “존경하는 법학과 선배로 인간적으로도 가깝고 기본 노선도 일치한다”며 전 당의장과 현 당의장의 개인적 대립양상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했다.

고건 전 총리, 경선 받아들인다면 환영
신기남의원은 차기 대권과 관련해 “신진보연대는 절대 일개인을 위한 계파가 아니며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포석일 수도 없다”며 “나 스스로도 개혁에만 관심이 있다”고 섣부른 해석을 경계했다.

또 실용노선과의 이념논쟁을 통해 당의 정체성을 확보해가는 과정에 대해서도 일종의 ‘사상전’을 통해서 이념적 정체성을 구체화하자는 것일 뿐 당을 깨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낙관론을 펼쳤다.

민주당과 중부권 신당 추진세력은 물론 한나라당으로부터도 ‘러브콜’을 받고 있는 고건 전 총리 영입에 대해서는 “과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정체성이 중요하다”며 “당의 정체성과 부합되고 시스템(국민참여경선)을 인정한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최근 문희상 당의장이 “경선을 각오하고 들어온다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신기남의원은 인터뷰 말미에 “원칙없이 아무나 함부로 영입해서는 곤란하다”며 마구잡이식 영입이 결국 당의 정체성 혼란을 가져올 수 있음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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