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태 재(직지포럼 대표)

   
청주·청원 통합운동에 나섰던 사람으로서, 최근 CJB 창사 8주년 특집 설문조사 중 청주·청원 통합에 관한 결과를 보며 착잡한 심사를 어쩔 수 없다. 주지하는바 지난달 29일 치러진 청주·청원 통합 주민투표는 청원군민들의 반대로 부결됐다. 그러나 주민투표가 부결된 후에도 통합운동을 일선에서 추진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청원군민의 진정한 의견이 표출된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CJB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바로 그와 같은 생각을 확인시켜 주었다. 청주·청원 통합이 부결되었지만 통합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물어 봤더니, 청주시 응답자의 82.6%가 여전히 통합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었으며, 주민투표에서 반대가 많았던 청원군도 60.7%가 통합이 필요하다고 응답해, 필요없다는 의견보다 23.4% 포인트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주민투표 부결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으로 보느냐고 물어봤더니, 통합의 장단점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가 59%, 자치단체장의 역할이 19.8%, 일정이 촉박했다 15.2% 순이었다. 또한 일부에서 제기한 자치단체장 책임론과 사퇴론에 대해선 부정적인 여론이 월등히 높았다. 통합 무산의 책임은 있지만 임기는 채워야 한다가 56.6%, 시장 군수는 잘못이 없다가 17%, 둘다 사퇴해야 한다 13.4, 오효진 군수만 사퇴해야 한다 5.6, 한대수 시장만 사퇴해야 한다는 1%에 불과했다.

이와 같은 결과는 무엇을 뜻하는가? 통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가진 60.7%의 청원군민이 제대로 투표하지 않았다는 것과 통합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하는 청원군민 37.3%에게는 통합의 장단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렇다. 바로 청원군의회와 청원군이장단 등 ‘청원군지키기운동본부’의 역할의 결과인 것이다.

물론 ‘청주·청원하나되기운동본부’의 역량미흡에도 원인이 있지만 ‘주민투표법’이 가장 큰 장애가 되었다. 통합의 당사자인 청주시와 청원군이 찬반운동에 참여할 수 없도록 된 반면 의회는 가능케 됨으로써 ‘역(逆)관권선거’라는 말을 낳았다. 또 당해 지역 주민(단체)가 아니면 당해지역에서 찬반운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어 통합의 장단점을 알리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허위 과장 왜곡된 정보가 난무하여도 이를 제지하거나 확인해주는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예컨대, “통합되면 공시지가가 올라 세금과 각종 보험료가 인상된다”고 해도 위법이 아니라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견해가 그렇다. 통합여부와 공시지가 인상여부는 상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시지가가 오르면”이라는 전제가 있다면 허위사실공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통합여부와 관계없이 앞으로 좀 더 따져봐야 할 것이다.

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주·청원통합운동과정에서 논의됐던 여러 사안들에 대하여는, 비록 통합이 무산되었다고 하더라도, 단일생활권인 청주·청원 주민의 편의를 위하여 추진되어야 마땅하다. 양 자치단체가 합의한 51개 항을 모두 다 성사시킬 수는 없지만 통합여부에 관계없이 실천할 수 있는 사안들을 가려내어 성사시켜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서 시내버스 운행체계를 광역청주권으로 설정하여 합리적으로 개편하고 무료환승제를 활용하여 효율을 높이고 단일요금제를 적용하는 것이다.

또한, 국민고충처리위원회가 청주시의 월오동 화장장 건립과 관련해 행정구역을 벗어나 예산을 지원해 줄 법적근거가 없으므로 청원군 낭성면지역 주민숙원사업에 청주시의 지원이 불가하다고 결정한 것과 관련해서도, 단일생활권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감안한다면 청주시의 지역개발사업으로써 해결할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통합이 무산된 까닭이, 통합의 당위성에 대해 청원군민의 이해가 부족했든지, 아니면 기득권을 놓치기 어려웠던 측면에서였든지 간에 통합의 당위성이 분명하다면, 목표했던 사업들을 우선 추진해야 되지 않겠는가. “…그래도 지구는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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