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수의원 “지방의원들 대표해 내가 총대 멨다”
송태영 사무처장 “탈당인사 복당반대는 정치적 소신"

한나라당 충북도당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한나라당의 ‘책임당원제’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청주시의회 최명수의원에 대한 징계를 둘러싸고 심각한 내홍에 휩싸이고 있다.

최 의원이 송태영 도당 사무처장의 경질을 요구하는 글을 또 다시 인터넷에 올리면서 두 사람 사이의 감정적 대결로 비화되더니, 결국에는 지난 6월24일 실시된 도당위원장 선거의 후속 대리전 양상을 띠면서 겉잡을 수 없이 전선이 번져가고 있는 것이다.

   
▲ 최명수의원은 한나라당의 책임당원제를 비판하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려 논란을 야기했지만 정작 본인도 500명 안팎의 책임당원을 가입시켜 썰물당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이번 논란은 인사위 결과를 놓고 재점화된 사무처장 경질론이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사진은 최명수의원 측에서 한나라당 당원이 아닌 지인에게 보낸 당원 가입독려 문자메시지.
최 의원의 경우 송 사무처장을 ‘식민지 시대의 총독’에 비유하면서 자신에 대한 징계를 ‘일개 사무처장의 개인적 감정에서 촉발된 한심스러운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 의원은 또 현재 중앙당 인사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한 상태이며, 도당 내 원로들은 물론 시·군의회, 광역의회 의원들의 엄포사격이 뒤따를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본인이 ‘썰물당원’이라 비판했던 책임당원 모집에 앞장서 놓고 뒤늦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에 대해 동료 의원들 사이에서도 비난 여론이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사무처 일대 쇄신(사무처장 경질)을 요구했던 두 번째 홈페이지 글에서 논리를 펼치기 위해 등장시킨 인물 가운데 상당수가 최 의원의 주장과는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정치적 상처를 가장 크게 입은 인물은 누가뭐래도 송태영사무처장이다. 지난 총선에서 당내 경선(청주 흥덕을)에 참여했다가 고배를 마신 뒤 도당 사무처장으로 변신해 재기를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유야 어찌 됐든 화합의 하모니를 만들어내야 할 사무처장의 위상에 흠집이 생겼기 때문이다.

송 사무처장은 “모든 것은 당내 정치개혁을 바라는 자신의 소신에서 비롯됐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자신의 개혁 드라이브에 맞서는 세력의 실체를 실감한데다, 상대 세력의 결집까지 유도한 꼴이 되고 말았다는 분석이다.

논란의 불씨를 지핀 책임당원제
이번 논란의 시발점은 9월14일 최명수의원이 자신의 의원 홈페이지에 올린 ‘주민자치 사형선고, 종이당원과 썰물당원’에서 비롯됐다.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기초의원에 대한 중선거구제와 정당공천제 등이 결정됐는데 이로 인해 내년 지방선거 출마예정자들은 소위 기간당원과 책임당원을 확보하느라 1차선거(?)를 치렀다는 것이다.

당내 경선에서 이기기 위해 월 2000원의 당비를 내는 기간당원(열린우리당)이나 책임당원(한나라당)을 모집한 것은 사실상 매관매직이라는 것이 최 의원의 주장이었다. 최 의원은 또 “당비 대납이나 음식물 접대 등 당원 확보에 따른 부작용이 전국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경선만 끝나면 빠져나가는 종이당원, 썰물당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 의원의 이같은 주장은 당시 주요 언론에 일제히 보도됐다.

최 의원이 비록 홈페이지 글에서 소속 정당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가 제기한 책임당원 논란은 ‘한나라당을 폄훼한 행동’이라는 역풍에 부딪혀 결국 9월28일 징계를 논하기 위한 인사위원회가 소집돼 경고조치가 내려진다.

인사위원회 정황, 서로 엇갈린 주장
하지만 인사위원회의 정황에 대한 사무처와 최 의원의 주장은 크게 엇갈린다.
인사위원회가 공개한 인사위 발체록에 따르면 “최의원 스스로가 자신의 주장이 잘못된 것임을 인정하면서 한나라당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에 대해 무릎이라도 꿇으라면 꿇고 사죄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인사위는 또 도당운영위원 인선이 당헌·당규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음에도 자신이 탈락한 것을 이유로 선임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에 대해서도 명백한 사죄가 있었음을 강조하며, 이를 고려해 ‘경고’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명수의원은 10월1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다시 글을 올려 당일 인사위 내용 전체를 공개하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2시간30분에 걸쳐 열린 인사위 가운데 자신의 발언 내용이 2시간에 달했는데, 자신이 발언한 부분은 하나도 기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한 예로 “자신이 발언내용에 대해 인사위원들이 ‘소명자료로 제출한 내용을 보고 놀랐습니다. 존경합니다. 자료를 보니 하신 일과 쓰신 글들이 정말로 대단하십니다’라고 추켜세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일 참석했던 한 인사위원은 “최 의원의 발언시간이 길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하라는 해명은 하지 않고 자신을 내세우는 발언에 치중했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송태영 처장 겨냥한 사무처 개혁
사실 열린우리당의 기간당원제나 한나라당의 책임당원제가 ‘당비를 내는 당원들의 참여에 의해 당을 운영한다’는 당초 취지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당원 가입 경쟁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 의원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만 평가했더라도 홈페이지 글 게재는 가볍게 넘어갔을 일이다.

그러나 문제제기 안에 칼 끝을 비쳤고 최 의원의 후속대응도 특정인을 겨냥한 몰매에 가까운 것이었다. “미래 청주시장 후보군에 속한 인물로 지역언론이 꼽는 자신을 징계하도록 한 자들이 도당 사무처에 앉아있는 한 당의 미래는 없다”며 “도당 사무처장을 즉각 징계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최의원은 특히 지난 총선이후 탈당했던 남상우 전 정무부지사나 유기영 청주시의회 의장 등이 복당을 시도했지만 송 사무처장이 개인적인 감정에 따라 이를 반대하는 등 해당행위를 서슴지 않았다며 경질의 이유를 보탰다.
최 의원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소명자료를 한나라당 최고위원들과 각종 위원회 위원장들에게 우편으로 발송해 재심을 청구하고, 당 소속 모든 국회의원의 홈페이지에 올렸다.

송태영 사무처장은 최 의원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명백한 명예훼손에 해당되고 범죄행위인 만큼 법률적이 검토를 거쳐 대응하겠다”는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신이 남상우 전 정무부지사나 유기영 청주시의회 의장 등 탈당인사들의 복당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로 인해 중앙당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는 것은 허위사실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송 사무처장은 “3월23일 탈당한 유기영의장이 4.30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자 우회적으로 복당을 문의해 오는 상황에서 이를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공천을 준다면 당도 우습고 본인도 우스워지는 것 아니겠냐”며 탈당인사들의 복당에 대한 정치적 소신을 밝혔다.

남상우 전 정무부지사에 대해서도 “정치은퇴선언까지 했던 마당에 당이 어려울 때 떠났다가 상황이 호전되면 돌아온다는 발상은 문제가 있다”고 못박았다.

송 처장은 특히 최 의원에 대해 “정치인이라는 사람이 여러 사람의 실명을 인용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은 인권의식의 부재를 드러낸 것으로 정치판에서 추방해야 마땅하다”며 경고메시지를 날렸다.

결국은 도당선거 후속 대리전인가
이처럼 두 사람이 생사결단의 자세로 맞서고 있는 가운데 결국 이번 대립은 지난 6월24일 실시된 도당위원장 선거의 대리전 양상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도당위원장 선거에서는 송광호 전 위원장과 윤경식 전 의원이 맞서 204표 가운데 128표를 얻은 송 위원장이 재신임을 받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선거과정에서 송 사무처장이 ‘송광호 위원장을 노골적으로 지지했다’는 여론이 나돌았고, 윤경식 전 의원은 “당선되면 사무처를 개혁하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다. 따라서 윤 전 의원의 외쳤던 구호를 최명수의원이 물려받아 2라운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또한 그 배경에는 학맥을 비롯해 지역적 관계 등 복잡한 인맥이 얽혀있다는 것이다.

최명수의원은 이에 대해 “당내 원로들도 10월10일 청주시 복대동 모처에서 모여 사무처장 경질을 논의했고, 당내 지방의원들도 탄원서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신이 이들을 대표해 총대를 메고 있다”고 강조했다.

어찌 됐든 이번 사태로 인해 한나라당 도당은 편가르기와 개인 간 알력 등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앓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명수의원이 올린 글 속에는 당내 주요 인사들의 실명이 그대로 인용된 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음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윤경식 전 의원을 비롯해 김준환 변호사, 남상우 전 정무부지사 등은 송 사무처장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운 인물로 표현됐으며, 인사위원인 오성균 변호사나 최광옥 청주시의원 등은 인사위에 불참하거나 침묵함으로써 자신의 입장을 지지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당일 인사위에 불참했던 오성균 변호사는 “당일 재판일정 때문에 인사위에 참석하지 못했으며, 최 의원이 소명자료도 미리 제출하지 않아 판단할 수 있는 상황조차 아니었다”며 심정적 지지설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최광옥의원도 “도당 여성위원장이라 인사위원이 됐지만 동료 의원이 인사위에 회부돼 뭐라 언급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며 취재를 정중히 거절했다.

최근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유기영 청주시의장도 유탄을 맞았다. 우리당 입당식까지 치른 마당에 ‘송 처장이 내쫓다시피 하여 분통을 터뜨리며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다’는 표현으로 인해 체면이 구겨지고만 것이다.

한나라당 소속 A모 지방의원은 “강성인 두 사람이 붙은 만큼 누구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당도 함께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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