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홍기(도서출판 햇살 대표)

   
얼마전 사무실로 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런데 평소와 다르게 조금은 흥분한 목소리였고, 이유는 임대아파트에 사는 아이와 분양아파트에 사는 아이가 싸움을 했는데 공교롭게도 분양에 사는 아이가 맞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분양 아파트에 사는 엄마가 학교에 전화를 해 임대에 사는 아이들과 반편성을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했다는 이야기였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는 초등학교를 사이에 두고 임대아파트와 분양 아파트가 공존하는 곳이며 나는 임대아파트에 3년전부터 살고 있기에 남의 일 같지 않아 씁쓸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이 비단 우리 동네의 일 만은 아닌 것 같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주위의 사람들을 심심찮게 보기도 하고, 같은 아파트라도 평수대로 같은 반을 배정해 달라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한다. 분명한 것은 이것이 서울의 강남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몇 년전부터 청주에도 신도시 주거단지가 들어서면서 다양한 아파트들이 들어왔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기존의 아파트와 비교 되면서 빈부의 격차가 표면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자기 재산을 이용해 윤택한 생활을 향유하는 것은 당연한 개인의 자유에 속한다. 따라서 금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자식들에게 좋은 옷과 특수 사교육을 시키는 것을 나무라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그들이 좀 더 나은 아파트에 산다고 국민 전체에게 평등하게 적용되는 공교육의 시스템을 침해하는 것은 어이없는 졸부근성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자기 자녀들에게 보다 양질의 교육을 시키고 싶다면 그런 평가를 받는 특수사립초등학교에 넣든지 아니면 외국의 명문학교에 입학시키면 된다.

어디 우리가 사는 세상살이가 생각처럼 쉽던가? 인생은 말그대로 새옹지마(塞翁之馬)다. 이러한 편가르기에 익숙해져 있는 부모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반대로 이러한 차별을 받는다면 그 아이에게는 세상살이가 얼마나 척박하게 느껴지겠는가? 이땅에서 아이들을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요즘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아이들 교육 때문에 이민간다는 사람들을 보면서 절실하게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인성교육이고 그 중심에는 바로 어른들인 부모들의 의식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누구나 자식은 소중한 존재이다. 그렇게 때문에 우리 아이는 특별하다는 식의 논리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어느 누구도 특별함만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살 수 없다. 특별함이 많다면 그것이 바로 일반화, 보편화 되기 때문이다.

요즘들어 더불어 사는 사회, 함께 사는 사회가 갈수록 멀어지고 있고, 생각보다 쉬운 것은 아니라고 새삼 느낀다. 갈수록 집단이기주가 심해지고 편가르기가 보편화되고 있는 사회 현상을 보면 더욱 절망감을 느낀다. 누구를 위한 더불어 사는 사회인가? 그것은 바로 우리모두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닌가? 원론적인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역시도 이런 저런 일들을 보면서 생각이 복잡해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사를 가야하나 우리 아이도 저런 차별아닌 차별을 받으면 어떻게 할까? 아이들이야 부모에 의해 선택되어지는 것이지 아이들이 부모를 선택할 수는 없기 때문에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데 그 기준을 찾기가 쉽지 않다. 개인적인 바람은 보통 가장들을 불편하게 하는 일들이 자꾸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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