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벽 우암산 오르며 휴지 줍는 우암산지기 이발 요금 4000원, 경기도 안성에서도 단골손님
충청리뷰가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으로 선정됨에 따라 저술분야에 대해서도 지원이 결정됐다. 이에 따라 ‘시간을 잃어버린 마을 수동(글: 이재표 사진: 육성준)’이라는 제목으로 수동에 남아있는 자생적 주민자치의 원형을 기록한 저술서가 2005년 12월 중에 출간될 예정이다. 원고 가운데 ‘수동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실리게 될 4장의 일부를 8차례에 걸쳐 나누어 싣는다. / 편집자주
청주시 상당구 수동 338-6번지(상당보건소 맞은 편 골목)에 있는 남기성(65)씨의 주중이발관은 ‘오래된 이발관’이다. 이발사 보조 경력은 빼고도 40년을 훌쩍 넘긴 오래된 이발사가 머리를 깎고, 이발기며 머리빗, 드라이어까지 모두 세월의 흔적이 잔뜩 묻어나는 것들이다.
老목수가 준 ‘거도’는 최고의 애장품 1000여점이 넘는 소장품 가운데에서 남씨가 가장 아끼는 물건은 50년도 더 된 무반동 이발기나 구형 헤어드라이어가 아니라 목재를 켜는데 사용하던 대형 톱인 ‘거도’다. 제재소와 회전톱이 등장하기 전에는 반달 모양의 거도로 목재를 켰는데, 아흔 살을 바라보는 늙은 목수가 거도와 대자귀, 대패 등 목공구를 남씨에게 기증했다는 것이다.
남씨는 “그 老목수가 거도를 사용하는 목수는 노임도 두 배에 달해 이 거도 하나로 6남매를 거뜬히 키웠는데, 그 중에 의사도 나왔고 박사도 나왔다고 자랑하더라”며 거도의 내력을 전했다.
남씨 역시 슬하에 3형제를 뒀는데, “교수 아들도 있고 대기업 간부도 있다”며 슬그머니 자식 자랑을 덧붙이는 것을 빼놓지 않았다.
결국 남씨가 거도를 유난히 아끼는 것은 분야와 도구는 다르지만 손기술 하나로 일평생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장인의 자부심이 통한 셈이다.
정기휴일인 매주 수요일을 제외하고는, 우암산 청소를 하고 돌아오는 새벽 6시30분에 문을 열어서 저녁 8시까지 남씨의 이발가위는 멈추지 않는다.
“괴산, 진천, 보은은 물론 경기도 안산에서도 단골 손님이 옵니다” 단골 손님이 안산으로 이사를 갔지만 한 달에 한 번 계모임에 참석하러 청주에 왔다가 꼭 이발소에 들른다는 것.
남씨는 “비록 동네 이발관이지만 전국에서 가장 고객층이 넓을 것”이라는 해설까지 덧붙였다. 이쯤되면 남씨는 자신의 인생을 통해 ‘범부의 삶도 위대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보여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