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통합 지원, 속으로는 조직적 반대 입장 처음부터 끝까지 견지

충북도는 이번에도 통합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 94년에도 충북도는 반대 의견을 전파하면서 청원군을 막후에서 움직인 것으로 알려져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올해도 이런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이원종 지사는 한 번도 통합에 반대한다는 직접적인 말을 한 적이 없다. 통합이 가시화되자 직원들에게 “행정적으로 적극 지원하라”고 했고, 청원군의회에서 통합 주민투표 의견수렴을 고의로 질질끌자 “통합은 주민들의 의사로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겉으로 볼 때 충북도는 청주·청원에 지원을 했지 방해를 한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일정 빠듯’ 시비
하지만 속으로 들어가보면 충북도의 조직적이고 치밀한 통합 반대가 있었다. 이에 대해 지역의 인사들은 “차라리 이 지사가 무엇 무엇 때문에 통합에 반대한다고 하는 게 낫지 겉으로는 통합을 바라는 것처럼 하면서 속으로는 직원들을 시켜 엄청나게 반대하고, 발목을 잡은 것은 도지사가 할 일이 아니다. 충북도와 이지사는 청주시와 청원군, 다시 말해 한대수 시장과 오효진 군수가 주도권을 잡고 추진하는 것이 기분 나쁘다는 것이고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합 주체는 해당 지자체가 되는 것이 맞다. 충북도는 협의기구일 뿐이다. 이런 충북도가 94년에 이어 이번에도 통합을 방해한 것은 충북의 발전을 가로막은 것”이라고 분개했다.

실제 통합 반대의 선봉에 섰던 청원군의원, 이장단들과 충북도의 연결고리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구체적으로 청원 출신인 충북도 간부 김 모씨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기도 했다. 도의회 통합 의견수렴이 법적인 의무사항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도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행자부를 움직였다는 의혹을 샀다. 도에서 가장 끈질기게 문제를 삼은 것은 통합 추진 일정이 빠듯하다는 것이었다. 청주·청원은 당초 9월 14일 주민투표, 내년 3월 27일 통합시 출범을 확정하고 이 계획대로 갔으나 도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치행정과 내에 청주·청원통합지원단을 구성하여 자체적인 통합 일정을 짜고 청주시와 청원군을 행정적으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진 일정의 문제는 ‘트집잡기’였지 실현 불가능한 계획은 아니었다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었다.

정부가 주도한 94년 주민투표 전부터 청주·청원 통합은 이 지역의 핵심 현안이었다. 삼국시대부터 이어져 온 청주와 청원의 한살림 역사는 46년 청주부와 청원군으로 갈리면서 막을 내린다. 행정편의상 동일문화권과 동일생활권을 어느 날 갑자기 쪼개면서 두 지역은 어정쩡한 형태의 청주시·청원군으로 분리됐다. 하지만 94년에도 청원군수 출마 후보자, 현직 국회의원, 일부 이장 등 기득권층이 자신의 ‘자리 박탈’을 염려, 반대에 나서면서 다른 지역과는 달리 부결되고 말았다.

선거 때마다 이 문제는 공약으로 등장했고 양 지역민들 사이에서도 언제인가는 합쳐져야 한다는 의식이 존재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2월 오효진 군수가 느닷없이 ‘청원시 승격’을 들고 나와 차제에 통합을 하자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올해 들어 구체적인 통합운동에 불이 붙은 것. 이렇게 10여년 넘게 ‘합치자’는 의견이 많았던 통합은 본사와 시민사회단체, 몇 몇 뜻있는 사람들의 노력에 힘입어 공론의 장으로 등장했다. 따라서 왜 ‘갑자기’ 통합을 들고 나오느냐는 식의 충북도 태도는 반대를 가장한 행동으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다.

‘통합하면 충북도 폐지’ 여론 전파
도가 통합에 반대한 이유는 명백하다. 청주·청원이 합쳐 힘이 커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통합 찬성론자들은 “청주가 대전, 천안과 경쟁하려면 통합 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충북도 내에 경쟁력있는 도시를 갖게 되는 것이다. 큰 틀에서 봐야 한다”고 했으나 도는 한 발 더 나아가 통합하면 충북도가 폐지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도의 한 관계자는 자체 입수한 행자부 문서를 근거로 청주·청원이 통합하면 도는 폐지될 운명에 처한다고 강조해 왔다. 행자부는 지난 8월 대통령에게 보고한 문서인 ‘선진 지방자치를 위한 비전 및 정책과제’에서 ‘시·군 통폐합을 통한 기초자치단체 구역의 광역화가 진전될 경우 도 폐지 등 도-시·군 체제의 개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라고 밝혔으나 2010년 전국을 광역화 한다는 계획에도 광역지자체 폐지는 들어 있다. 따라서 충북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님에도 도는 통합을 반대하기 위한 논리로 ‘충북도 폐지’를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실은 충북도 직원들 사이에 상당히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지난 8월 이기동 충북도의회 의원은 통합 주민투표를 위한 도의회 의견수렴 임시회에서 “두 지역이 통합하면 나머지 충북은 공중분해된다. 정부에서는 충북을 시범도로 생각하고 있다”며 통합 반대를 적극 주장했다. 이는 통합 반대입장인 비청주권 도의원들과 충북도가 손을 잡았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더욱이 투표 당일 도청 직원들이 기권했다는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이러한 소문은 투표 전부터 돌았다. 청주시에서도 이 정보를 입수하고 공식 회의에서까지 논의한 바 있다. 투표 당일, 아파트단지를 돌며 투표 독려를 하러 다닌 흥덕구의 모 통장은 “그 날 아파트 출입구에 서서 투표 안 한 사람들에게 홍보했는데 도청 직원과 가족들은 기권한다는 소리가 들렸고 실제 이들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동네에서도 도청 직원 가족들은 기권했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떠돌아 다녔다”고 말했다.

투표운동 기간 중에도 충북도는 양 시·군을 지원한 것이 아니고 빡빡하기만 한 선관위의 규칙을 지키나 안 지키나 주시했다는 후문이다. 투표 당일, 청원군지역에서는 통합 반대파들이 같은 편인 주민들을 차에 태워 투표장으로 실어 나른 반면 청주시에서는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투표참여만 독려했는데도, 도에서는 ‘군은 눈감아 주고 시는 선관위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도는 이렇게 하나에서 열까지 통합을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나 통합이 부결되고 나자 모든 문제를 청주시와 청원군으로 떠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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