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 부식 등 안전상 문제, 건물 완전 해체 복원
2층 외벽 들창 등 원형 확인, 옛 모습 되살려

대목장 전흥수 등 2000여명 참여, 4년만에 완성
임진왜란 당시 전소된 뒤 1624(인조 2년)년 중창된 법주사 대웅보전이 380년만에 원형대로 해체 복원돼 청명한 가을 햇살 아래 그 모습을 드러냈다.

법주사 대웅보전의 해체복원은 기둥 밑부분이 부식돼 건물이 기울고 뒤틀리는 등 건물의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모두 69억원이 투입됐으며 만 4년만에 공사가 마무리됐다. 화재 등으로 소실된 건물을 다시 복원한 예는 있으나 실존하는 건물을 완전히 해체한 뒤 이를 원형대로 복원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특히 이번 해체 복원과정에서는 건물 2층 외벽에 채광을 위한 들창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이를 복원하는 등 그동안 수차례 있었던 건물 수리과정에서 변형됐던 것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았다.

법주사는 대웅보전 해체 복원 불사가 마무리됨에 따라 10월7일 이를 회향하는 낙성대법회를 봉행할 예정이다.

   
▲ 안전상의 문제로 완전해체 복원된 법주사 대웅보전. 흰색선으로 표시된 부분은 벽면이었으나 창문의 흔적이 발견됨에 따라 원형대로 들창을 설치했다.
법주사 대웅보전은 우리나라 3대 불전
이번에 해체 복원된 법주사 대웅보전(보물 915호)은 부여 무량사 극락전, 구례 화엄사 각황전과 함께 우리나라 3대 불전으로 손꼽힌다. 이들 3대 불전은 모두 밖에서 볼 때는 2층 건물로 보이지만 내부는 통해있는 통층 구조를 택하고 있으며, 규모도 규모이려니와 건축미가 뛰어나 우리 고건축의 백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법주사는 서기 553(진흥왕 14년)년 의신조사에 의해 창건된 뒤 대대로 왕실의 비호를 받으며 중수를 거듭해 조선 중기에는 60여동의 건물과 70여개의 산내 암자를 거느린 대찰(大刹)의 위용을 자랑했으나, 임진왜란으로 인해 거의 모든 건물이 불타버린다.

현재의 대웅보전은 1624년 벽암스님에 의해 다시 지어진 것으로, 그 뒤 수차례 보수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으나, 2001년 보은군과 문화재청의 정밀 안전진단 결과 기둥 밑부분이 부식돼 건물이 기울고 뒤틀림이 발생하는 등 안전상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2001년 말부터 해체 복원 공사에 들어가 만 4년만에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모두 69억원이 들어간 이번 공사에는 대목장 전흥수(67)씨가 도편수로 목공사를 총지휘하는 등 약 2000여명이 공사에 참여했다.

기둥 60% 새로 세우고 기와 80% 교체
해체 복원이란 건물을 완전히 분해한 뒤 다시 조립하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교체가 필요한 낡은 부재는 새 것으로 갈지만 가능한 한 원래의 부재를 재활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법주사 대웅보전 해체 복원 공사의 핵심은 기둥 교체. 외부 22개, 내부 14개 등 모두 36개의 기둥 가운데 약 60% 정도가 교체됐다.

건물을 여러차례 보수하다 보니 참나무, 밤나무, 육송 등 다양한 기둥 재료가 쓰였는데 이번에는 육송이나 홍송 등 모두 소나무로 교체했다. 외부 기둥에는 당연히 재질이 단단하고 오래가는 강원도 육송이 사용됐다.

그러나 고주(高柱)라고 불리는 내부 기둥 가운데 일부는 부득이하게 북미산 홍송을 사용했다. 이는 마루에서 천장까지 무려 13m에 이르는 기둥의 재목을 국내에서 조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공사를 총괄한 (주)토형산업의 윤종진(46) 현장소장은 “기존의 고주는 2~3개의 목재를 이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하나의 목재로 지붕을 받치기 위해 밑둥이 2m에 이르는 북미산 홍송을 켜서 고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기와는 80%를 새로 씌웠다.

들창 다시 만드는 등 옛 모습대로 복원
이번 해체 복원 공사는 안전상의 결함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그동안 중수 과정에서 변형된 건물의 원형을 되살렸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더욱 크다. 대표적인 것이 2층 전면 외벽 부분에서 돌져귀(문을 달기 위해 붙인 쇠붙이)가 발견되면서 들창 5개가 있었음을 확인해 그대로 복원한 것이다.

법주사 대웅보전은 외부에서 보면 2층 건물이지만 내부는 통해있는 단층 구조로, 이 들창은 불상에 햇빛을 비치게 해 신비감을 더해주기 위한 이른바 광창(光窓)으로 추정된다.

법주사 대웅보전은 30여년 전 부분 보수 과정에서도 처마 끝에 부연이 있었던 흔적이 발견돼 원형을 추정해 복원하기도 했다. 부연(附椽)이란 목조건축물의 처마 서까래에 얹는 짧은 서까래로 처마를 위로 치켜 올라가게 하여 멋을 내기 위한 구조물이다.

윤종진 현장소장은 “대웅보전의 처마는 너무 치켜올라가지 않았으면서도 미려한 것이 우리 한옥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흙부처 그대로 두고 덧집 짓고 공사
해체복원 공사의 시작과 끝은 건물 전체를 가리는 보호 덧집을 짓고 해체하는 일이었다. 덧집은 공사과정을 가리는 역할도 했지만 흙으로 만든 삼존불상을 보호하는 것이 더욱 큰 기능이었다.

법주사 삼존불은 불상의 높이만 4m50cm에 이르고 좌대의 높이를 더하면 무려 7m에 이르는 대형 불상이지만 흙으로 조성한 토불이다. 따라서 불상을 옮길 경우 파손 등이 우려돼 부득이하게 현장에 그대로 둔 채 공사가 이뤄졌다.

이렇다 보니 보호 덧집의 규모도 가로 45m, 세로 35m, 높이 21m로 어마어마해 철골과 패널을 이용해 덧집을 짓고 해체하는 과정이 결코 만만치 않았다.

윤종진 현장소장은 “학창시절에 수학여행을 다녀온 뒤 수십년만에 다시 찾은 법주사에서 4년 동안 머물며 열과 성을 쏟았다”며 “문화재청이나 사찰 측의 배려로 큰 어려움 없이 일을 마치게 돼 다행스럽다고”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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