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영입경쟁, 민주평통 조직 둘러싸고 설전
정우택 전 의원 입당관련 성명전, 구태정치 재현 비난

노무현대통령의 대연정 제안과 국정원 X-파일사건 등으로 시작된 여야의 정치공방이 최근 주성영의원의 술자리 여성비하 폭언시비를 둘러싼 공작론 등으로 비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방선거를 8개월여 앞둔 지역 정가도 중앙정가 못지 않은 정치공방에 휘말리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충북도당 등은 최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조직개편과 관련해 연일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에 앞서 두 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대상자 영입을 둘러싼 고도의 신경전을 펼쳐 왔다.

열린우리당이 중부권 자치단체장에 대한 영입에 나선 가운데 한나라당이 8월말 괴산군수와 음성군수 출마가 유력시되는 인사들을 영입하면서 경쟁에 불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이에 대해 한나라당 당적을 지녔던 유기영 청주시의회 의장과 정지숙 전 충북도 공무원을 영입해 입당식을 갖는 등 ‘장군멍군식’의 영입경쟁을 벌였다.

영입경쟁은 9월21일 정우택 전 의원이 한나라당에 전격 입당하면서 최근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1라운드는 일단 한나라당의 승리로 마무리된 셈이다. 하지만 정우택의원이 입당하는 과정에서 두 당은 각각 ‘입당의 변’과 성명서를 통해 쓰디 쓴 독설을 주고 받았다.

이를 두고 지방정가에서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놓고 막판까지 저울질을 벌였던 정우택 전 의원이 입당의 변을 통해 현 정권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날리자, 감정적인 대응이 이뤄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이같은 정치공방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점점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도내 12개 시·군의 시장·군수의 당적을 살펴보면 청주, 충주, 제천 등 3개 도시를 비롯해 영동, 보은, 증평군 등 모두 6개 시·군의 단체장이 한나라당적을 지니고 있다.
청원, 괴산, 음성군수 등 3명은 자민련, 옥천군수는 열린우리당, 진천, 단양군수는 무소속이다.

김문배 괴산군수와 박수광 음성군수 등 자민련 소속 단체장과 한나라당적의 유명호 증평군수, 무소속의 김경회 진천군수 등 중부권 군수 4명에 대한 영입작전에 먼저 나선 것은 열린우리당. 유명호 증평군수의 경우 한나라당 소속이지만 당비를 전혀 내지 않고 당 행사에도 참여하지 않아 탈당설이 나도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입당의 신호탄은 한나라당 쪽에서 먼저 올랐다. 무소속으로 있던 박종기 보은군수가 한나라당에 입당한 것이다. 또 현역 단체장은 아니지만 노명식 전 괴산군 민원실장과 김학헌 전 음성군 환경보호과장도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 ‘쏠림현상’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반해 열린우리당에는 제천시장 출마가 유력한 권기수 전 단양부군수가 입당한데 이어 한나라당 당적을 지녔던 유기영 청주시의회 의장과 도의원 출마경험이 있는 정지숙 전 충북도 공무원이 입당해 간신히 균형을 맞췄다.

변수가 있다면 심대평 충남지사를 축으로 하는 중부권 신당의 흡인력이다.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은 경선을 통한 후보 선출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현역 프리미엄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자민련의 경우 신당과 해체 후 통합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어 적어도 충청권에서는 신당이 태풍의 눈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 신당이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우택, 둘러싼 줄다리기의 내막
정우택 전 의원은 9월21일 도당에서 지지자 200여명의 참석한 가운데 화려한(?) 입당식을 갖고, 열린우리당을 향한 공격성을 발휘했다.“희망과 비전을 주지 못하는 현 정권은 국민을 고통과 고난의 가시밭길로 이끌고 있다”며 “국민은 무능과 독선, 오만으로 인한 국정파탄에 절망하고 이 정권에 대한 기대를 거뒀다”는 것이 발언의 요지다.

열린우리당 도당도 즉각 성명을 통해 반격을 가했다.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도민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던져주기 보다 참여정부에 대한 독설을 입당의 변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연민의 정마저 느끼게 한다” 것.

두 당의 이 같은 성명전을 바라보는 지역정가의 반응은 한마디로 말해 실망스럽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며칠 전까지 정 전 의원의 영입에 공을 들였고 정 전 의원도 막판까지 두 당을 놓고 저울질한 것이 뻔한 사실인데, 갈길이 정해지자마자 성명전을 벌이는 상황은 전형적인 구태정치의 표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정 전 의원은 한나라당 김무성 사무총장과 만나 입당일을 확정한 뒤에도 도내 모 국회의원과 접촉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우택 전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을 둘러싼 신경전은 입당식 하루전 열린우리당 도당의 김종률 지방선거 공동기획단장이 기자회견을 갖고 이시종의원을 도지사 후보로 가시화한 것에서도 읽을 수 있다.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도 “의도했든 안했든 당시 기자회견이 물타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라며 “지방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이같은 공방이 가열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민주평통 관련 창과 방패 충돌
지방선거 후보 영입 등을 둘러싼 갈등은 최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구성을 둘러싼 공방으로 번졌다. 9월22일 이재정 민주평통 수석 부의장이 청주를 방문하자 한나라당이 성명을 통해 “현재 민주평통은 사실상 열린우리당 평통을 만들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며 “민주평통의 정치적 이용을 즉각 중단하라”고 공격에 나선 것이다.

한나라당은 9월27일 오전 11시 도당에서 도의원과 시·군의원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주평통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지원 중단을 촉구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민주평통이 본래의 목적인 순수한 통일운동과 지역화합의 역할 대신 친여조직으로 변질됐다며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사태를 관망하고 있던 열린우리당도 대응 성명을 발표하는 등 공세에 나섰다. 7월1일 출범한 12기 민주평통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전체 자문위원 중 20~40대 비중을 45%까지 늘리고 여성 비중을 30%까지 올리는 과정에서 일부 당원들이 포함됐지만 의도적인 개편은 아니라는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과거 정권 당시에도 친여권 인사들이 대를 이어 자문위원으로 일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인데, 대폭 물갈이를 한 사실을 놓고 친여조직으로 변질됐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적반하장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재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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