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역에서 처음 열린 미디어 캠프, ‘씨네오딧세이 시민영상캠프’
청주는 미디어 교육이 거의 제로…영상세대 청소년들 갈 곳 없다

미디어(media)의 목표는 소통이다. 즉 다양한 매체를 수단으로 총체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소통의 통로를 찾아가는 것이다. 아날로그 시대와는 달리 디지털시대의 영상매체들은 디지털방송과 인터넷방송, 디지털 영화 등과 같이 대중과의 접근과 상호교환이 활발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러한 매체들의 영상언어를 습득하지 못한 세대에게는 ‘미디어’는 단지 생소한 단어에 불과하다.

미디어, 아는만큼 즐긴다

영화인들은 오늘날 초등학교만 졸업하면 문자언어를 쉽게 운용할 수 있는 것처럼 영상언어도 공공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즉 특정계층만의 소통체계로 머물러 있는 영역을 공공의 대중 영역으로 확대되야 한다는 여론이다. 이제 영상언어를 운용하는 능력의 문제는 20세기 문자언어를 해독하고 전달했던 것처럼, 21세기의 새로운 어문교육정책 차원에 해당된다는 것.
일례로 선진국들이 앞서 미디어교육센터를 추진, 미디어 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을 비롯한 성남, 부천, 안양, 광주, 전주, 마산 창원 등지 에서 미디어센터를 건립, 추진중에 있으며 가까운 대전에서도 미디어센터가 건립돼 미약하나마 운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부 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이 독립적인 형태의 미디어 센터가 아니라 문화의 집이나 청소년의 집의 일부를 미디어 센터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는 민언연이나 독립영화제작자 등 시민단체들이 지방자치단체에 요구하고 있다. 이에 지방자체단체들은 미디어센터가 공공의 이익을 창출하지 못한다는 인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청주에서도 2년전 동사무소 통폐합으로 생긴 현 청주문화의 집을 두고 충북민예총 영화분과위원회를 중심으로 미디어센터 건립에 대한 기획안이 추진됐다. 그 당시 시의회에 5억 2천만원의 예산을 올렸으나 미디어센터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삭감됐으며, 현재 미디어센터건립 추진은 정지상태이다. 이 일을 추진했던 씨네오딧세이의 김성운씨는 “직지의 도시 청주와 미디어의 연계성은 다른 어떤 도시보다도 상징성을 갖고 있다”며 “미디어센터건립으로 미디어 교육과 예술영화 상영관(시네마테크),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의 공중파를 통한 접근(퍼블릭 프로그램)들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주지역에서 처음열린 미디어 캠프

충북민예총 영화분과위원회 씨네오딧세이는 지난 8월 21일부터 23일 2박3일동안 청원군청소년수련관(안중근학교)에서 시민영상캠프를 열었다. ‘독립영화인과 디지털 캠코더 배우기’를 주제로 열린 이 행사는 영상언어의 이해, 제작의 기본적인 과정에 대한 이론과 실습과정이 이뤄졌다. 상호 인터뷰 촬영, 한문장으로 엮는 5컷촬영, 주변 문의문화재 단지에서 실내촬영 등 참가자들은 직접 제작에 참여하고 마지막날에는 시사회와 토론도 벌였다. 강의를 진행했던 고안원석 감독은 “이번캠프는 첫째는 장비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었고, 두번째로 기본적인 제작의 틀을 알려주는 데 목적을 두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대학생부터 교사, 청주 여성의전화 등 시민사회단체 간사, 어린이집 원장들까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직업·연령층이었다. 이들은 휴가를 기꺼이 반납하기도 하고, 청주를 출퇴근하며 참가한 사람들도 있고, 또 사회단체에서 온 참가자들은 출장을 명분으로 대거 왔다. 이렇게 모인 참가자 25명의 열의는 뜨거웠다. 장롱속에 수건으로 고이 모셔뒀던 디지털 캠코더를 이번 기회에 익히고 또한 직업과의 연계성을 찾고자 하는 목적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가장 연장자인 김은희(나이팅게일 유치원 원장· 51)씨는 “단순히 기록의 수단으로만 인식했던 캠코더를 가지고 컷 하나하나에 내 생각을 담아 제작해 볼수 있어서 좋았다”며 “이제 텔레비젼 드라마를 봐도 찍은 사람의 의도가 눈에 보인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번 행사는 청주지역에서는 처음 열리는 미디어 캠프이다. 도 문예진흥기금 200만원과 참가비를 걷어 행사를 꾸렸지만 사실상 고가의 영상 장비를 필요로 하는 미디어 캠프를 진행하기는 만만치 않은 일이다. 씨네오딧세이는 지인을 통해 무료로 장비를 대여했기 때문에 적은 예산으로 이번 행사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씨네오딧세이 김선화 대표(27)는 “이번 캠프를 통해 영상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기초적인 제작기반을 마련했고 또한 이들이 영상을 공통분모로 한 커뮤니티(동호회)형성을 추진중에 있어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충북지역 미디어 교육, 거의 제로

충북지역의 가시화된 영상인구는 크게 청소년들의 방송반, 청대 연극영화과, 대학내 동아리와 영화모임 씨네오딧세이 정도로 나눠볼 수 있다. 아직까지는 영상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진 않다. 영상의 홍수속에서 정작 어떻게 빠져나와야 할지 모르고 있다.
그 이유는 이러한 영상인구들을 흡수할 미디어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 이번 캠프를 참가했던 사회복지관 양승부 간사는 “영상세대라 불리는 청소년들이 동아리 활동을 해나가려해도 제작장비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공공교육기관의 역할로서도 미디어센터가 건립돼야 된다고 주장했다. 또 복지관과 청소년 수련원에서 청소년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미디어 교육을 맡고 있는 유옥순(43)씨는 “3년전 처음 미디어에 관심을 두고 교육과의 연계성을 찾고자 했으나 지역현실은 냉담했다”고 회고했다. 유씨는 다른지역에서 열리는 워크샵, 지도자 과정에 참가하며 프로그램들을 습득했다고 말했다. 이어 “청주지역에서 미디어 교육을 전담하는 곳은 거의 없다”며 “일부교사들이 학교 특활활동을 통해 미디어교육을 구상하는 움직임 정도”라고 밝혔다.
한편 양승부 유옥순 씨 등 사회복지관에서 미디어교육에 뜻을 같이 하는 몇몇 사람들이 모여 ‘미디어 연구모임’을 추진중에 있으며, 이들은 올 연말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미디어 캠프를 여는 등 불모지와 같은 청주에서 다양한 사건을 벌일 계획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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