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기 (화제신문 기획부장)

   
그런 적이 있었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던 구호가 이 동네 저 동네 담벼락마다 큼지막한 글씨로 붙어 있는 것이 당연시 되던.

먹고 살기 힘든데 왜 그리 아이들은 줄줄이사탕으로 낳았는지, 연흥부네 가족처럼 아이들 이름조차 꿰기 힘들어 ‘삼순이’ ‘오순이’ ‘말순이’ ‘끝년이’ ‘후남이’ ‘일용이’ ‘삼용이’ 등등으로 지었던 우리들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담벼락 구호가 성행하던 시대에 있었다.

네 달 전 다섯째 ‘진웅’이를 낳았을 때, 내가 4년간 몸담았던 충청리뷰 아무개 기자로부터 축하전화가 왔었다. “장하다, 장해!”라는 격려 말미에 딸려있던 제의가 “취재 한 번 하자”였다. 요즘처럼 애 낳지 않는 시대에 아이 다섯이면 기사감이라는 거였다.
시대가 변해도 참 많이 변했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1.16명이라던가? 이렇게 나가다가는 국력의 쇠퇴는 물론이고 나라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된다고들 목소리를 높인다.
아이가 다섯이라고 하면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은 한결같은 표정을 지어 보인다. 눈을 한 번 휘둥그레 떠 보이곤, “정말이에요? 셋도 아니고, 넷도 아니고, 다섯씩이나? 천주교 신자세요?”

나는 천주교 신자다. 그러나 종교적 이유로 아이가 다섯씩이나 생긴 것은 아니다. 그저 열심히?’ 일을 벌이다 보니 아이 다섯이 생긴 것도 아니다. 남들과 똑같은데 ‘그냥’ 다섯이 됐다. ‘그냥’이라는 말에 조금 양념을 친다면 ‘순리’에 따랐기 때문이라고나 할까. 내가 생각하는 순리는 ‘생명’이다. 이 세상에 생명만큼 존귀한 다른 무엇이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하여 내 순리란 생기면 무조건 낳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친구들이 놀려댄다.

“농구단(5명)으로 부족할텐데 배구단(6명)을 꾸려봐!”
나는 자식 많은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것을 부끄러워하지는 더더욱 않는다. 내 삶의 순리대로 다섯명 자식들과 오순도순 살아가는 맛을, 제각각 개성이 강해 하루도 바람잘 날 없는 내 가정의 쏠쏠한 맛을 남들은 잘 알지 못할게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 네 달 갓 지난 아기 ‘진웅’이의 맑은 눈망울과 마주하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수’와 만나는 기쁨을 남들은 잘 알지 못할게다.

하면서도 부끄럽게 생각하지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도 않는 ‘자식 다섯’의 아빠인 나에게, 나는 아주 조그만 위안의 말을 건넨다.

“자네 인생의 가장 큰 성공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런 생명을 다섯 번이나 만난 것 아니겠는갚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