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수 시장 불출마 선언·뚜렷한 정당 후보도 없어

내년 지방선거의 한 가지 특징은 나서는 사람, 즉 예비후보가 많다는 것이다.

지방의원의 유급제가 소시민들에까지 호기심을 자극했다면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은 여유있는 지역 명망가들을 더욱 안달나게 했다. 때문에 지방의회 선거의 경우 그 어느때보다도 인물들이 넘쳐날 조짐이다. 지난 추석민심에서도 이런 현상이 입증됐고, 이로 인한 과열현상을 우려하는 여론이 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차기 청주시장을 목표로 활동하는 인사들이 부쩍 많아지고 있다.

그러잖아도 자천 타천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무려 10여명에 이르는데다 새로운 인물까지 출마에 따른 속내를 속속 드러냄으로써 최근엔 차기 청주시장 선거를 ‘용광로’에 비유하려는 여론마저 감지된다. 지역에서 이름깨나 있는 인사들이 한꺼번에 선거열병을 앓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현직 프리미엄이 없다면 너도나도 욕심
지금까지 청주시장 후보로 거론된 인사는 김진호 전충북도의회의장을 비롯해 김현수 전 청주시장, 김형근 열린우리당사무처장, 나기정 전 청주시장, 남상우 전 충북도정무부지사, 박종구 청주시의원, 오효진청원군수, 한범덕 충북도 정무부지사 등으로 이들이 내년 선거를 인식하는 정도엔 차이가 크지만 자신에게 기회만 온다면 모두 마다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진호 김현수 남상우씨 등은 이미 적극적인 활동에 나선 상태다. 여기에다 정진태 산자부장관 정책보좌관(2급)이 출마채비를 하는가 하면 법조인과 전문직 종사자 몇몇도 현재 부지런히 여론을 탐색하고 있다. 한대수 현 시장은 본인의 누차에 걸친 불출마 공언에도 불구, 측근들은 재선도전 가능성을 항상 열어 놓고 있어 역시 후보 대열에서 제외할 수 없는 상항이다.

이처럼 차기 청주시장을 노리는 인사들이 넘쳐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우선 한대수시장이 청주 청원 통합논란의 와중에서 여러 차례 불출마를 얘기함으로써 이 자리가 무주공산이 되었다는 점이다. 현직의 프리미엄이 없다면 상대적으로 욕심을 갖는 인사들이 많아지게 마련이다. 게다가 메이저 당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후보가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는 점도 후보난립의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한나라당의 경우 현재 잘 나가는 정당지지도 때문에 사실상 정치를 포기했던 김진호 남상우씨까지 가세해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결국 고정표가 효자 노릇?
청주 청원 통합이 가시화되는 것도 후보난립의 한 원인을 제공했다. 만약 통합될 경우 선거구 전체에 근본적인 변화가 따르는데다 통합 청주시가 도농복합 도시로 탈바꿈함으로써 지역간 표 성향을 감안한 출마 개연성이 높아진 것이다.

예를 들어 청주지역에서 어느정도 입지를 다진 인사가 고향인 청원지역에서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경우 출마욕심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벌써부터 고정표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평가되는 인사들은 청주 청원의 지역구도를 면밀히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차기 통합시장 선거가 지금의 추세대로 후보난립으로 이어질 경우 정당 못지 않게 고정표와 지역구도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마저 제기된다.

차기 청주시장 선거와 관련, 역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과연 누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후보가 되느냐는 점이다. 지금으로선 양당 모두 경선이 불가피할 조짐이지만 오직 당선가능성에만 집착한다면 당에서 단일후보를 낙점하는 전략공천도 무시할 수 없다. 한대수시장의 폭탄 선언 이후 나름대로 대안을 모색해 온 한나라당은 김진호 전 도의회의장과 남상우 전 충북도정무부지사의 합세로 일정부분 여유를 갖게 됐다. 남 전부지사는 충북도당의 고문진으로부터 재입당 권유를 많이 받았다고 강조해 자신의 정치재개가 당의 방침이나 의지와 무관하지 않음을 밝히고 있고, 김진호 전의장은 주변에 누구보다도 자신감을 표시하고 다녀 출마의 뜻이 분명함을 드러냈다.

나갈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또…
그러나 이들에 대해선 여전히 비판의 목소리가 따라 다닌다. 남상우씨는 지난 17대 총선에서 낙선 한후 공식적으로 한나라당 탈당과 함께 정계은퇴를 선언했다가 재입당한 것이 이미지상의 오점이라면 오점이다. 김진호씨 역시 지난 17대 총선때 후보경선(중앙당 심사)에서 윤의권씨(청주 상당위원장)한테 밀려 고배를 마신 후 정당활동에 거의 무관심하게 지낸 것이 결정적 결점이다.

특히 경선에서 밀린 후 막상 선거 때 경쟁자였던 윤의권후보를 전혀 지지하지 않음으로써 곱지않은 시선을 받았다.
열린우리당은 차기 청주시장 후보문제에 대해 시종 알쏭달쏭한 입장이다. 내심 한범덕 정무부지사를 꼽으면서도 막상 한부지사의 결단 여부에 대해선 확신하지 못한다.

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한부지사를 1순위로 보고 있다. 인물 경쟁력이나 여러 조건에서 그만한 후보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김형근 도당 사무처장이 끝까지 동반 출마한다면 경선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갚라고 말하면서도 만약 한부지사자 출마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엔 “그것은 본인이 알아서 결정할 사안이다”고 얼버무렸다. 한부지사는 오래전부터 출마설에 휘말렸지만 정작 본인은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주변에선 본인의 성향이나 한나라당 이원종지사와의 관계 등 여러 여건을 감안해 막판까지 신중한 입장을 보일 것으로 내다 본다.

후보가 많으면 비교평가가 가능
일각에선 청주 청원통합을 앞두고 이처럼 초대 민선 통합시장을 넘보는 인사들이 넘쳐나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통합 청주시를 이끌어 갈 인물을 가려내기 위해선 어느 한 순간의 정당 바람이나 특정 현안에 따른 표쏠림보다는 이처럼 많은 인물들이 거론되며 다양한 채널과 시각으로 검증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실 통합 청주시의 규모와 역할에 걸맞는 적격자를 뽑으려면 내년 선거때까지도 충분한 시간은 못 된다. 거론되는 후보중에서 일부 공직 경력자는 이미 많은 유권자들로부터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인사들은 그 ‘실체’가 아직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후보들이 많으면 많을 수록 자연스럽게 다양한 방향의 비교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후보를 골라내면 그만이다. 솔직히 말해 현재 거론되는 인사중엔 ‘저 사람은 절대 아닌데....’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분류되기 위해선 많은 후보가 나서는 것도 괜찮다. 결국 분명한 실력과 확실한 신념, 그리고 비젼을 가진 사람이 선택될 것이다”고 대다봤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