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천타천’ 열린우리당 도지사 후보로 급부상
정우택 전 의원 한나라 입당에 ‘장군 멍군’ 발표
청주·청원 통합, 혁신도시 등 현안 영향 받을 듯

열린우리당 충북도당이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지방선거에서 충북 선거를 이끌 도지사 후보로 이시종(58·충주) 의원을 부각시키는 등 내년 지방선거를 향한 대망에 시동을 걸었다.
우리당 충북도당 지방선거 공동기획단장인 김종률의원은 9월20일 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의원이 지난 17일 자신의 거취를 도당에 맡기겠다고 밝혔다”며 “이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낮은 자세로 봉사하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 이시종 의원.
김 의원은 이날 “홍재형 도당위원장도 ‘후배 의원이 후보로 나선다면 출마하지 않고 도당위원장으로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히는 등 이시종의원의 도지사 출마 가능성을 강도 높게 역설했다.

그러나 당초 10.26 보궐선거 이후에 도지사 후보를 가시화 시키겠다던 우리당 충북도당이 서둘러(?) 후보의 윤곽을 드러낸 것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도지사 후보 결정에 중앙당의 입김이 작용할 수도 있고, 직면한 주요 현안의 향배에 따라서 여·야 후보군의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릴 수 있는 상황에서 후보를 서둘러 가시화시킨 것은 다소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열린우리당이 그동안 도지사 예비후보로 공을 들여왔던 정우택 전 의원이 돌연 한나라당에 입당(9월21일)함에 따라 하루 앞서 애드벌룬을 띄운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김빼기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시종 의원 스스로 도전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면 이같은 설정이 불가능해 일단은 이 의원의 굳은 출마의지가 이날 기자회견을 추동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충북에서 국회의원 지역구를 석권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에서는 야당인 열린우리당이 최근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해 조바심을 낸다 싶을 정도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어 결국 ‘손바닥이 마주쳐 소리를 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홍재형 의원 총 늦게 빼는 것이 문제
사실 그동안 열린우리당의 도지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인물은 홍재형 도당위원장과 정우택 전 의원이었다.
홍재형 도당위원장의 경우 지난 3월 실시된 도당위원장 선거 과정에서부터 내년 지방선거에서 ‘사령탑을 맡아달라’는 당내 주문에 직면했었고, 차기 총선이 이뤄지는 2008년에는 70세가 넘는 고령인 점을 고려해 내부적으로도 도지사 출마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 왔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관·민선을 합쳐 3선 경력에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이원종지사의 내공에 맞서기 위해서도 열린우리당은 홍재형의원의 중량감을 필요로 해 왔다.
문제는 심사숙고한 뒤에야 총을 빼드는 홍재형의원의 정치이력. 홍 의원은 2000년에도 하와이 머무는 장고 끝에 새천년 민주당 후보로 국회에 입성했고, 2003년 11월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에서도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지방자치에서는 야당인 우리당 충북도당이 지난 7월 일찌감치 선거기획단을 발족하고 서둘러 선거채비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막연하게 홍 위원장의 결단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역풍도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도내 한 여권 인사는 “홍재형의원이 일찌감치 나서준다면 바랄 나위가 없지만 마냥 기다리다가 황당한 상황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이 있었다”며 “어쨋든 이시종의원의 급부상이 반갑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9월21일 한나라당에 입당한 정우택 전 의원과 관련해서는 한마디로 말해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말았다’는 분위기다. 9월 중순 정 전 의원이 한나라당 중진을 만나는 등 한나라당행을 결정해 놓고도 막판까지 김종률의원 등 열린우리당 관계자들과의 창구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어차피 ‘남의 사람’이 된 만큼 한시라도 빨리 잊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당 내의 공통된 인식이다.

이장 하더라도 행정관료가 제격?
지난 3월 도당위원장 선거 과정에서 후보등록을 준비해 놓고도 당내 역학관계를 고려해 서류를 접수하지 않았던 이시종의원이 이번에 과감하게 도지사 출마의사를 내비친 것은 공직생활의 마지막을 행정관료로 마무리하고 싶다는 강한 개인적 열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이 10년의 충주시장 경력과 국회의원 당선 등으로, ‘정치 롱런’의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도지사를 꿈꿔왔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다만 그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었다.

이는 이 의원이 충주시장직을 중도사퇴하고 지난 총선에 출마하는 등 정치인으로서 책임감에 대한 아킬레스건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국회의원직을 내놓고 도지사직에 도전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청주·청원통합과 혁신도시 입지 선정 등 직면한 도내 주요 현안의 향배가 여야 도지사 후보군의 출마 및 당선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도, 이 의원이 앞장 서 출마의사를 밝힌 것은 결단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 의원은 우리당이 영입에 공을 들인 정우택의원이 한나라당을 택해 당내 위기감이 조성되는 시점을 택해, 9월17일 청주 근교의 한 골프장에서 동료 의원(홍재형·노영민·김종률의원)들에게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다”며 동의를 구했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직접 의견 표명은 하지 않아도 일에 대한 열정과 집념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시기를 떠나 도지사 출마 가능성에 대해 측근들은 이심전심으로 느끼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의원은 설사 이장을 하더라도 행정공무원이 더 어울린다 싶을 정도로 전형적인 관료형”이라고 도지사 출마의 명분을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이밖에도 “청주·청원 통합과 관련해 이 의원은 원칙적 찬성론자”라고 전제한 뒤 “상대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이원종지사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발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청주·청원지역에서의 인지도와 이미지 변화가 결국 당선을 좌우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편 지사 출마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입당하지 않은 안재헌 전 여성부 차관과 서규용 전 농림부 차관이 우리당에 입당할 경우 당헌·당규에 따라 당내 경선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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