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려한 문장과 올바른 시각으로 독자들에게 쾌감을 주었던 유시민이 최근 절필을 선언하고 노무현 지키기에 나섰다. 작년 12월 월간 ‘말’誌와의 인터뷰에서 배우 문성근은 ‘전당대회까지만 노무현을 도울겁니다. 그 후에는 당이 알아서 하겠죠‘ 라고 했다. 그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정치는 현실입니다. 재야와 다르지요. 재야는 원칙을 중시하지만 정치는 정권획득이 목적이므로 현실을 도외시할 순 없는 겁니다.’ 지난 13일 민주당을 방문한 각계인사들에게 한화갑 대표가 점잖게 충고해준 대목이다. 사실, 재야가 원칙만을 따진다는 건 억울하다. 87년, 대권욕에 불타 단일화라는 당면 현실을 무시한 측은 오히려 양김이라 불리워진 정치권이었다. 너무 현실적이었기에 민주정부수립을 위해선 야당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줄곧 민주대연합 전술을 구사하지 않았는가? 어쨌든 독재와 민주가 기본구도였던 그시절 기회주의적 야당은 민주화운동의 우군이었다.
90년 1월,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를 잡을 수 있다’는 YS의 3당합당은 정치질서를 일거에 뒤집어놓았다. 평화적인 쿠데타요, 반민주적 폭거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92년 대선에서 민자당을 선택했고 YS의 투항은 현실론의 극치를 보여줬다.
정계은퇴를 번복하고 등장한 DJ의 명분은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기 위해서였다. 이념적 차이가 큰 자민련과 지역연합을 시도하여 역사적인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룩한 DJ야말로 실로 현실정치의 달인이었다.
그랬을지도 모른다. 수십년간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과 피와 땀을 갈취했던 공고한 군부의 장기집권체제를 정상적인 방법으론 교체하기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3김정치의 폐해와 후유증이 너무 크고 어느덧 청산해야 할 정치독소로 상징화되어진다는 것까지 합리화될 수는 없지 않은가? YS의 3당합당으로 인해 우리는 정치적 기회주의의 득세와 지역주의의 새로운 망령을 얻게됐다. DJ의 등장과 DJP정권으로 인해, 정치인은 거짓말쟁이고 정책연합은 언제든지 파기할 수 있는 휴지조각에 불과하며 순간의 정치적 필요에 의한 동거는 누구와도 할 수 있다는 전례를 갖게됐다. 정책과 이념이 철저히 무시된 채 오직 순간의 세확대의 필요속에서 야합하고 떠나며 요동치는 파행적 정치 질서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순간의 줄서기를 고뇌하는 출마자 개개인들에게 유권자는 소신없는 철새정치인이라고 비난을 해댄다. 보스의 강력한 지배와 정치자금, 그를 맹종하는 친위세력, 계파간 파벌로 인해 공의롭고 합리적인 기준에 의해 청렴한 정치를 추구하는 정치인은 바보와 왕따가 되는 정치문화가 고질화되어 버렸다.
민주당과 한화갑 대표에게 되묻고 싶다.
‘현실이라고 했는데 지금 국민은 민주당에게 무엇을 원할까요? 외연확대와 반창(昌)연대라는 명목하에 국민이 참여해 뽑은 후보까지 흔들면서 여론지지도가 높다는 재벌2세, 유신후예, 5공잔재와의 통합에 연연해하며 언제라도 깨질 수 있는 야합짬뽕정당을 만들어 지긋지긋한 3김 정치문화를 재창출하는 꼼수를 부리는 일일까요? 무엇을 위한 정권획득입니까? 현시기 민주당이 우선 해야할 일은 민주주의의 기본 약속을 훼손하는 패거리들을 제대로 통제하여 정치적 신뢰와 원칙을 회복하는 일입니다. 그런 후에 개혁정당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한 후에 외연확대를 고민하십시오’
군부정권에 투항해 정권을 획득한 92년 문민정부, DJP 연대로 역사상 최초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룩한 97년에 이어 2002년 대선에서 업그레이드 시켜야 할 정치프로그램의 핵심요체는 당연히 지역주의 타파와 정책정당질서로의 재편, 정당내부의 민주주의적 개혁, 저렴한 비용의 깨끗한 정치문화등일 것이다. 민주당의 국민경선제는 이 모든 프로그램이 실행가능하다는 희망을 갖게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한 절대적 항목은 대통령의 도덕적 자질을 철저하게 검증하는 일이다. 그토록 원했던 여성 총리였어도 공직자의 윤리성이 중요했기에 여성계는 이를 인정하며 겸허해졌는데 하물며 일국의 대통령에게 적용되는 잣대라야 두말할 나위가 없지 않은가? 그러기에 최근에 이회창 후보의 병역비리도 성역없이 국민앞에 투명하게 검증돼야할 최대 주요요소이다. 2002년 12월, 업그레이드 된 2002 대선프로그램의 적용을 받으며 세 번째 가는 대선 투표장에서 나는 다시 한번 역사의 업그레이드를 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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